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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산업의 심장, K-배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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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반도체가 우리 몸의 머리라면, 배터리는 몸을 움직이게 하는 심장과 같은 존재다. 사람들은 배터리라는 심장을 가진 스마트폰, 가전, 전기차와 매일 함께하고 있다. 지금의 K-배터리를 있게 만든 제품은 리튬이온 배터리다. 충전해서 다시 사용하는 배터리를 생각하면 된다. 많은 성능 개선을 거쳐 이제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필수품이 되었다.

미래 산업이 전기를 동력원으로 하는 전동화, 무선화, 친환경화 흐름을 타면서 배터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5년 만에 두 배로 커졌고, 앞으로 10년 동안은 8배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은 소형 전지는 10년째 세계 1위,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세계 1, 2위를 다툰다. 각국은 배터리의 미래가치를 보고 기술력, 가격, 생산성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경쟁은 격화되는 반면,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은 거의 정점에 도달했다. 개발된 지 30년이 넘어 큰 폭의 향상을 바라기는 어렵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경쟁국보다 한발 앞서 더 오래가고, 안전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드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라는 퀀텀 점프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기업과 정부는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배터리 1등 국가가 되기 위해 세 가지 방향에서 협업해 나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우선은 독보적인 기술력 확보다. 기업들은 2030년까지 연구개발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정부도 배터리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지원과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 배터리 분야에서 연대와 협력의 생태계를 조성해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이 흔들리지 않게 할 것이다. 800억원 규모의 혁신 펀드를 조성해 중소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핵심 소재를 확보할 수 있게 뒷받침하고자 한다. 나아가 연구설계 인력부터 현장인력까지 아우르는 인력양성 시스템을 구축해 핵심인력을 지키고 키워나가는 데도 힘을 보탤 것이다.

셋째, 새로운 수요 시장을 만들어 산업의 성장판을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이 클 수 있도록 회수, 성능평가, 활용체계를 구축하고, 항공·기계·선박 등 다양한 분야에 배터리 사용처를 늘려 공공 수요와 민간 시장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배터리는 앞으로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탄소 중립과 맞물려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모든 사물에 인터넷이 연결되듯 모든 사물에 배터리가 탑재되는 사물 배터리의 시대가 머지않았다. K-배터리가 미래 산업을 움직이는 뜨겁고 힘찬 심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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