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 주3일만 운영, 오픈하자마자 매진되는 '이 곳'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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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Note
박지호 대표를 처음 본 건 피크닉(piknic)에서 열린 전시 행사에서였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브랜드를 오랜 시간 좋아해왔다는 게 느껴지는 모더레이팅이었죠. 매거진  편집장이었던 그는 몇년 전부터 '박지호의 심야살롱', '심야책방'을 운영하며 감도 높은 공간에서 좋은 콘텐츠와 크리에이터, 브랜드를 밀도 있게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러다 2년 전 중림창고에 첫 기획 공간인 '어반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오픈했는데, 바로 코로나가 닥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점을 바탕으로 박지호 대표는 2021년 5월, 코로나 한복판에서 두번째 공간 '영감의 서재'를 열었고, 연일 매진 사례를 낳고 있습니다.

이번 스토리북은 지난 가을 연재했던 〈박지호가 만난 미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후속 기획으로, 코로나 이후 공간 기획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거리두기 속에서도 사람들이 앞다퉈 찾는 공간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 첫 편으로 '영감의 서재'를 찾아가 자세한 기획 스토리를 물었습니다. 박 대표는 코로나 이후 좋은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들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원래 여행사 사무실이었던 영감의 서재 공간은 국가 유적으로 지정된 신아기념관 내부에 위치해 있다. 정동길을 걷다가 박물관 느낌이 나는 오래된 건물의 계단을 올라 102호 문을 열면 비밀스러운 공간이 펼쳐진다. ⓒ송승훈

원래 여행사 사무실이었던 영감의 서재 공간은 국가 유적으로 지정된 신아기념관 내부에 위치해 있다. 정동길을 걷다가 박물관 느낌이 나는 오래된 건물의 계단을 올라 102호 문을 열면 비밀스러운 공간이 펼쳐진다. ⓒ송승훈

코로나 이후 공간 기획에서 달라진 점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두번째 공간을 과감히(!) 오픈했습니다.

크게 2가지 동기가 있었죠. 먼저 첫 기획 공간이었던 중림창고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점들이 있어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공간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고요. 다만, 조금 더 개인적인 시각과 취향이 담긴 공간 프로젝트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테스트 목적으로 2020년 10월 성공회 성당 마당에서 하루동안 팝업처럼 '영감의 서재'를 열었는데, 반응이 괜찮았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들이 실현 가능할 수 있겠다는 자신을 얻었습니다.

2020년 10월 성공회성당에서 열렸던 영감의서재 (출처: 인스타그램 #영감의서재 해시태그 캡처)

2020년 10월 성공회성당에서 열렸던 영감의서재 (출처: 인스타그램 #영감의서재 해시태그 캡처)

두번째는 준지 타니가와의 강연을 들었던 폴인 컨퍼런스를 들고 싶어요. 제가 해보고 싶은 공간 기획들이 해외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용기를 얻었습니다. 또, 2021년 1월 진행했던 폴인세미나에서는 코로나 이후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도를 직접 확인했고요. 이런 부분들이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바로 두번째 공간을 오픈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기획 면에서 코로나 이전과는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영감의 서재에는 의도적으로 상업/판매 기능을 뺐습니다. 한 단계 진화한 셈이죠. 더 이상 사람을 많이 모으는 걸 모든 공간의 성공 요소로 볼 수 없어요. 또, 제가 대중에게 직접 판매하는 포지션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제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종류는 3가지예요. 공간과 콘텐츠, 그리고 브랜딩인데요.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공간이 끝났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공간의 가치와 필요성은 증대될 거라고 예상해요. 코로나 이후에 좋은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날 겁니다. 실제로 이미 그렇게 전개되고 있고요. 꽤 오래 전부터 현대카드를 필두로 브랜드 페르소나를 표현하기 위한 공간이 선보여지고 있었죠. 최근엔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심야책방을 진행할 때 기업에서 200~300명을 모객해줄 수 있냐고 문의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팬데믹 이후 더현대서울이 오픈하면서 오프라인 공간의 흐름이 한번 바뀌었습니다. 준지 타니가와가 이야기한 '소규모 집객'이 새로운 조건이 된 거죠. 그 공간에 오래 머물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됐어요. 브랜드들도 접근하는 시각이 바뀔 수 밖에 없어요.

″공간의 가치와 필요성은 증대될 거라고 예상한다″고 말한 영감의 서재 박지호 대표. ⓒ송승훈

″공간의 가치와 필요성은 증대될 거라고 예상한다″고 말한 영감의 서재 박지호 대표. ⓒ송승훈

지난 폴인세미나 때 감도 높은 공간의 조건으로 4가지를 꼽아주셨어요. ①맥락이 있는 좋은 입지 ②기획자 ③공간의 디테일 ④기획자와 1차 타깃이 잘 맞는지가 그것입니다. 특히 부동산 가치가 조금 낮더라도 역사적, 지리적으로 좋은 맥락을 가진 곳이 중요하단 말씀이 기억납니다. 그런 점에서 이곳 정동 신아기념관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네, 정동은 팝업 때부터 주목하게 됐어요. 중림창고가 있었던 중림동도 좋지만, 정동의 분위기를 더 선호합니다. 서울에서 제가 바랐던, 호젓하고 여유가 있으면서 공간 자체의 역사성을 가진 거의 유일한 동네가 아닌가 싶어요. 전 요즘 힙한 동네인 을지로나 성수동의 날 선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콘셉트라고 하면서 벽을 뜯고 그대로 노출시킨 게 전부라던지 이런 공간들은 차별점도 없고 집중이 잘 안되더라고요.

정동길에 위치한 박물관 느낌이 나는 오래된 건물, 신아기념관의 외관. ⓒ송승훈

정동길에 위치한 박물관 느낌이 나는 오래된 건물, 신아기념관의 외관. ⓒ송승훈

공간의 면적이 크진 않은데, 편안하면서도 머물고 싶은 아늑함이 느껴져요.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점에 둔 건 무엇인가요?

식물과 그림을 많이 배치했습니다. 오래된 건물 특유의 황량한 느낌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화분이 떠올랐어요. 그린그로우가든과 협업해서 잎이 얇으면서도 생존력이 강한, 심플한 느낌의 화분을 다양하게 배치해보니 공간의 디테일이 잡혔죠.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이런 작은 것들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더현대서울 역시 가드닝이 화제가 됐는데, 초록 식물들이 주는 위로나 위안이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주기적인 콘텐츠 큐레이션에 맞춰, 가변성에 초점을 뒀습니다. 콘텐츠가 바뀔 때마다 공간도 변화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야 했죠. 주제에 따라 다른 콘텐츠를 채울 수 있는 지류함과 이동 가능한 가구를 쓰고, 화분조차도 바퀴를 달았습니다. 공간 내부 이동이 자유롭게 만들고, 최대한 인테리어 요소를 덜어냈어요. 책장도 낮게 배치했고요. 책으로 압도하는 공간은 자율성을 해칠 수 있으니까요. 집기와 오브제, 화초 정도만 인테리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영감의 서재의 주된 오브제 중 하나는 루이스폴센인데요. 간접 조명을 제대로 활용해보고 싶어서 100% 간접조명을 구축했어요. 루이스폴센은 브랜드와 오브제가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영감의 서재의 주된 오브제, 루이스폴센 조명(위)과 식물(아래) ⓒ송승훈

영감의 서재의 주된 오브제, 루이스폴센 조명(위)과 식물(아래) ⓒ송승훈

"공간에 콘텐츠가 흐르게 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4가지 조건 중 2번째, 기획자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 곳은 대표님의 취향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콘텐츠로 채워져 있습니다. 콘텐츠 큐레이션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공간을 기획할 때부터 1개월 내외로 주제를 바꾸는 걸로 정했어요. 5, 6년간 공간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점이 국내에서 공간에 대한 관심은 오직 인테리어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는 거예요. 비용을 많이 들여서 공간을 만들었는데 일회성 방문에 그치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공간을 플랫폼으로 생각하고 내부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큐레이션해주거나 순환해서 경험하게 하는 것이 공간을 지속적으로 방문하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에 콘텐츠를 흐르게 하는 거죠.

디자인 서적과 한국의 오래된 소설집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서재 영역 ⓒ송승훈

디자인 서적과 한국의 오래된 소설집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서재 영역 ⓒ송승훈

그런데 공간의 콘셉트를 잡고 콘텐츠를 채울 때, 자신만의 관심사나 취향에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영감의 서재 102의 첫 달 주제는 '모던'이었는데요. 국내에서는 거의 학술적으로 다뤄지거나, 대중문화 사이에서 조금씩 소비되는 상황이라 모던에 대해 제대로 얘기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정동과 모던이란 주제도 어울리고, 한국의 모던뿐 아니라 1900년대 초중반의유럽의 모던을 담은 콘텐츠들이 함께 있을 때 충돌되는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방문하시는 분들 성향에 따라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도 제각각이에요. 디자인이 업인 분들은 디자인 서적만 보시고요. LP만 듣다 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영감의 서재는 도심의 번잡함을 벗어나 정갈한 분위기에서 잠시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공간이다. 인터뷰를 진행 중인 박지호 대표(오른쪽)와 도헌정 폴인 에디터(왼쪽) ⓒ송승훈

영감의 서재는 도심의 번잡함을 벗어나 정갈한 분위기에서 잠시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공간이다. 인터뷰를 진행 중인 박지호 대표(오른쪽)와 도헌정 폴인 에디터(왼쪽) ⓒ송승훈

취향 기반의 공간을 기획한다는 것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요.

사실 모든 콘텐츠는 주관적입니다. 다만 이 주관성을 객관적인 필터로 검증해서 사람들에게 인식되게 하는 게 중요하죠. 왜냐하면 어떤 공간이나 기획도 개인이나 집단이 갖고 있는 취향, 콘텐츠, 시각, 맥락 이런 것에서 출발해야만 차별화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모든 공간은 일정 부분 기획자의 취향을 기반으로 합니다.

상업 공간이라고 해서 많이 팔겠다는 시각으로 접근하면 대부분 실패해요. 출발 시점부터 타 공간과 어떻게 다른 층위, 시각을 가지느냐가 공간에 오는 사람들에게 미묘하게 전달되는데요. 이건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는 부분이죠. 시간을 가지고 읽고 해석하는 게 아니라 0.5초~1초 사이에 직관적으로 그 공간만의 느낌을 주려면 기획자의 남다른, 유니크한, 특별한 시각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만든 주체, 기획자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던 겁니다. 기획의 출발이 여기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죠.

다만, 개인의 취향이나 시각이 과도하게 들어간 경우 과시적인 공간이 될 위험도 있습니다. 소수의 갤러리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죠. 그래서 주관에서 출발해서 객관이란 필터를 겪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향이 필수적이긴 하지만, 취향만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도 쉽지 않죠.

네, 특히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기에는 특정 타깃에게 닿을 수 있는,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필요해요. 상업적으로 의미가 없다면 공간의 의미가 없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비즈니스가 아니니까요. 반대로, 공간을 찾는 고객들의 반응을 통해서 제가 어떤 걸 배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던을 주제로 큐레이션한 콘텐츠가 지류함에 진열되어 있다. ⓒ송승훈

모던을 주제로 큐레이션한 콘텐츠가 지류함에 진열되어 있다. ⓒ송승훈

인스타그램 통한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이유

영감의 서재는 주3일만 예약제로 운영 중인데, 경쟁이 치열하더군요.

(후략)

※이 콘텐츠는 지식플랫폼 폴인 fol:in의 〈박지호의 '코로나 이후 공간 기획'〉 1화 중 일부입니다.

■ 코로나 이후의 공간 기획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팬데믹은 오프라인 공간의 위기를 불렀지만 한편으로는 기존에 없던 공간들이 새롭게 출현하는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박지호 대표는 코로나 이후에도 공간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좋은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들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MZ세대를 포함, 사람들이 모이는 새로운 공간들을 기획한 기획자들의 영감과 인사이트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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