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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가 성폭행·낙태" 신도 세뇌해 고소시킨 '선지자'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교회에서 ‘선지자’ 행세를 하던 검찰 4급 수사관이 “아버지, 삼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도들을 세뇌한 뒤 이단 의혹을 제기한 가족들을 허위 고소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선혁)는 교회 장로인 검찰 수사서기관 A씨와 A씨의 부인이자 교회 권사인 B씨, 교회 집사 C씨를 무고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A씨는 교회 내에서 ‘신의 직통 계시를 받는 선지자’로 자칭했다. 신의 은혜를 받아 환상을 볼 수 있다거나, 귀신을 쫓고 병을 낫게 하는 능력을 갖췄다고도 행세하며 교회 내 최고 권위자로 인식됐다.

A씨 등은 2019년 2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교회에 다니던 세 자매에게 ‘이단’ 의혹을 제기한 아버지 D씨가 어릴 때부터 성인에 이를 때까지 지속적으로 성폭행해 낙태까지 했다는 거짓 기억을 주입했다.

이 사연은 2019년 11월 SBS ‘궁금한 이야기Y’를 통해 다뤄지기도 했다. 방송에서 현재 20대인 세 자매는 아버지 D씨는 물론 큰아버지 등도 성폭행 행위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D씨는 “딸들의 얘기는 모두 거짓이다. 딸들이 자신을 모함하는 것은 교회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교회를 다니면서 자녀들이 가족들과 단절됐고, 곧이어 이런 이상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매들은 해당 방송 이후 A씨 등이 주입한 기억이 사실인지 의문을 품고 산부인과 검진을 받은 결과 자신들이 성폭행을 당하거나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한다.

A씨 등은 2019년 1월부터 또 다른 여성 신도에게도 삼촌 E씨가 성폭행했다는 거짓 기억을 믿도록 했다. 그러고는 2019년 8월 두 사람의 딸과 조카로 하여금 친족강간 혐의로 두 사람을 허위 고소하도록 시켰다. E씨 역시 해당 교회에 대해 ‘이단’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4월 D씨와 E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수사를 거쳐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교회 신도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 끝에 A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A씨가 종교적 지배관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검찰 수사관인 A씨의 혐의를 확인한 만큼 내부 징계 절차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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