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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막히니 ‘언론재갈’…완장 찬 김용민

중앙일보

입력

언론계와 야당이 '언론재갈법'이라고 부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언론중재법 개정안)를 밀어붙이고 있는 건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다. 야당 의원들이 들어오든 말든 단독으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에 법안을 올려놓은 이들은 16일 강행 처리를 시도할 기세다. 손해배상의 상한을 손해액의 5배(원안 3배)까지 늘리는 내용과 최소배상액(하한선)까지 지정하자는 내용은 학계의 위헌논란까지 부른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7.14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7.14 임현동 기자

야당에서 “미디어 특별공작위원회”(국민의힘 허은아 의원)라 부르는 이곳의 위원장은 김용민 최고위원이다. 그는 지난해 “누가 조국 똘마니 아니랄까 봐”(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라는 조롱을 받으면서도 당 검찰개혁특위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도했던 강경파다.

지난해 6월 22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6월 22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그러던 그가 갑작스럽게 검찰 해체가 아닌 언론 규제의 선두에 선 건 4ㆍ7 재ㆍ보궐 선거 참패 후 당 내 검수완박의 동력이 상실된 것과 관련이 있다.

◆무너진 검수완박=5·2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그 다음날부터 그는 “(검찰개혁) 특위를 즉시 재가동해 검찰 개혁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이 속했던 검수완박 강경파 모임 ‘처럼회’에서 조차 “검찰 개혁이 동력을 잃었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그의 일성은 검찰개혁 속도조절을 택한 송영길 지도부에겐 부담으로 작용했다.

송영길 대표는 검찰개혁특위 재가동을 촉구하던 그를 새로 만든 미디어특위 위원장에 앉혔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검개특위 재인준을 하기엔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김 최고를 달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완장 효과=‘위원장’이 된 김 최고위원은 첫 회의에서 “우리 당은 오늘, 지금 당장 개혁의 고삐를 당기고 당원과 국민께 약속한 것들을 지켜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가까운 초선 의원은 “검찰개혁이 사실상 물 건너갔으니, 그 에너지를 언론개혁에 쏟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완장(腕章) 효과”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주말에도 특위를 소집하는 등 언론 규제의 선봉장으로 거듭났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5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5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최고위원회의에서의 목격담도 ‘완장 효과론’의 근거다. 최고위에 참석하는 당 간부는 “비공개 최고위에서 김 최고위원이 종종 본인을 ‘수석 최고위원’이라 불러달라고 요구해, 다른 최고위원들이 얼굴을 붉히곤 한다”고 말했다. 그의 전당대회 득표율은 17.73%로, 강병원(17.28%)ㆍ백혜련(17.21%) 최고위원과 0.5%포인트 정도의 차이였다.

◆이재명과의 호흡?=김 최고위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와 가까운 처럼회 멤버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나브로 이재명계가 됐다. 김 최고위원이 이 지사를 공개 지지한 적은 없지만 당내에선 그를 이미 이재명계로 분류한다. 그는 지난달 경선 연기론 갈등 국면에서 최고위원회에서 “연기 불가”를 외쳐 이 지사 편에 섰다.

지난해 7월 29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처럼회'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웃고 있다. 최 대표 뒤에 위치한 TV에선 대전 홍수 뉴스특보가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정ㆍ김승원ㆍ박주민 의원, 최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ㆍ황운하ㆍ김남국 의원.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7월 29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처럼회'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웃고 있다. 최 대표 뒤에 위치한 TV에선 대전 홍수 뉴스특보가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정ㆍ김승원ㆍ박주민 의원, 최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ㆍ황운하ㆍ김남국 의원. [페이스북 캡처]

언론관도 이 지사와 비슷하다. 이 지사는 2017년 대선 주자로 나섰을 땐 “TV조선을 반드시 폐간시키고 말겠다”라고 말했고 지난 14일 ‘박시영TV’에 출연해선 “가짜뉴스를 만들어서 민주주의를 훼손하면 망할 정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단체조차 우려…당내에선 “재보선 참패서 배운 것 없나”

김 최고위원이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주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선 진보 성향의 언론단체들도 잇따라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강행처리를 중지하라”(7일)는 성명을 냈고, 한겨레 기자 출신인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국민감정에 기대 기자를 응징하고 이를 통해 지지율을 올리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6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나왔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검찰개혁도 취지는 좋았지만, 야당과 당사자(검찰)를 무시하고 폭주 기관차처럼 내달리다 결국 우리 당 지지율까지 깎은 것 아니냐”며 “지금 추진하는 언론개혁도 비슷한 형태”라고 말했다. 호남의 한 초선 의원도 “김 최고위원의 도를 넘은 강경한 모습이 당 전체의 모습으로 비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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