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쿠데타 시도하면, 군 수뇌부 줄사임하기로 계획”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18:00

업데이트 2021.07.27 00: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AFP=연합뉴스]

미군 수뇌부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한 뒤 쿠데타를 시도할 것을 우려해 대책을 논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기자들이 출간을 앞둔 저서에서 밝혔다.

트럼프 집권 마지막 해 다룬 저서 발췌본
美 합참의장, 트럼프 쿠데타 가능성 촉각
펠로시, 핵무기 우발적 발사 가능성 걱정
폼페이오 사석에선 "미친놈들이 장악" 비판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의 쿠데타 가능성을 걱정했으며, 그런 상황이 오면 군 최고위직부터 한 명씩 차례로 사임해 명령을 받들지 않는다는 계획을 비공식적으로 세웠다는 것이다.

WP와 CNN은 캐럴 리어닉, 필립 러커 WP 기자가 공저한『'나 혼자 고칠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의 재앙적 마지막 해』 발췌본을 입수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기자는 트럼프 행정부 마지막 나날을 다룬 이 책을 쓰기 위해 백악관 안팎 사람 140명 이상을 취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도 2시간 넘게 인터뷰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쿠데타를 시도하거나 위험하고 불법적인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우려해 트럼프를 제지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참모들과 비공식적으로 계획했다고 CNN은 전했다.

밀리와 참모들은 불법적이거나 위험하거나 무분별하다고 생각되는 트럼프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기 위해 한명씩 사임하는 방안을 생각해 냈다. 책은 이를 '토요일 밤 대학살(Saturday Night Massacre)'에 비유했다.

토요일 밤 대학살은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토요일인 1973년 10월 20일 법무부 수뇌부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지 않기 위해 줄줄이 사임한 사건이다.

닉슨이 법무장관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 해임을 지시하자, 장관이 스스로 사임했고, 같은 명령을 받은 부장관이 다음으로 사임하는 등 고위 관료들이 연달아 사표를 냈다.

대통령에게 조언해야 할 군 최고 참모인 합참의장이 최고사령관과 마지막 결전을 준비한 것은 미국 현대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저자들은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11월 대선 패배 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해임, 윌리엄 바 법무장관 사임이 연달아 일어나고 트럼프 측근들이 국방부 고위직을 채우자 밀리 합참의장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밀리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면서도 부하들에게는 격한 어조로 “하지만 그들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They are not going to f**king succeed)”이라고 말했다.

또 "군부 없이는 할 수 없다. CIA(중앙정보국)나 FBI(연방수사국) 없이는 이걸 할 수 없다. 우리는 총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협조하지 않으면 쿠데타는 성공할 수 없고, 그렇게 흘러가게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밀리 의장은 트럼프가 내란법(Insurrection Act)을 발동해 군을 끌어들일 구실을 기대하면서 소요사태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참모들에게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가 핵무기를 사용할까봐 걱정했다는 일화도 공개됐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1월 6일 폭도들의 의회 점거사태 이후 밀리 합참의장에게 전화해 "미친" "위험한" "미치광이" 트럼프가 임기 말에 핵무기를 사용할지 매우 우려된다고 상의했다.

밀리는 "절차가 잘 돼 있다. 핵무기의 우발적인 발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을 줬다. 그 근거로 "우리는 합법적 명령만 따를 것이다. 우리는 합법적이고 윤리적이며 도덕적인 일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에게 충성한 고위 관료들도 막바지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로의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위해 협력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1월 6일 폭동 이후 매일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전화 회의를 했다.

바이든 취임일인 1월 20일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목표로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기 위한 회의였는데, 밀리는 트럼프 동태를 감시하는 기회로 삼았다고 한다.

한 고위관료는 당시 상황을 "착륙기어가 고장 나고, 엔진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연료는 다 떨어진, 이 나쁜 놈의 비행기를 착륙시켜야 했다"고 설명했다.

밀리는 트럼프를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기도 했다. 히틀러가 자신을 피해자이자 구원자로 설정한 것처럼 트럼프도 거짓된 선거 사기를 주장하면서 비슷한 구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를 "잃을 게 없는 전형적인 권위주의 지도자"라고 평가하면서 대선 패배 후 지지자를 동원한 '100만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행진'을 히틀러를 권좌로 밀어 올린 나치 민병대 행진에 견주었다고 한다.

트럼프에게 끝까지 충성을 다한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사석에서는 트럼프와 측근들을 비판적으로 본 듯하다. 폼페이오가 대선 몇 주 전 밀리 의장 집에 찾아와 속 깊은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미친놈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폼페이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벌 오피스 회의에서 미·독 관계를 얘기하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개X”라고 부르기도 했다.

1,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을 비하하는 표현인 '크라우트'를 쓰면서 "내가 크라우트들을 좀 안다(I know the f***king krauts)"면서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의 사진을 가리킨 뒤 "그들 중 가장 지독한 크라우트 손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재선하면 한미동맹을 날려버리겠다(blow up)는 발언도 한 것으로 책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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