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자동차 머리 받침대에 딱 붙이세요. 그래야 안 아파요”
14일 오전 9시쯤 인천시 서구 아시아드 주 경기장. 푸른색 전신 가운을 입은 의료진이 같은 내용의 당부를 반복했다. 보라색 수술용 장갑에 일회용 장갑까지 걸친 그의 손에는 면봉이 들려 있었다. 자동차에 탄 남성에게 다가가 능숙한 솜씨로 면봉을 움직인 지 십여 초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검사가 끝났다.
의료진 고모(27)씨는“면봉으로 코를 찌르면 아프다 보니 검사자가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차에 탄 검사자들에게 머리 받침대에 몸을 기댄 뒤 고개를 살짝 젖히라고 한다”고 말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이날 아시아드 주 경기장엔 이른 시간부터 장사진이 펼쳐졌다.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차량이었다. 지난 13일 인천시는 아시아드 주 경기장 외곽에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검사대상이 늘어나자 1년 2개월 만에 드라이브 스루 카드를 꺼냈다.
무더위·감염 덜 노출돼 선호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시간 야외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게 장점이다. 차례대로 선별진료소에 진입해 인적사항 등을 적은 뒤 이동해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5분. 검사시간은 30초 이내다. 줄 서는 동안 외부 노출을 최대한 피할 수 있어서 감염과 더위를 모두 피할 수 있다.
이날 선별진료소를 찾은 이들 중에도 가족 단위 검사자가 많았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김모(44)씨는 “어머니가 검사 통보를 받았다. 나이 많은 어머니가 걱정돼 차를 타고 같이 검사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한 차량에 탄 여러 명을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김모(38)씨는 “3인 가족 모두가 검사대상이 됐다”며 “아이가 어려서 줄 서는 게 걱정이었는데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그나마 대기시간이 짧아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사실상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한 상황에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감염자 선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3~5월 인천 선학경기장에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운영했다. 당시 2000여명이 검사를 받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운영 효과를 살펴본 뒤 보완할 부분은 보완하고 추가설치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검사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식은 김진용 인천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코로나19 국내 1번 확진자의 주치의인 김 과장은 학회에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안전을 지키면서 검사·진료 속도를 높이기 위해 운동장에 선별진료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을 접한 칠곡 경북대병원이 내부 논의를 거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검사를 시작했고 뒤이어 전국 지자체가 차례로 드라이브 스루 선료소를 설치했다.미국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드라이브 스루는 모범 사례로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