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 참던 사이다 폭발? 이재명 “이낙연은 옵티머스 해명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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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 출연해 "제게 문제를 제기하신 분이 진짜로 측근 또는 가족 얘기가 많다. 본인 주변을 되돌아보셔야 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를 직격했다. 이날 이 지사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이 지사가 '전략적 인내' 기조에서 공세로 전환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 출연해 "제게 문제를 제기하신 분이 진짜로 측근 또는 가족 얘기가 많다. 본인 주변을 되돌아보셔야 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를 직격했다. 이날 이 지사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이 지사가 '전략적 인내' 기조에서 공세로 전환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부 화합을 강조하며 ‘사이다’가 아닌 ‘국밥’ 역할을 자처했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격 본능을 다시 드러냈다. 14일 라디오 생방송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거론되는 ‘옵티머스 사무기기 제공 의혹’을 언급하면서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제게 (가족사 관련) 문제를 제기하신 분이 진짜로 측근 또는 가족 얘기가 많다. 본인 주변을 되돌아보셔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총장 부인 관련 의혹에 대한 자신의 발언을 두고, 이낙연 캠프 측에서 “혹시 ‘혜경궁 김씨’ 건으로 불똥이 튀는 걸 우려하는 것 아니냐”며 자신의 부인 문제를 건드린 걸 재반박하는 취지였다.

‘혜경궁 김씨’ 건이란 과거 문재인 대통령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비난 글을 올렸던 트위터 계정 ‘정의를 위하여(@08__hkkim)’를 둘러싼 논란으로, 2018년 경기지사 경선 직후 일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이 계정의 실소유주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고 주장하면서 벌어진 바 있다.

이 지사의 발언 이후 진행자는 “옵티머스 사태 때 (이 전 대표의) 측근이 금품수수에 연루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말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이 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가신 분이) 그냥 개인적인 무관한 사람이 아니고, 전남지사 경선 때 당원명부에 가짜 당원 만들어 실형을 받은 핵심 측근”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어 “사실은 그런 부분에 대해 (이 전 대표가) 먼저 소명을 하셔야 될 입장인데, 뜬금없이 아무 관계도 없는 제 가족들을 걸고넘어지니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가 언급한 이 전 대표 ‘핵심 측근’은 지난해 12월 숨진 이모 전 민주당 대표실 부실장이다. 이 부실장은 이 전 대표의 전남지사 시절 정무특보를 지냈으며, 옵티머스 측 로비스트들로부터 사무실 복합기와 임대료 등을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는 이날 강원도 춘천시 일자리센터를 방문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검증과 네거티브는 구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일일이 다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누적된 당내 공방 속 감정 격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후보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서로 민감한 이슈를 거론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예비후보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후보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서로 민감한 이슈를 거론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예비후보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 임현동 기자

경선 시작 전까지만 해도 당내에선 이 지사의 가족사·여배우 관련 논란과 이 전 대표의 ‘옵티머스 연루 의혹’은 금기에 가까웠다. “후보들이 이미 억울하다고 밝힌 데다, 본선에서 야당에 빌미를 줄 수 있어 먼저 꺼내기엔 조심스러운 이슈였다”(민주당 의원)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후보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최근 TV토론에서 ‘여배우 스캔들’을 캐물었고, 이에 이 지사는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낙연 캠프는 “바지 발언은 독선과 독재적 행태를 보여주는 것”(신경민 부위원장)이라고 격하게 비판했고, 이에 이 지사 측 정성호 의원은 “동네 싸움판에서 제일 싸움 잘하는 사람을 나머지 사람들이 소위 ‘돌림X’하듯 공격하고 검증하는 것은 문제”(13일, 연합뉴스TV 인터뷰)라고 맞대응했다.

‘돌림X’ 표현엔 다시 “상스러움의 극치”(이낙연 캠프 정운현 공보단장), “캠프 차원의 깊은 자성과 금도가 요구된다”(정세균 캠프 김성수 미디어홍보본부장)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정 의원은 부적절한 비유에 사과했다. 말과 말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갈등이 며칠째 계속된 것이다.

지난달 28일 친여(親與) 성향 인터넷 홈페이지 '뽐뿌'에 올라온 사진에는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야권 인사들과 함께 '야당 미필'이란 카테고리로 묶여 있다. 사진 아래 ″진짜 안보 이낙연″이란 문구에 대해 이낙연 캠프 측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캡쳐

지난달 28일 친여(親與) 성향 인터넷 홈페이지 '뽐뿌'에 올라온 사진에는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야권 인사들과 함께 '야당 미필'이란 카테고리로 묶여 있다. 사진 아래 ″진짜 안보 이낙연″이란 문구에 대해 이낙연 캠프 측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캡쳐

온라인 네거티브 공방도 갈등에 불을 붙였다. 이날 이재명 캠프의 한 의원은 온라인에서 유포된 ‘군필여당·미필야당’ 사진을 예로 들며 “이 지사는 공장에서 팔을 다쳐 군대에 가지 못했는데, 이걸 저들이 ‘미필야당’으로 묶었다”며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토로했다. 친여(親與)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 지난달 28일 올라온 해당 사진엔 ‘진짜 안보 이낙연’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지만, 이낙연 캠프는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조금 덜 쏘는 사이다로 돌아갈 것”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이 지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래로 되돌아가야 될 것 같다. 쏘는 맛은 조금 줄여서”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출마선언 이후 쏟아지는 비판에도 ‘전략적 인내’를 내세웠던 모습과 달라지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우리 캠프나 지지층이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인데’라며 방심한 측면이 조금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지사의 ‘옵티머스’ 언급에 대해 이낙연 캠프가 이날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으면서 양측의 갈등은 잠시 휴지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에 대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침묵하고 있어도 사실 이 전 부실장 문제는 이낙연 캠프 쪽에서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라며 “민주당 경선이 이제는 권투보다는 이종격투기처럼 보다 격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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