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손흥민 대신 권창훈? 그라운드서 답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김학범호’ 막차를 탄 권창훈은 ‘손흥민 대체자’라는 부담을 이겨내고 있다. 김민규 기자

‘김학범호’ 막차를 탄 권창훈은 ‘손흥민 대체자’라는 부담을 이겨내고 있다. 김민규 기자

권창훈(27·수원 삼성)이 손흥민(29·토트넘) 대신 ‘김학범호’ 막차를 탄 이유를 그라운드에서 입증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충분했다.

올림픽 축구 와일드카드로 발탁 #공격 템포 빨라지는 긍정적 효과 #“책임감 느껴…사고 한번 치고파”

지난달 말 김학범 감독은 이끄는 도쿄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18명)에서 손흥민을 제외됐다. 손흥민은 24세 이하 연령 제한 외 와일드카드(3명)의 유력 후보였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은 황의조(29·보르도), 김민재(25·베이징), 권창훈을 선택했다.

소속팀 토트넘이 손흥민의 차출을 허락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팬들은 의아해했다. 올림픽대표팀에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미드필더 자원이 풍부한 편인데, 권창훈을 뽑은 것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을 뽑는 게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 뽑지 않은 이유는 (손흥민을) 우리가 보호하고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흥민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당장 9월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 예선 일정을 고려하면 손흥민의 체력 부담이 큰 게 사실이었다.

본의 아니게 권창훈은 ‘손흥민의 대체자’가 됐다. 김학범 감독은 권창훈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세트피스에서 득점의 30%가 나온다. 그래서 왼발잡이 세 명(이강인, 이동경, 권창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담스러운 상황을 권창훈은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사고 한번 치고 싶은 마음이다.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집중하고 있다.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선수들은 올림픽 직전에야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황의조와 달리 권창훈은 김학범 감독과 처음 만났다. 사령탑의 전술과 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창의적인 플레이가 강점인 권창훈이기에 적응 시간이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첫 실전은 나쁘지 않았다. 권창훈은 13일 열린 아르헨티나와 평가전 후반 13분 황의조, 이강인(발렌시아)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권창훈이 경기 분위기를 조금씩 바꿨다. 수비진영에서 넘어오는 공을 잘 연결했다. 상대 파울을 유도하고,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도 돋보였다. 권창훈이 들어가자 공격 템포가 빨라졌다.

권창훈은 지난 시즌 소속팀 프라이부르크(독일)에서 많이 뛰지 못했다. 국가대표팀 오스트리아 원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 큰 타격으로 이어졌다. 복귀 후에는 종아리 부상을 입었다.

권창훈은 지난 5월 수원 삼성으로 복귀했고, A대표팀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올림픽대표팀 첫 경기였던 아르헨티나전에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 뒤 “아직 함께 훈련한 기간이 짧다. 그러나 본선에서 (권창훈과 어린 선수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권창훈은 대표팀에서 유일한 올림픽 경험자다. 2016 리우 대회에 출전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멕시코전에선 강력한 왼발슛으로 결승 골을 터트려 사상 첫 조 1위를 이끌었다. 권창훈은 “지난 대회 땐 어린 나이였다. 이번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각오를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