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빈틈없이 공고해야 중국도 일본도 우리나라 존중”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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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선주자 인터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국 외교안보의 중심축이 미국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갈등 이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에 대해선 “명백히 우리의 주권적 영역”이라며 ‘수평적 대중 관계’를 강조했다.

윤석열, 외교·국정운영 비전 밝혀
“문 정부, 한미관계를 변수로 만들어”

문 대통령, 올림픽에 가야 하나
“따질 건 따지되 협력할 건 해야
냉전시대에도 스포츠로 긴장 완화”

보수행보 한다는 지적엔
“내 주변에 강경보수 어디 있나
진보냐 보수냐 하는말 안 좋아해”

이동훈이 정치공작 말했는데
“전혀 몰랐다, 상황을 더 지켜봐야
정치 고려한 수사는 수사 아니다”

재난지원금 관련 입장은
“현금복지는 지급대상 특정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게 맞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 전 총장은 14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의 외교안보는 공고한 한·미 동맹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미 관계는 상수”라며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한·미 관계를 변수로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 관계에는 빈틈이 없어야 하고, 그래야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존중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공고한 한·미 동맹의 기본 위에서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렇게 다져진 국제적 공조와 협력의 틀 속에서 대중국 외교를 펼쳐야 ‘수평적 대중 관계’가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기술에서 중국을 압도하고, 그 표준을 자국 중심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미국과 등을 지면 글로벌 비즈니스는 성립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전략적 명료성’으로 기업을 리드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미·중 사이에서 실익을 챙기기 위한 이른바 줄타기 외교의 논리로 자주 등장하던 ‘전략적 모호성’ 개념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정치 시작한다고 특정정당 쑥 들어가는 건 맞지 않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길거리에서 팔짱을 끼고 포즈를 취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길거리에서 팔짱을 끼고 포즈를 취했다. 김경록 기자

그는 “치열한 국제 경쟁이 총칼 아닌 반도체로 대체되는 현실에서 더는 전략적 모호성 운운하며 애매한 입장만 견지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중국을 향해선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며 “사드 추가 배치를 안 하면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합의를 이행하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외교안보〉

문 정부의 외교를 어떻게 보나.
“문 정부에선 외교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들이 많다. 예측 가능하기는커녕 국방부와 외교부 등 정부 내에서조차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철학과 지향하는 가치도 불분명하다. 명확한 가치 체계를 잡아서 우리의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해야 하는데 이것이 부족하다.”
외교안보 분야 식견은 어떻게 쌓고 있나.
“정치를 하기 전에는 일반 국민 중에 관심이 많은 정도였다. 최근엔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책을 추천받아 읽고, 좋은 칼럼을 요약한 자료도 받아 보고 있다. 외교안보가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결국엔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운영 철학과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인권의 가치와 체계화된 국제법 질서 등이 그렇다. 이를 공유하고 있는 국가 간의 관계가 유지되고 발전돼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중국은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이 앞으로 지배력 내지 경제적 역량을 더 떨쳐 나가려면 법치와 예측 가능성, 문명국가가 공유하는 가치 체계를 결국엔 담아낼 거라 본다.”
일본과는 그런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지만,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
“식민지배로 인해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과거사는 늘 진실에 기초해 우리가 명확히 규정하고 지적할 건 지적해야 한다. 현실과 미래의 문제에서는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엔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문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에 가야 하나.
“따질 건 따지되 협력할 건 해야 한다. 과거사 문제도 의견이 다르다고 외면해 버리면 어떻게 해결할 건가. 더구나 스포츠라는 경쟁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건 미·소 냉전 시대에도 있었던 일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독재자인가.
“현대 문명국가와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에 비춰보면 독재자라고 판단한다. 다만 김 위원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기보다는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와 지속 가능한 세계 평화를 위해 굉장히 결정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대화의 물꼬를 터놓아야 하는 파트너라 생각한다.”
일각에선 북한이 계속 핵을 보유한다면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통해 우방국에 제공하는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방향이 옳다. 자체적으로 핵을 보유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핵 비확산 문제와 결부될 수밖에 없다. 원전을 둘러싼 산업 경쟁 과정에서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 연료 구입에도 문제가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치〉 

국민의힘 입당 문제는.
“정치를 시작한다고, 특정 정당으로 쑥 들어가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6월 29일 정치 선언을 했을 때와 비교해 0.1㎜도 변한 게 없다. 어느 단계가 되면 하지 말라고 해도 판단할 것이다.”
이동훈 전 캠프 대변인이 여권의 정치 공작을 주장했다(전날 이 전 대변인은 “여권 인사가 Y를 쳐라”고 회유했다고 폭로했다. Y는 윤석열 전 총장을 뜻한다).
“그런 얘기를 전혀 못 들었다. 어제 그런 보도가 났다는 걸 저녁에 확인했는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나. 참 개탄스러운 게 수사라고 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최단 시간 내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수사를 장기간 끌면서 정치적인 걸 고려해 가면서 하는 것은 수사라고 보기가 어렵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고받나.
“받으면 보기는 하지만 세대별·지역별, 남녀 분석 자료를 자세히 본 적은 없다. 일희일비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런 걸 통해 국민들의 의견이 어떤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지지율 정체의 원인은 뭐라 보나.
“정치 시작하고 많은 일이 있었으니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정치 행보가 단선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제 보름 지났을 뿐이다. 많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내가 정치 안 했으면 아내가 안 겪어도 될 일 겪어 미안” 

반문재인으로만 되냐는 지적이 있다.
“저와 반대되는 입장에 계신 분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하신다. 방향이란 건 현재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586 운동권 정치인들도 1980년대 당시 재벌이나 사회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그런 문제의식에 따라 정치를 한 것 아니냐. 나도 (현재 한국의) 뭐가 잘못되고 어떤 점이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찾아내는 게 급선무다.”
벼락치기엔 한계가 있지 않나.
“일반인 지식조차 안 돼서 국정을 그르친 사람들도 많다. 지식은 부족하지만 사심 없이 국민들을 위해 인사를 잘한 지도자들도 많다. 또 우리나라 역사상 다양한 분야에 대해 모두 깨우친 분은 없다. 공직생활의 상당 부분을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를 고치려 노력했다. 의사결정을 대통령이 다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좋은 사람을 잘 선발해서 위임할 것이다. 대통령이 전 분야에 대한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 않나.”
어떤 사람을 선발할 것이냐.
“제일 중요한 것은 실력, 또 자기가 지휘해야 하는 아랫사람과 팀플레이를 잘할 수 있느냐다.”
중도 확장을 말하면서 보수 행보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제 주변에 강경보수가 어디 있냐. 보수냐, 진보냐 하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한다. 왼쪽, 오른쪽으로 정치 성향을 딱 잘라 나누는 것이 유효한 접근법이 아니다.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것에 대해 개탄하고 바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정치 참여를 해야 한다. ‘(국민의힘에) 안 들어가면 손해’라고 말하는 분이 많다. 시작할 때 손해가 나더라도 정치적인 유불리 안 따지고, 국민들의 말을 듣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한 건 없다.”
윤석열(61) 전 검찰총장은 누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윤석열(61) 전 검찰총장은 누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럼 국민의힘 경선 열차에 안 탈 건가.
“내일 일은 아니지 않나. 대선 8개월 놓고 보면 기간이 많이 있지 않나.”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로 갈 가능성은.
“명분에 따라서 갈 것이다. 정치를 시작했으니까 많은 분들 말씀을 듣겠다. 나머지 문제는 그다음이다.”
남편으로서 요즘 부인을 보면 어떤가(부인 김건희씨가 “과거 ‘쥴리’라는 이름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등의 여권발 의혹 제기에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제가 정치를 안 했으면, 검찰총장을 안 했으면, 서울중앙지검장을 안 했으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이런 일들이 제 행보와도 상관관계가 있다 보니까 남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좋아하니까 결혼한 것이다. 결혼한 걸 후회한 적은 없다.”

〈경제〉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많다.
“현금 복지는 보편적이라기보단 지급 대상을 특정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세금은 경제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인데, 비용이 많아지면 경제 활동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걷어서 나눠줄 거면 안 걷는 게 좋다. 다만 의료서비스나 교육서비스, 노인 요양 서비스 같은 경우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 전 국민적으로 확대를 하면 새 산업이 창출될 수 있다.”
재정적자 폭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기축통화를 갖고 있는 나라가 아니면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건 학계의 정설이다. 우리나라 인구 구조상 고령층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도 지난 20년 동안 노인복지를 위한 재정지출이 엄청 늘었고, 재정적자도 굉장히 심하다. 우리가 이런 식이라면 파산하기 쉽다. 팬데믹 같은 위급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적자 폭이 늘어났더라도 향후 다시 감축하는 식으로 늘 관리해야 한다. ‘돈 찍어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역동적인 나라, 약자가 기죽지 않는 나라 만들겠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 “문재인 정부를 향한 분노와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모인 것”이라고 평했다.

지난 12일 중앙선관위에 대선 예비후보로 공식 등록하며 대선 레이스의 출발점에 선 그에게 “이런 분노와 열망으로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 거냐”고 물었다.

그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기운이 빠져 있고 위축돼 있다”고 진단하면서 “역동적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한국 사회는 굉장히 부지런했다. 아침마다 뭘 해 돈을 얼마나 벌까 (궁리했고), 학생은 즐겁게 학교 가서 꿈을 실현했다”며 “다시 대한민국을 다이내믹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정한 경쟁의 관리자 역할을 해주면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를 위해 재차 ‘자유민주주의’를 거론하면서 “우리 헌법에서 말하는 자유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존중받는 것으로, 성장과 번영의 기초가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역동적이면서 포용적인 나라, 약자가 기죽지 않는 나라, 젊은 사람들이 맘껏 뛸 수 있는 나라를 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윤 전 총장은 ‘현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대선 라이벌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정치 상황이라는 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며 “누가 라이벌이다, 이런 걸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날 범여권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는 CBS 라디오에 나와 “윤 전 총장이 마지막 최종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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