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 용화여고 성추행 교사, 항소심도 "지위 악용" 실형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12:20

‘스쿨 미투’의 도화선이 된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 전직 교사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보호할 지위에 있음에도 이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강제추행해 책임이 매우 무겁다”며 전 교사를 질타했다.

15일 서울고법 형사 10부(부장 이재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관한 법률위반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등도 명령했다.

2018년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ME TOO' 문구를 붙여 화제가 된 서울 용화여고. [중앙포토]

2018년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ME TOO' 문구를 붙여 화제가 된 서울 용화여고. [중앙포토]

A씨는 2011년 3월부터 2012년 9월까지 학교 교실 등에서 제자 5명의 신체 일부를 강제로 만져 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2018년 3월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 위원회’를 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교사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론화됐다.

法 “지위 이용해 추행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와 대화 내용을 비추어볼 때 상담, 숙제 검사 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체접촉을 자연스럽게 볼 수 없다”며 “정상적인 사제지간의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고 볼 수 없어 법률상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와 사제지간을 고려할 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접촉이라고 한다”며 “하지만 피해자는 10대 여학생이고 피고인은 교사로 올바른 사고 인식 심어주고 보호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오히려 그런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할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데도 피고인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다만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이 사건 이전에 오랜 교직 생활을 하면서 나름 성실하게 학생을 지도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 측 “피해자 지원 절실”

최경숙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의 전 집행위원장이 15일 항소심 판결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현주 기자

최경숙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의 전 집행위원장이 15일 항소심 판결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현주 기자

선고 직후 피해자 측인 최경숙 노원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전 집행위원장은 “1심과 같은 판결이 나왔는데 그 이후에 피고인은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같은 형이 나온 건 피고인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이 발생한 지 1130일 정도 지났는데 이 기간 동안 (피해자들은) 기력이 소진되어있는 상태”라며 “그런데도 서울시나 교육청, 행정당국에서 피해자분들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못 들었는데 지금이라고 제발 지원 좀 해달라”고 강조했다.

양형 사유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최 전 위원장은 “여느 성폭력 사건과 같이 성실히 교직 생활했다는 양형 사유가 인용됐는데 그렇게 보려면 다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 판결문이 향후 우리나라 학교 내 성폭력을 없애는 선언문이 되기를 바랐는데 향후 상고 여부를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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