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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중단 사태, 애꿎은 2군 선수들만 피해

중앙일보

입력

퓨처스리그 선수들은 천금같은 기회를 잃었다. [IS포토]

퓨처스리그 선수들은 천금같은 기회를 잃었다. [IS포토]

KBO리그 중단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2군 선수들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13일부터 18일까지 편성됐던 1군 전반기 잔여 경기(30경기) 순연을 결정했다. NC와 두산 소속 1군 선수 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선수단 내 밀접접촉자 비율이 60% 이상 나온 탓이다.

13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퓨처스리그 35경기도 열리지 않는다. KBO는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구성원도 밀접접촉자로 분류되고 있었다. (1군에서) 확진자가 나온 시점에 선수 이동(콜업·강등)도 많았다. 방역 당국의 감염병 확산 방지 정책에 동참하고, 리그 구성원의 건강을 지키려는 조처는 퓨처스팀에도 적용된다"라고 설명했다.

KBO는 2021시즌 편성된 1군 720경기를 모두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리그 중단으로 치르지 못한 30경기를 두고 '순연됐다'라는 표현을 썼다. 반면 퓨처스리그 35경기는 그대로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퓨처스리그는 특정 사유로 인해 열리지 못한 경우 통상적으로 재편성하지 않았다.

이숭용 KT 단장은 "퓨처스리그는 선수들이 실패를 통해 배움을 얻는 무대"라고 했다. 1군 진입을 목표로 운동하는 2군 선수들에게 한 경기, 한 타석, 투구 한 개는 매우 소중하다. 그러나 실패할 기회조차 잃었다.

심지어 이번 사태는 박석민, 박민우 등 NC 주축 선수들이 '숙박 시설 정원 초과 입실 금지' 방역지침을 위반하며 초래됐다. 심지어 외부인과 술까지 마셨다. 선수 관리에 소홀한 구단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뛰고 있는 1군 선수와 그 구성원이 이끌어 줘야 할 퓨처스팀 선수들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시점도 최악이다. 퓨처스리그는 지난 9일부터 야간(오후 6시 개시) 경기로 진행되는 서머리그에 돌입했다. 2군 선수들은 이 시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주간 경기를 소화한다. 1군에서 더 많이 소화하는 야간 경기의 적응력을 높일 기회였다. 사라진 경기 수 만큼 기회가 줄어들었다.

상실감도 있다. 올해 퓨처스 서머리그는 1군 경기가 열리지 않는 도쿄올림픽 휴식기에도 진행될 예정이었다. 2군 선수 입장에서는 코칭스태프와 야구팬에게 자신을 어필할 기회였다. 8월 초부터는 리그 재개를 앞둔 1군 선수들이 퓨처스리그에 합류해 실전 감각 회복을 도모한다. 그래서 7월에 열리는 퓨처스리그 경기는 2군 선수들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이 기회도 사라졌다.

박탈감도 클 수밖에 없다. KBO는 지난 3월 발표한 코로나19 통합 매뉴얼에 '구단 내 확진자 및 자가격리 대상(선수) 인원수와 상관없이 대체 선수들을 투입하여 리그 일정 정상 진행'이라는 조항을 명시했다. NC와 두산 소속 2군 선수들 입장에서는 기회로 여겼을 가능성이 크다. 안 그래도 두 팀은 선수층이 탄탄하기로 정평 났다. 그러나 KBO와 이사회는 리그 중단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2군 선수 위주로 구성된 라인업이 경기의 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예단도 나왔다. 2군 선수들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폄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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