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세' 발표…환경단체 "탈 탄소, 우리도 미룰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16:06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현지시각 14일 오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5% 감축하기 위한 입법 계획 '핏 포 55'를 발표했다. 핵심은 세계 첫 '탄소 국경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 수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현지시각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현지시각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환경단체들은 탈 탄소 전환의 첫걸음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변화된 환경에 수출기업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감축에 정치계와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탄소 국경세, 철강만 연 4000억

EU가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면 한국은 철강 수출에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린피스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EU에 수출하는 품목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부문은 철강 산업이다. 만약 2030년에 EU가 탄소 국경세로 t당 75달러를 걷으면, 국내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3억 4770만 달러(한화 3999억원)에 달한다. EU 총 수출액 대비 12.3% 수준의 추가 관세를 내는 꼴이다.

온실가스 배출 정점(탄소 중립).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온실가스 배출 정점(탄소 중립).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U는 2023년부터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기 등 품목에 탄소국경세를 적용하며 2026년부터 관세 대상을 확대해 전격 시행할 계획이다. 철강에 이어 각각 수출액 1억8600만, 200만 달러인 알루미늄과 비료 업종도 타격이 예상된다.

자동차도 발등에 불…2035 내연기관 판매 중단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탈 탄소 정책을 서둘러야만 할 상황이 됐다. EU는 핏 포 55에 2035년까지 유럽 내에서 내연기관 차량을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도 담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전체 수출 중 EU의 비중이 22%(431억 달러)다. 2040년 이후 미국, 중국, EU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한발 늦은 선언이 된 셈이다.

그린피스 "재생에너지가 근본 대안"

이날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탈 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우리 수출 기업들에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생존의 조건으로 부상했다"며 "국내 산업계와 정치계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그린피스가 벌인 '기후 위기 처방전' 전달 퍼포먼스. 연합뉴스

지난 3월 그린피스가 벌인 '기후 위기 처방전' 전달 퍼포먼스. 연합뉴스

그린피스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재 상황에서 탄소 배출 절감할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가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선진국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100% 전환 시기는 평균 2028년이지만 한국 기업은 2048년이다.

정부 "적용 예외 협상" 전문가도 "불공정 소지"

한편 정부는 EU에 탄소 국경세 '적용 예외'를 요구하는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국은 탄소배출 감축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중과세'가 되며, 세계무역기구(WTO)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 기후변화국제협력팀은 "한국 기업들이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이미 탄소 비용을 충분히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EU 측에 꾸준히 제기해왔다"며 "계획안 발표 후에도 EU와 협의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탄소 국경세가 적용되는 기업들에 대해 세제·금융 보조와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R&D)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탄소국경세 적용 예외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동의했다.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전 한국기후변화학회장)는 "탄소 중립 계획의 방향성은 모두 옳다"면서도 "다만 기후변화를 야기하며 발전했던 선진국에서 그 책임을 외국에 부과하는 꼴이 된다면 불공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도 산업발전 과정에서 기후변화의 책임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기업의 피해를 고려하면 '적용 예외' 등을 요구하는 게 최선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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