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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어울리니 더 아름답다, 승효상의 가구와 최덕주의 조각보

중앙일보

입력

건축가 승효상이 디자인한 의자.[사진 서울옥션]

건축가 승효상이 디자인한 의자.[사진 서울옥션]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서울옥션 강남센터 6층. 넓은 전시장 한가운데 반듯반듯한 형태의 목재 테이블과 의자, 서랍장과 책꽂이가 놓여 있다. 그 가구들 위로 다양한 색채가 투명하게 빛나는 조각보가 곳곳에 천장에 매달려 하늘거린다. 목재 가구와 조각보가 하나로 어우러진 모습 자체가 마치 한 점의 그림 같다. 한없이 고요하면서도 풍경 소리만 간간이 들려올 듯한 장면에 관람객의 발걸음이 더욱 경건해진다.

'결구와 수직의 풍경'전 #서울옥션서 18일까지 #

건축가 승효상(이로재 대표)과 공예가 최덕주의 2인전 '결구(結構)와 수직(手織)의 풍경'이 18일까지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 6층에서 열린다. 약 45점의 가구와 조각보를 함께 선보이는 이 전시는 6월 말 개막해 관람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졌다. 우리 일상과 가까운 소재인 가구와 조각보가 함께 하는 드문 자리인 데다, 승효상·최덕주 부부가 각각의 창작물로 함께 여는 첫 전시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 전시의 가구와 조각보는 모든 장식과 군더더기를 최대한 걷어내고, 있어야 할 것만 남겼다는 점에서 닮았다. 동시에 딱딱한 목재와 얇은 천이라는 극과 극의 '재료'에, 단색과 다양한 색채의 대비가 이루는 울림이 남다르다.

수도사의 삶을 닮은 가구 

건축가 승효상이 디자인한 테이블과 의자. [사진 서울옥션]

건축가 승효상이 디자인한 테이블과 의자. [사진 서울옥션]

건축가 승효상이 디자인한 의자. [사진 이은주]

건축가 승효상이 디자인한 의자. [사진 이은주]

건축가 승효상은 20세기를 주도한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빈자의 미학’이라는 주제를 건축의 중심에 두고 활동해왔다. "가구야말로 건축의 본질에 가장 부합하는 도구일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가구 역시 절제미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평소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이 디자인해 이번 전시에 내놓은 가구에 ‘수도원의 가구’라는 부제를 달았다. 이를테면 의자엔  '수도사 의자', 넓고 긴 테이블엔 '수도사 작업대' 혹은 '수도사 만찬식탁'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스스로 많은 것을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찾으려 하는 수도사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는 얘기다. 그는 "손으로 직물을 짜서 이루는 조각보와 얼개를 만들어 형태를 만드는 가구는 여러모로 닮았다"면서 "골격의 단순함(결구)과 노동의 치열함(수직)만으로 전시장을 채웠다"고 말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조각보  

공예가 최덕주의 조각보. [사진 서울옥션]

공예가 최덕주의 조각보. [사진 서울옥션]

공예가 최덕주의 조각보. [사진 이은주]

공예가 최덕주의 조각보. [사진 이은주]

최억주의 조각보 작품. [사진 이은주]

최억주의 조각보 작품. [사진 이은주]

'우리 조각보가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이번 전시에서 뜻밖의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최덕주의 조각보다. 기하학적인 선과 다양한 색으로 조화를 이룬 조각보 자체가 회화인 동시에 설치 작품이다.

숙명여대 공예과를 졸업한 최덕주는 1999년 전통공예학교에 입학하고, 2000년 국립중앙박물관 천연염색 과정을 수료했다. 자수공예 명장인 김현희 선생에게 사사하여 40대 중반인 2000년 초반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8 쇳대박물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활발하게 전시를 해왔다.
그는 우리 생활전통공예인 ‘조각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그의 조각보는 안동포, 한산모시, 명주 등을 직접 천연으로 염색하고 숙성시켜 얻은 맑고 고운 색의 천에 오랜 시간을 들인 바느질 작업으로 완성한 것. 최씨는 "조각보 하나하나에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즉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한국적 아름다움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조각보 하나를 완성하는 일련의 작업이 느린 기다림 속에 이뤄진다"며 "이 과정이야말로 기다리며 나를 끊임없이 다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8일까지.

서울옥션 6층 '결구와 수직의 풍경' 전시장 전경. [사진 이은주]

서울옥션 6층 '결구와 수직의 풍경' 전시장 전경. [사진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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