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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49건인데 취소가 70건…여름 ‘트래블 버블’ 날아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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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4일 인천국제공항이 국제선 여행객 감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인천국제공항이 국제선 여행객 감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 성수기를 맞은 항공·여행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초비상이다. 그동안 업계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추진 등으로 ‘훈풍’이 불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항공·여행업계, 4차 유행 직격탄 #“괌·사이판 운항 재개 계획했는데…” #국제선 정상화 구상 다시 빨간불 #국내선까지 줄어들라 노심초사 #LCC 영업적자 “끝 모를 긴 터널”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14일 “다음달 초 괌 노선의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승객이 큰 폭으로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쯤 정상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현재 국제선 노선 35개를 운항 중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110개)과 비교하면 32%에 그친다.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은 오는 24일부터 사이판 노선의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다. 괌·사이판 노선의 상황을 봐가며 국제선을 늘려가겠다는 항공사들의 구상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제주공항은 국내선 여행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이날 제주공항은 국내선 여행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최근 국내선 여행객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선 여행객 수는 306만4000명이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6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달 제주공항 이용자 수는 120만2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89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항공업계에선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국내선 여행객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으로 국내선 예약률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 심리가 위축하면서 (국내선)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로나19) 재유행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있을지 모른다. 여행업계가 정상화하려면 2~3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중견여행사 관계자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된 12일 새로 들어온 국내 (여행상품) 예약은 49건, 취소는 70여 건이었다. (하루) 순계약 건수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의 경우 이 여행사에서 국내 여행상품의 신규 예약은 210건이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델타 변이 관련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 하루 평균 국내 예약은 200~300건이었다. 요즘은 40~50건에 그친다”고 전했다.

2021 상반기 국내·국제 여객 이용객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21 상반기 국내·국제 여객 이용객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상당수 항공·여행 관련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버티기에는 체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1분기에는 대한항공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국내 항공사들이 영업적자를 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분기 영업적자 112억원, 순손실 230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873억원)·티웨이항공(-454억원)·진에어(-601억원)·에어부산(-472억원) 등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다.

정부는 항공업계에 대한 고용유지 지원금 혜택을 3개월 연장했다. 오는 9월까지는 항공사들이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이후가 문제다.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이 끊어지면 상당수 직원을 무급휴직으로 전환하거나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는 끝을 모르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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