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철조망 만리장성 세웠다…中 "코로나·밀입국 방어 강화"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14:35

업데이트 2021.07.14 15:07

중국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시가 미얀마와 접한 국경 500㎞에 설치된 철조망에 폐쇄회로 카메라가 24시간 불법 월경자를 감시하고 있다(왼쪽). 장벽에 설치된 조명등이 야간에 불을 켜 밀입국자를 막고 있다고 현지 네티즌들이 SNS를 통해 전했다. [웨이신 캡처]

중국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시가 미얀마와 접한 국경 500㎞에 설치된 철조망에 폐쇄회로 카메라가 24시간 불법 월경자를 감시하고 있다(왼쪽). 장벽에 설치된 조명등이 야간에 불을 켜 밀입국자를 막고 있다고 현지 네티즌들이 SNS를 통해 전했다. [웨이신 캡처]

만리장성의 나라 중국에서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시가 미얀마 접경에 500㎞에 이르는 철조망을 구축했다. 불법 월경하는 미얀마인을 막고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철조망엔 인공지능(A.I.) 스마트 경보 기술이 도입돼 진동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경보음이 울린다는 목격담도 나온다.

미얀마 접경지역 ‘강철장성’ 불 밝혀
AI 감지기 가동…불법 입국자에 경고
“탈북자 코스와 무관…이동 막혀 무용”

관련 소식은 소셜네트워크(SNS)로 먼저 전해졌다. 아이디 ‘란징라오스(藍鯨老濕)’의 네티즌은 13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해 최근 윈난성이 500㎞의 국경 장벽을 구축했다“면서 “500㎞를 한 달 만에 완공한 ‘신시대 방역 만리장성’” “‘철조망 강철 장성’의 기세에 호평이 쏟아진다” 등의 극찬을 덧붙였다. 현지 주민들은 밤에도 대낮처럼 조명을 켜고 감시를 위해 24시간 가동 중인 폐쇄회로 카메라 사진을 속속 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 상라볜(尙腊邊) 루이리 시장은 8일 중국중앙방송(CC-TV) 인터뷰에서 “국경선에 기술적 방역을 강화했다”며 “방역을 강화하기 위해 이중 방어선을 건립했다”고 밝혀 ‘남방 만리장성’ 완공을 시사했다. 지난 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 연설에서 언급한 ‘강철 만리장성(鋼鐵長城)’을 떠올리게 하는 남방 장성은 코로나19 방역이 가동을 앞당겼다.

삼면이 미얀마와 국경을 이루는 루이리 시는 지난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7일 0시를 기해 세 번째 록다운(전주민 재택 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확진자 발생은 지난해 9월과 올해 3~4월에 이어 세 번째다. 14일 0시까지 현지 확진자 61명, 무증상 감염 1명이 확인됐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방역 실패를 이유로 현지 일인자인 궁윈쭌(龔雲尊) 루이리시 당서기가 당 직위를 박탈당한 채 한직인 조사연구원으로 강등당했다.

중국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시가 미얀마와 접한 국경 500㎞에 설치된 철조망. 고압 위험이라는 경고 문구가 선명하다. [웨이신 캡처]

중국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시가 미얀마와 접한 국경 500㎞에 설치된 철조망. 고압 위험이라는 경고 문구가 선명하다. [웨이신 캡처]

관영 매체는 아직 만리장성 완공 사실을 공식 보도하지 않고 있다. 미얀마 국민의 대중(對中) 여론을 자극해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이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루이리·리장(麗江)·가오리궁산(高黎貢山) 등 산맥 지대 600여 ㎞에 장벽을 쌓는 남방 만리장성 프로젝트 자체는 공공연히 알려진 바다. 홍콩 명보도 지난 9일 남방 만리장성 구축 사실을 보도하며 “장벽은 지난해 초부터 건설을 시작했다. 루이리의 많은 공무원과 가족이 국경 수비에 동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블로거 위안팡칭무(遠方青木)가 12일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글에 따르면 7월 들어 다시 확진자가 발생하자 루이리 국경 전역에서 야간에 마치 고대 국경의 성화대와 같이 철조망 장벽의 조명등이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는 인구 10만의 루이리시가 지난 3월 확진자가 발생하자 시 소속 공무원 전원이 169㎞ 국경에 나가 506개 통제소를 설치했지만, 불법 월경하는 미얀마인을 100%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지난 7일 세번째 록다운에 들어간 중국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시. 삼면이 모두 미얀마와 접해 있어 그동안 불법 출입국 코스로 이용되어 왔다. [비리비리 캡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지난 7일 세번째 록다운에 들어간 중국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시. 삼면이 모두 미얀마와 접해 있어 그동안 불법 출입국 코스로 이용되어 왔다. [비리비리 캡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지난 7일 세번째 록다운에 들어간 중국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시. [CC-TV 캡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지난 7일 세번째 록다운에 들어간 중국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시. [CC-TV 캡처]

그는 “국경 장벽에 방역 인공지능(A.I.) 스마트 경보 기술을 도입하고, A.I. 동작 탐지기를 활용, 철조망에 진동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경보음이 울린다”며 “중국어와 미얀마어로 ‘당신은 이미 중국 국경 통제 구역에 들어왔다. 즉시 나가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며 이후 사태는 자기 책임이다’라는 위협적인 경고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지난 7일 세번째 록다운에 들어간 중국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시. [웨이보 캡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지난 7일 세번째 록다운에 들어간 중국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시. [웨이보 캡처]

이와 관련 대만 연합보는 9일 “남방 철조망 장성은 민간 중국인의 탈출을 막고, 역외 종교 및 적대 세력의 중국 침투를 막기 위해 세워졌다”며 “오래전부터 루이리에서 국경을 넘어 메콩강을 이용하는 태국 루트가 가장 흔한 망명 코스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미얀마 국경 철조망 장성은 탈북자 탈출 루트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탈북자 실태에 밝은 김영수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기존 탈북자 루트는 미얀마 국경이 아닌 루이리보다 남쪽인 라오스 루트였다”면서도 “코로나19 이후 북·중 국경이 막히고, 중국에서 전자신분증이 일반화되면서 윈난까지 가는 탈북자 이동 루트가 사실상 모두 막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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