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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교체? 원래 주임검사 아니었다" 박범계 때린 조남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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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관 신임 법무연수원장. 뉴시스

조남관 신임 법무연수원장. 뉴시스

한명숙 모해위증 의혹을 두 차례 무혐의 처분한 조남관(56·사법연수원 24기) 법무연수원장이 15일 전임 대검 지휘부를 대표해 “절차적 정의는 법리와 증거를 따를 때 지켜지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주장이나 신념에 의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날 “대검이 임은정 검사를 교체하는 등 절차적 정의를 훼손하고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자초했다”고 비판한 데 “본건 주임검사는 처음부터 감찰 3과장이었고 임은정 검사는 주임검사인 적이 없었다”고 반박하면서다.

박범계 “절차적 정의 훼손, 제식구 감싸기” 핀셋 반박

조 원장은 윤석열 전 총장 사퇴 직후 지난 3월 5일과 19일 대검 차장검사로서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아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두 차례 무혐의로 결정했다.

① ‘연구관 임은정’ 수사권 無 ② 합리적 의사결정 지침 따라 결론

조 원장은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에 ‘한 전 총리 사건,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 결과 발표에 대한 전임 대검 지휘부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려 “전임 대검 지휘부 입장에서 볼 때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포함돼 있어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자 한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원장은 박 장관이 전날 ▶임은정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현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주임검사에서 교체해 ‘제식구 감싸기’ 의혹을 초래했다 ▶‘소수의’ 대검 연구관들로 회의체를 구성해 무혐의 의견을 도출했다며 ‘절차적 공정성’을 문제 삼은 두 부분을 짚었다.

우선 조 원장은 법무부가 마치 부당하게 주임검사가 교체된 것처럼 발표했으나 “대검은 임은정 연구관을 이 사건 주임검사로 지정한 사실조차 없었다”고 했다.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과 ‘대검 사무분장 규정’(대검 훈령)에 따라 고검검사급 이상 검사 비위의 감찰 및 수사는 감찰3과장이 담당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감찰3과장 외에 다른 검사가 사건을 처리하려면 대검의 기관장인 검찰총장이 검찰청법에 따라 사건의 배당 또는 재배당 지시를 해야 하는데 전임 (윤석열) 검찰총장은 임은정 연구관에게 그러한 지시를 한 바가 없다”고 못박았다.

법무부의 주장과 달리 당시 임은정 연구관에 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도 짚었다.

조 원장은 “임은정 연구관이 한동수 감찰부장의 지시를 받아 이 사건 조사 업무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감찰3과 소속 다른 연구관들처럼 주임검사인 감찰3과장을 보조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 “임은정 연구관이 한동수 감찰부장으로부터 주임검사 지정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감찰부장이 주임 검사를 임은정 연구관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상사인 전임 검찰총장 명을 받았어야 한다”며 “감찰부장은 전임 총장으로부터 그러한 지시를 받은 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 연구관이 (2월 말) 자신이 주임검사라고 주장하면서 재소자 2명을 모해위증(범죄)으로 인지하겠다고 전자결재를 올려 불필요한 오해나 혼란을 우려해 지난 3월 2일 (서면으로) 감찰3과장으로 명확히 지정하고 그간 조사에 참여한 연구관·검사 전원의 의견을 취합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임은정 검사. 뉴스1

임은정 검사. 뉴스1

조 원장은 이후 대검 감찰3과 소속 연구관들이 참여한 회의체에서 모해위증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한 것을 두고 박 장관이 “대검에서 일방적으로 선정한 소수 연구관으로만 회의체를 구성해 충분한 의결 과정을 거치지 아니했다”는 지적한 데 대해선 “지침에 따른 절차”라고 맞섰다.

그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수사자문단’ 회부를 제의했지만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며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라 감찰3과장, 임 연구관, 감찰3과 소속 검찰연구관 2명이 이 사건에 관여한 바 없는 (다른) 35기 감찰연구관들과 함께 범죄성립 여부를 논의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고자 위증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들과 근무연이 있는 연구관들은 모두 제외하도록 했다”며 “임 연구관은 회의체 참여를 거부해 할 수 없이 나머지 인원들을 모아 장시간 논의해 전원일치 혐의없음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총장 추천위 투표 1위 조남관…朴, 연수원장 좌천

조 원장은 윤석열 전 총장이 지난 3월 4일 사퇴한 뒤 대검 차장검사로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3개월간 검찰 조직을 지휘했다. 이튿날인 5일 대검은 대검 연구관들 회의 끝에 위증교사 의혹을 최종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대검 부장회의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당시 대검 차장으로 검찰총장 직무대리 중이던 조 원장은 전국 고검장들까지 참여한 대검 확대부장 회의까지 개최해 표결에 부친 끝에 ‘무혐의 불기소 10-기소 2-기권 2명’으로 재차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그러자 박 장관은 다시 “2010년 한명숙 수사팀의 수사 전 과정을 법무부와 대검이 합동 감찰하라”고 지시했고 4개월이 지난 14일 “한명숙 수사팀의 반복 소환 및 증언 연습 등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 확인됐다”는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 전 총리 왼쪽으로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 전 총리 왼쪽으로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 특별감찰반장 출신인 조 원장은 원래 친여 성향으로 평가받았다. 현 정부에서 서울동부지검장,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4월 말 열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로 후보로 추천받기도 했다. 그러나 여권의 압박에도 한명숙 모해위증 의혹 무혐의 처분, 수원지검 수사팀의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기소 등을 승인한 뒤 박 장관이 지난 6월 단행한 인사에서 연수원장으로 좌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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