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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80) 수화(手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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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수화(手話)
이승은 (1958∼)
허공을 가르던 소리, 낱낱의 꽃이 된다

혀가 놓친 말들이
저리 선연히 타올라

살아서
더욱 뜨거운
피가 돌고 있으니······
-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52 ‘술패랭이꽃’

위대한 몸짓 언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TV에서 수화를 보고 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로 일상 멈춤에 들어가고 백신 물량이 동나 접종 예약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현장 생중계 발표가 많이 이루어지고 그때마다 수화 통역사가 등장해 발표 내용을 함께 전한다. 자주 나오는 수화 통역사는 이제 낯이 익기도 하다. 스타 수화사도 탄생하겠다.

시인은 수화가 ‘혀가 놓친 말들이’ ‘선연히 타올라//살아’나고 있다고 보았다. ‘더욱 뜨거운/피가 돌’아 ‘허공을 가르던 소리’가 ‘낱낱의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 수화라는 것이다.

나는 수화가 어떤 것인지를 깊이 공감하고 있다. 수화 통역사는 손짓뿐 아니라 표정과 입 모양을 모두 동원해 소통하고 있다. 오직 소리만 없을 뿐이다. 손으로 웃고, 손으로 울고, 손으로 말하고, 손으로 부르짖는, 그 침묵의 함성에서 나는 소통하고자 하는 정성을, 사랑을 보았다. 수화는 음성 언어보다 더 위대한 몸짓 언어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