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500억' 1박2일 주총…한때 코스닥 2위 기업 무슨일이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11:23

업데이트 2021.07.15 11:39

지난해 9월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당뇨병성신경병증(DPN) 치료 목적의 미국 임상 3-1상 실패 결과 설명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당뇨병성신경병증(DPN) 치료 목적의 미국 임상 3-1상 실패 결과 설명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랐던 바이오 벤처기업 헬릭스미스의 경영진이 기사회생했다. 소액주주가 요구한 해임 안건이 부결되면서,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 등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15일 헬릭스미스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14일 오전 9시부터 이틀간 서울 강서구 마곡동 헬릭스미스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임시주총은 헬릭스미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정관 변경과 경영진 해임 등을 요구하며 소집됐다.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 지연과 대규모 유상증자, 고위험 사모펀드 투자 등이 경영진 해임을 요구한 배경이다.

비대위는 이번 주총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자를 이사로 선임하는 조항과 이른바 ‘황금낙하산’ 조항의 삭제를 요구했다. 황금낙하산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기 위해 현 기업 임원이 적대적 M&A로 사임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헬릭스미스는 등기·비등기 임원이 적대적 M&A로 실직할 경우 500억원 이내의 보상액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대위는 또 김선영·유승신 대표 등 6인의 사내·외 이사를 해임하고, 별도의 사내·외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하는 내용의 안건을 제출했었다.

택시 타고 법원 가 결정문 받아오기도 

헬릭스미스 경영권 갈등 일지. 그래픽 차준홍 기자

헬릭스미스 경영권 갈등 일지. 그래픽 차준홍 기자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열리는 만큼 이번 주총은 시작부터 시끄러웠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14일 새벽부터 1000명 넘는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장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섰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와 사측이 고성을 지르며 대립하자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이날 주총장에는 50명 이내의 인원만 입장이 가능했다. 소란 끝에 입장 인원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다음엔 이들에게 권리를 위임한 위임장의 효력과 집계 방식이 논란이었다.

비대위에 주주 권한을 위임한 일부 소액주주가 서류에 자신의 인적사항이나 보유 주식 수 등을 기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이들의 위임장을 기권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소액주주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당일 택시를 타고 서울 양천구에 있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을 방문해 유권해석을 받아오는 소동도 있었다.

헬릭스미스가 일부 위임장을 기권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제안하자 소액주주 측이 당일 법원에서 받아온 결정문. [사진 헬릭스미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

헬릭스미스가 일부 위임장을 기권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제안하자 소액주주 측이 당일 법원에서 받아온 결정문. [사진 헬릭스미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

법원 결정에 따라 사측과 소액주주 측은 6000여 장의 위임장과 주주명부를 일일이 확인·대조하는 과정을 거쳐 의결권을 위임한 주주 명부를 작성했다. 이날 정오쯤부터 시작한 주주 명부 확인은 15일 자정이 넘어서야 정리가 끝났다.

때문에 14일 오전 9시 개최 예정이던 주총은 15일 오전 1시부터 안건을 처리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들의 ‘반란’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주총에선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70%가 참석했지만, 소액주주는 전체 의결권의 43.43%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상법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한 주주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주총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한다. 대표이사 해임 등의 안건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로써 경영진 해임 등 소액주주가 내세운 주요 안건은 대부분 부결했다.

초유의 1박2일 주총…경영진 해임안 부결

헬릭스미스 임시주주총회 결과. 그래픽 차준홍 기자

헬릭스미스 임시주주총회 결과. 그래픽 차준홍 기자

다만 소액주주가 요구한 정관 변경안을 사측이 받아들이면서, 이사 선임 요건(3년 이상 근무자)과 황금낙하산 조항은 삭제됐다. 또 소액주주가 요구한 이사 2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가결됐다. 최동규 전 특허청장과 김훈식 전 대상홀딩스 대표가 헬릭스미스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주총 직후 비대위와 만나 서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데 합의했다. 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상장…주가는 10분의 1 토막

유승신헬릭스미스 대표는 “회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한 주주들에게 감사한다”며 “주총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신규 사내이사와 협조해 회사의 시스템·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헬릭스미스는 14일 서울 마곡동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헬릭스미스 홈페이지. [사진 헬릭스미스 홈페이지 캡쳐]

헬릭스미스는 14일 서울 마곡동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헬릭스미스 홈페이지. [사진 헬릭스미스 홈페이지 캡쳐]

헬릭스미스는 2005년 국내 최초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다. 1996년 김선영 서울대 미생물학과 교수가 대학 내 창업으로 시작한 1호 바이오벤처다. 한때 코스닥 시총 2위에 올랐지만 2019년 9월 유전자 치료제(‘엔젠시스’)의 임상3-1상 실패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 14일 종가(3만3250원)는 고점인 2019년 3월 13일 종가(31만2200원) 대비해 1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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