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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깜빡이 켠 한은…8월이냐 10월이냐, 코로나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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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란 돌발 변수에 당장 '인상' 쪽으로 차선을 옮기진 않았다. 하지만 깜빡이는 확실히 켰다.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고승범 위원)이 등장하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향해 운전대를 틀 태세를 잡았다. 이르면 다음 달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금통위 기준금리 연 0.5% 동결 #기준 금리 인상 소수의견 등장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한 뒤, 시장은 타이밍만 예상하고 있었다. 복병으로 등장한 건 코로나19의 4차 확산이다. 확진자 급증 속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계산이 복잡해졌다. 한은도 일단 금리 동결로 시간을 번 뒤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통화 당국의 메시지는 명확해졌다. ‘가야 할 길을 간다’다. 이 총재는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회복세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면 금리 정상화를 늦추는 게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이 경기회복의 궤도 자체를 흔들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출과 투자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대규모 백신 접종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기존 전망대로 올해 4%의 경제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물가 상승 압력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며 수요가 이끄는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금의 저금리 상황을 이대로 뒀다간 자산시장의 거품 등 '금융 불균형' 이 일으킬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통화 당국의 문제의식이다.

이 총재는 “경제 주체의 위험 선호가 지속하며 차입에 의한 투자가 계속 늘어왔다”며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할 것이란 기대가 유지되는 한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인 만큼 경제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통해 대처해 나갈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빚투와 영끌 속 1분기 가계빚 1765조원 증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빚투와 영끌 속 1분기 가계빚 1765조원 증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한은에 따르면 가계 빚은 지난 1분기 1765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가계와 기업의 빚은 경제 규모의 2배를 넘어섰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와 기업 부채)은 216.3%에 이른다.

코로나19의 충격 완화를 위한 저금리 기조 속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열풍이 부동산과 주식ㆍ암호화폐 등 자산 시장 과열로 이어진 영향이다.

이 총재는 “자산가격 상승이 부채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과도한 차입에 의한 자산투자가 해소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 교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금리를 낮췄는데 오히려 신용도가 높은 사람이 싼값에 돈을 싹쓸이해 투기한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은 저금리의 부작용이 심화하지 않게 다시 정상에 가깝게 가는 것이지 긴축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미기준금리추이(5월 28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미기준금리추이(5월 28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단 깜빡이를 켠 만큼 당장 다음달 한은이 금리 인상의 칼을 빼 들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는 “다음 금통위(8월) 회의부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8월 인상 가능성을 재차 묻자 “시간표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시장은 8월보다 10월 인상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급한 불'은 꺼야 한은이 움직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집단 면역 시점이 그 무렵이란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의 강한 금리 인상 의지는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는 메시지”라며  “‘올릴 수 있을 때’에 대한 고민은 ‘올릴 수 없을 때’를 상정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통화정책의 정상화 과정이라지만 당장 경제 취약계층에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속 체력이 떨어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은 831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은 거시적이고 단기 경기대응적인 통화정책보다 그야말로 집중 지원이 가능하고 효과도 빠른 재정정책의 선별적 조치를 통한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재정정책이나 정책금융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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