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의 시대가 다시 왔다…'4인 점심'에 탈출구 찾는 그들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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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배달과 포장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시민들이 도시락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배달과 포장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시민들이 도시락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의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김모(35)씨는 이달에 잡혀있던 저녁 약속을 대부분 점심으로 바꿨다. 지난 12일부터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하면서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됐지만, 점심땐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업무 특성상 외부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다. 2명만 만나는 건 사실상 의미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저녁 같은 점심’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시락’ 아니면 ‘낮술’…‘극과 극’ 점심 풍경 

13일 서울 강남구 본도시락 삼성점에서 점심시간에 맞춰 주문된 도시락이 쌓여가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강남구 본도시락 삼성점에서 점심시간에 맞춰 주문된 도시락이 쌓여가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직장인들의 점심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그런데, ‘극과 극’의 패턴이 동시에 등장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또시락(또+도시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출을 자제한다. 지난해 8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때처럼 점심을 도시락이나 포장·배달 등으로 해결하는 이들이 다시 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40대 박모씨는 “불필요한 모임 등을 자제하라는 지침에 따라 가급적 사내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말했다.

점심 포장·배달이 늘면서 도시락 업체 등도 바빠진 분위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코로나19로 외식이 꺼려진다면 찾아달라”고 홍보하고 있는 한 한식 전문 도시락 업체 측은 “주문이 몰리면서 최소 하루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선착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약이 금방 찬다”고 말했다. 서울 한 구청 인근의 도시락업체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에 들어선 이번 주 도시락 주문이 평소보다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점심때 술 먹자”는 직장인들

맥주. 중앙포토

맥주. 중앙포토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점심 모임이나 약속이 늘어났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원 제한이 ‘최대 2명’인 저녁때와 달리 점심은 ‘최대 4명’이라 만남이 더 여유롭다는 이유에서다.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저녁에는 사실상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점심 약속을 최대한 많이 잡고 있다”며 “횟수로 치면 지난달보다 약속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금지’라는 초강수가 오히려 ‘대낮의 방역 구멍’을 만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4명이 모인 식사자리에서 ‘낮술’을 즐기는 사례가 속속 발견되고 있어서다. 방역 당국은 대면 모임을 최소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허용되는 점심의 ‘여유’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점심 회식’을 했다는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평소 점심시간보다 빨리 시작해 2시간 정도 술을 마셨다”며 “회식 시간대만 앞으로 당겨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도 ‘#낮술’이라는 해시태그(#)가 늘었다. 한 네티즌은 이날 “낮부터 ‘피맥(피자+맥주)’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글을 올렸다.

방역 당국은 4차 대유행의 고비를 넘기려면 만남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일상과 생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4단계 거리두기를 단합해서 지키는 일”이라며 “유행 안정 때까지 대면 모임을 취소하고 이동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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