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억 마리 죽이는 '샥스핀' 요리, 서울 7개 호텔서 판매중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14:28

업데이트 2021.07.14 15:03

샥스핀을 얻기 위해 상어를 포획하는 모습. 사진 환경정의재단

샥스핀을 얻기 위해 상어를 포획하는 모습. 사진 환경정의재단

흔히 ‘샥스핀’으로 부르는 상어 지느러미는 오랫동안 고급 식재료로 꼽혀왔다. 하지만 인간이 음미하는 샥스핀 요리 뒤엔 수많은 상어의 희생이 뒤따른다. 산 채로 붙잡힌 뒤 지느러미만 뺏긴 채 죽음을 맞이해서다. 이처럼 맛과 환경 윤리를 맞바꾼 샥스핀 요리가 국내 특급호텔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 샥스핀 요리 중단 촉구해
상어 포획 후 지느러미 자르고 몸통 버려

먹이 사슬 균형 붕괴, 해양 생태계 '위기'
열악한 조업 과정서 인권 유린도 공공연

환경운동연합은 14일 '상어 인식 증진의 날'을 맞아 샥스핀 요리 판매 중단을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소재 호텔 중 롯데호텔 서울, 롯데월드 롯데호텔, 서울 신라호텔, 그랜드워커힐 서울, 코리아나 호텔, 웨스틴 조선 서울, 조선 팰리스 등 7곳에서 샥스핀 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단체가 향후 판매 계획을 물었더니 서울 신라호텔을 제외한 나머지 6곳이 무응답이었다고 한다. 신라호텔 측만 "샥스핀 대신 건전복을 사용한 대체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샥스핀을 사용하지 않는 걸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샥스핀을 얻기 위해 상어를 포획하는 모습. 사진 환경정의재단

샥스핀을 얻기 위해 상어를 포획하는 모습. 사진 환경정의재단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2016년 서울 12개 호텔에서 샥스핀 요리를 판매했지만, 5년 만에 7곳으로 줄었다. 김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샥스핀 요리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호텔들은 여전히 비윤리적인 샥스핀 판매를 이어가며 변화한 시민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양학자 보리스 웜이 발표한 자료(2013년)에 따르면 매년 상어 1억 마리가 샥스핀 조업으로 죽는다. 해상에서 상어를 포획한 뒤 지느러미만 자르고 몸통은 바다에 버리는 식이다. 헤엄칠 지느러미가 잘려나간 상어는 결국 바닥에 가라앉아 최후를 맞이한다.

상어가 점차 사라지면 해양 생태계도 흔들린다. 전 세계 상어 종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최상위 포식자인 상어가 사라지면 차순위 포식자 개체 수가 급증하게 된다. 이러면 먹이 사슬 균형이 무너지고 해양 생물들의 질서가 흐트러질 수 있다.

지난 4일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상어 보호를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다. EPA=연합뉴스

지난 4일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상어 보호를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다. EPA=연합뉴스

샥스핀 조업은 상어에게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열악한 조업 과정에서 인권 유린이 공공연하게 나타나곤 한다. 지난해 알려진 중국 어선 '롱싱 629호' 사건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샥스핀 조업을 하던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하루 18시간 넘는 노동 착취에 시달렸다. 결국 호흡곤란 등의 이상 증세가 나타났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선상에서 숨진 3명의 시신은 바다에 유기됐다. 미국 정부는 올 5월 롱싱 629호가 소속된 다롄오션피싱 선단에서 어획한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조진서 공익법센터 어필 캠페이너는 "상어를 불법 포획하는 원양어선은 관리·감독의 눈을 피해 다니기 때문에 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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