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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무보직 억대 연봉 1500명 KBS, 수신료 인상 명분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KBS가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방만한 경영을 해결하려는 자구 노력 없이 수신료를 올리려는 KBS에 대한 반대 여론 또한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KBS가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방만한 경영을 해결하려는 자구 노력 없이 수신료를 올리려는 KBS에 대한 반대 여론 또한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TV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는 KBS의 방만 경영이 또다시 논란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그제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겠다고 주장하는 탓에 국민의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막대한 적자를 해결하려는 구조조정 노력 없이 직원들의 억대 연봉 잔치를 계속해 왔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KBS가 적자라면서도 폴리테이너 김제동씨에게 회당 350만원, 연 7억원의 출연료를 퍼주었다”고까지 언급했다.

상위 직급자 인건비가 수신료의 45% 차지 #고강도 구조조정 없으면 국민 불신만 커져

KBS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현행 월 2500원인 수신료를 월 3800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오랜 적자 상태에 놓인 KBS의 정상화를 위해선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KBS의 구조적 모순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 대신 일종의 준조세인 수신료 인상만을 주장하고 있어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철저한 자구노력 없이 시청자의 지갑에 기대려는 안이한 자세로는 결코 사안을 풀어갈 수 없다.

KBS의 허술한 경영은 연초에 분명하게 입증됐다. 당시 시청료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이 일자 KBS는 “1억원 이상 연봉자는 46.4%며, 이 중 무보직은 1500명 수준이다”고 공식 발표했다. 직원 4480명(6월 기준) 가운데 3분의 1이 무보직으로 매년 1억원 넘게 받아 왔다는 황당한 현실을 자인한 셈이다. “국민의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있다”는 야당의 공세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KBS 직급별 인원 현황’에 따르면 상위 직급 인건비는 연 28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수신료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질의 콘텐트를 제공할 책무가 있는 공영방송 KBS의 존립 이유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KBS는 이번에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면서 인건비 절감, 프로그램 제작비 공개 등 경영 투명성 강화안을 제시했지만 그 실천 여부는 미지수다. 예컨대 양승동 KBS 사장은 경영혁신안에서 2023년까지 정원 1000명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중 900명이 정년퇴직 예정자였다. 게다가 지난해 발표 이후 현재까지 실질적인 인력 감축 조치는 보고되지 않았다. KBS는 지난달 자체 발표한 ‘공론 조사 국민 의견’에서 참가자의 55%가 ‘직원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KBS의 당면 과제는 시청료 인상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 회복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불거지는 공정성·중립성·객관성 논란도 논란이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지난 40년간 수신료가 동결된 이유는 KBS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다.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노력 없이는 향후 남은 절차인 방송통신위원회 통과와 국회 동의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시청자에 대한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