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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엉성한 방역·백신 대처로 4차 대유행 빨리 끝내겠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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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은 정부의 섣부른 방역 완화 신호 발신과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 남발 등으로 초래됐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중앙포토]

코로나19 4차 대유행은 정부의 섣부른 방역 완화 신호 발신과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 남발 등으로 초래됐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중앙포토]

어제 청와대 행정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청와대까지 방역망이 뚫렸다. 그제는 하루 1615명이 감염돼 신규 확진자가 거의 매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확산 기세를 좀처럼 꺾지 못해 이런 속도로 계속 간다면 조만간 하루 2000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역별로 거리두기 제각각 풍선효과 우려 #주먹구구 백신 예약, 혼선 다시 없게 해야

특히 감염 속도가 2~3배 빠른 델타 변이 건수가 신규 확진자의 23%를 넘어 8월에는 우세종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주일간 4단계 방역 조치를 가동해 짧고 굵게 끝내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 의구심이 든다.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라는 조치를 빼면 새로 도입한 네 단계 거리두기의 4단계는 백신 접종 확대를 전제로 방역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에 예전 다섯 단계 거리두기의 5단계보다 방역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제안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확정해 지난 1일부터 도입한 완화된 네 단계 거리두기로 확산 차단이 어려울 경우 선제적으로 특별 추가 조치를 내놔야 할 수도 있다.

정부는 어제 세종·전북·전남·경북을 뺀 나머지 광역 행정 단위에 대해 15일부터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은 4단계, 세종·전북·전남·경북은 1단계, 나머지 시·도는 2단계로 거리두기가 제각각이 된다. 지역 간 이동을 막는 봉쇄(lock down)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여름 휴가철 및 학생들의 방학과 겹쳐 4차 대유행 조기 차단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풍선효과를 최소화하려면 수도권과 지방의 거리두기 단계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경청해야 한다.

지난 12일 50대 국민의 백신 접종 예약이 중단된 데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어제 고개 숙여 사과했다. 다행히 질병청은 지난 12일 예약하지 못한 55∼59세 연령층에 대해 어제부터 24일까지 사전예약을 재개했다. 그러나 19일부터 하려던 50∼54세 접종 대상자는 연령 구간을 둘로 나눠 분산 예약하도록 하고, 접종을 1주일 연기했다. 확보된 백신 물량이 빠듯한 상황에서 신청자가 일시에 몰리는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백신 행정이 아직도 우왕좌왕하니 접종 속도가 일본에 추월당하는 것 아닌가.

거리두기 개편안과 백신 인센티브를 발표하면서 완화된 메시지를 내보내는 바람에 4차 대유행을 초래했다고 정은경 청장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정부의 실책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컨트롤타워로서 책임지려 하기보다 “방역에 실패하면 모두의 책임”이라며 물타기에 급급하다. “중대한 재난의 경우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할 근거가 없다”고 했던 문 대통령의 2017년 7월 발언을 국민은 기억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려는 적극적 자세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