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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기아 1억명 늘었는데, 선진국은 “백신 부스터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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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가운데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 13일 보건 요원 이 어린이에게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가운데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 13일 보건 요원 이 어린이에게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 명 중 한 명은 식량 부족, 열 명 중 한 명은 기아.

백신 빈곤국 불황탈출 희망 안보여 #교육 붕괴로 미래 경쟁력도 암울 #이스라엘 3차접종 돌입, 미·영 검토 #WHO “탐욕일 뿐, 백신 불평등 기괴”

최근 유엔이 발간한 ‘식량 안보 및 영양 보고서’의 내용이다.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은 2021년 지구촌의 현주소다. 2000년 이래 꾸준히 떨어졌던 기아와 소득 불평등 수치가 지난해 처음 치솟았다. 팬데믹으로 교류·성장 기회를 박탈당한 빈곤국이나 저소득층이 저성장·양극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국가들의 빈익빈 부익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코로나 백신의 ‘부스터 샷(3차 접종)’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2일 심장이식 환자 등 면역 취약층을 상대로 세계 첫 부스터 샷을 시작했다. 국민 과반수가 접종을 완료했지만 델타 변이가 확산하자 ‘삼중 방어’에 들어갔다. 미국·영국도 검토 중이다. 접종률 50~70%인 선진국의 부스터 샷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미 없는 탐욕”이라고 지적했다. 아프리카·동남아시아에선 1회 접종률이 10% 미만인 나라가 수두룩하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백신 불평등이 기괴할 정도”라고 한탄했지만 경기 회복이 급한 선진국이 이를 포기할지 미지수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심장혈관센터에선 12일 면역력이 약화한 사람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3차 접종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심장혈관센터에선 12일 면역력이 약화한 사람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3차 접종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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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무엇보다 그간의 기아·빈곤 퇴치 노력을 되돌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가디언·워싱턴포스트(WP) 등은 유엔보고서를 인용해 “코로나19로 세계 인구의 3분의 1(약 23억7000만 명)이 식량 부족에, 10분의 1(7억6800만 명)은 기아 상태에 각각 내몰렸다”고 보도했다. 기아 인구는 2000년 이후 2019년(6억5000만 명)까지 계속 감소하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7억6800만 명) 처음으로 1억1800만 명이 늘었다. 아시아 54.4%(4억1800만 명), 아프리카 36.7%(2억8200만 명)로 두 대륙이 전체 기아 인구의 91.1%를 차지했다.

대륙별 백신 접종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륙별 백신 접종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보고서는 코로나19와 더불어 분쟁 증가, 경기 침체, 기후 변동으로 식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시민단체 크리스천에이드의 ‘2020년 가장 파괴적인 자연재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 동부는 메뚜기떼 출몰로 85억 달러(약 9조원)의 식량 피해를 보았다. 홍수와 사이클론 타격도 컸다.

코로나19로 기아에 직면한 인구 증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로 기아에 직면한 인구 증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방역 규제로 직장이나 수입원을 잃은 신종 빈곤층도 나왔다. 유엔 보고서는 그 숫자가 2020년 1억1900만~1억2400만 명이었으며 올해는 1억6300만 명으로 더 늘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 인구의 대륙별 구성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아 인구의 대륙별 구성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교육 문제는 미래 격차까지 벌린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매트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자료를 인용해 코로나19에 따른 학교 폐쇄로 아동·청소년의 미래 수입이 연 2.4%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아시아 아동 3500만 명이 학교를 그만뒀으며, 상당수는 원치 않은 결혼이나 노동시장으로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에 따르면 코로나19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아동 노동이 증가했다. 국제구호기구인 플랜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6월 인도네시아 지방법원에 제출된 미성년자 결혼 신청이 2만4000건으로 2012년의 두 배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더 디플로매트는 “각국 정부는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경제 부양 패키지를 제공해야 하며, 특히 소녀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현금 인센티브 제공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보고서는 “식량 안보와 경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 과감하고 대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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