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쿠바..코로나가 세상 바꾼다

11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몸싸움 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바 시위 직접원인은 식량난..코로나 '관광단절' 이 직격탄 #미국 제재, 경제난, SNS와 젊은층 인식변화까지..북한 비슷 #

1.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가장 약한 고리가 먼저 터졌습니다. 쿠바입니다. 지난 11일 공산주의혁명 이래 가장 심각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14일 사망자까지 발생했습니다. 쿠바 정부가 인터넷통신망을 단절하는 바람에 정확한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쉽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생존문제가 걸려있는데..해법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2. 직접적 원인은 식량난입니다. 11일 시위대들은 ‘빵’을 외치며 시작됐고, 급기야 ‘자유’를 외쳤습니다.
식량난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입니다. 거의 모든 국민이 직간접으로 관광업에 종사하는 쿠바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습니다. 재정난을 겪게된 정부가 화폐개혁을 하는 바람에 암시장이 뒤집어지고 물가가 급등했습니다. 설상가상..비료부족으로 쿠바의 최대수출품인 사탕수수 수확이 올해 30%나 줄었다고 합니다.

3. 쿠바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습니다.
현재 쿠바 지도자는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의장입니다. 1959년 쿠바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켰던 카스트로 형제가 60년간 통치를 끝내고 물러나면서 지정한 후계자입니다. 그는 2019년 헌법을 바꾸는등 변화와 개혁을 추구한다고 노력해왔지만..현실은 코로나의 급습이었습니다.

4. 디아스카넬은 11일 대국민연설에서‘미국 정부가 현상황의 주요책임자’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미국도 분명 책임이 있긴 합니다. 미국의 제재가 쿠바를 옥죄어온 건 사실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국교정상화에 합의하고 관광자유화도 했습니다만..트럼프 정부 들어서면서 그 이전보다 더 악화됐습니다. 관광과 송금 등을 제한하다가..트럼프는 물러나기 며칠전 쿠바를 ‘테러지원국’에 포함시켰습니다.

5. 코로나와 미국, 다음으로 꼽을만한 배경은 바로 SNS입니다.
이것 역시 미국이 제공자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관계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비행기 직항노선과 관광크루즈가 풀리면서 미국관광객이 쿠바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달러와 함께 스마트폰도 같이 들어왔습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SNS가 급속히 퍼졌습니다. 반정부 성향의 젊은 인플루언서들도 등장했습니다. 쿠바의 노인들은 여전히 카스트로의 혁명가를 기억하고 있기에..쿠바의 세대간 갈등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6. 상황이 간단치 않은 건..코로나도, 경제난도, SNS로 달라진 젊은층의 생각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순으로 정리하자면..2014년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스마트폰이라는 선물을 통해 사이버세상을 열어제쳤고..2017년 트럼프는 열렸던 쿠바와의 관계를 거꾸로 돌림으로써 고통을 배가시켰고..2019년 코로나가 결정타를 날렸고..2021년 쿠바 정부는 화폐개혁이란 승부수를 던졌는데..결과적으로 식량난을 초래한 셈입니다.

7. 쿠바 사태가 터지자 전세계가 일제히 미국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이 해결자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당장 코로나 신규확진자가 하루 7천명에 이르는 상황을 진정시키려면 백신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수백가지로 쳐놓은 제재의 그물을 거둬주어야 합니다.

8. 바이든은 오바마가 쿠바와 관계정상화할 당시 부통령이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관계개선을 약속했었습니다. 그러나 당선 이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왔습니다. 중국 러시아와 싸우느라..쿠바는 관심사 밖이었습니다.
바이든의 대응을 결정하는 건 결국 미국내 정치와 여론일 겁니다. 공화당 강경파는 제재완화에 반대합니다.

9. 쿠바인의 생존이 미국 정치에 달려있다는 건 슬프지만 현실입니다.
그리고 쿠바 다음으로 약한 고리로..북한이 떠오르는 것 역시 현실입니다. 미국의 오랜 제재와 식량난, 이미 퍼져버린 장마당과 스마트폰까지..공식적으로 코로나 환자가 없다지만..김정은의 다이어트가 심상치 않게 보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07.14.

[오병상의 코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