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발 끊고 냄비 탈출한 가재 고통…英 "랍스터 삶지 말라"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13:00

업데이트 2021.07.15 13:31

2018년 훠궈 냄비에서 민물가재가 집게발을 스스로 끊고 탈출하는 듯한 장면이 중국 네티즌에 의해 촬영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유튜브 캡처]

2018년 훠궈 냄비에서 민물가재가 집게발을 스스로 끊고 탈출하는 듯한 장면이 중국 네티즌에 의해 촬영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유튜브 캡처]

2018년 펄펄 끓는 훠궈 요리 냄비에서 스스로 집게발을 자르고 탈출한 가재 영상이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인터넷을 달궜다. 마치 뜨거운 물에서 고통을 느끼기라도 하는 듯, 가재는 집게발을 버리고 냄비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3년 전 중국 룽샤(龙虾·민물가재)가 느낀 고통을 영국의 랍스터는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영국 의회가 살아있는 랍스터를 삶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포함된 동물복지법 개정안 통과를 앞둔 덕분이다.

스위스 이어 영국도 "산 채로 조리 금지"

영국 의회는 지난 5월부터 동물복지법 개정안을 논의해왔다. 그동안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중심이었던 이 법안의 적용 대상을 랍스터를 비롯해 게, 문어, 오징어 등 해양생물 무척추동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상원에서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랍스터나 게 등을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 삶거나 살아있는 상태에서 배송하는 것이 금지된다. 요리하기 전 반드시 기절시키는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영국보다 앞서 2018년에는 스위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살아 있는 상태로 갑각류를 요리하는 것을 금지했다. 랍스터를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으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캐나다산 랍스터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산 랍스터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서도 "산낙지도 고통 느낀다"

지난 14일 한국채식연합과비건세상을위한시민모임은 광화문광장에서 '가재와 문어, 바다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며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해양생물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조리시 불필요한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이들은 "식용이라 하더라도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동물에 대한 인도적인 처리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척추동물인 문어, 낙지 등은 신경계 자극을 전달하는 뉴런의 5분의 3이 다리에 있는데, 이 때문에 다리가 잘린 뒤에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과학계의 분석이 있다는 주장이다.

2018년 동물행동학자 로버트 엘우드가 영국 벨파스트 퀸스대학교 연구팀과 진행한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진이 새우 더듬이에 아세트산을 바르자, 새우가 앞발로 상처 부위를 어루만지는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미리 마취제를 바른 경우 어루만지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2017년 6월에 나온 이탈리아 대법원의 판단은 동물에 불필요한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사법적 제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피렌체 인근의 한 식당이 랍스터와 대게 등 살아있는 갑각류의 집게를 끈 등으로 묶어 얼음 위에 올려놓은 것을 동물보호단체가 동물 학대혐의로 고발한 사건에서 당시 법원은 '요리되기 전 살아있는 랍스터를 얼음과 함께 보관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라며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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