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한명숙 결론 넉달만에 뒤집었다…"檢 제식구 감싸기"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11:16

업데이트 2021.07.14 14:54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 전 총리 왼쪽으로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 전 총리 왼쪽으로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검사를 갑작스럽게 교체함으로써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합동 감찰 결과를 직접 발표하면서다. 그는 “수사팀이 법정 증인들을 100여회 소환해 증언연습을 시킨 사실이 확인됐다”며 대검의 두 차례 무혐의 결론을 사실상 뒤집었다.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감찰 결과 발표

검찰 안팎에서는 6년 전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유죄 판결하고 대검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의 감찰을 밀어붙여 여권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한 전 총리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범계 “임은정 ‘범죄’보고 무시·교체…‘제 식구 감싸기’”

박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감찰 결과를 발표하며 “공소시효 완성이 임박한 상황에서 의욕적으로 조사해온 검사를 갑작스럽게 교체함으로써 조사 혼선 및 소위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임은정 검사가 지난해 9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부임한 뒤 한명숙 전 총리 정치자금 수수 수사팀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을 조사하다가 지난 3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서면 지시로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한 것을 두고서다. 대검은 당시 “사건 배당은 검찰총장의 권한”이라며 “원래도 사건을 임 연구관에게 배당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박 장관은 또 “(모해위증) 민원사건 처리 과정과 대검 부장회의 과정에서 다수의 절차적 정의가 침해됐다”며 사례로 3월 19일 대검 부장회의 종료 45분 만에 구체적 회의내용이 특정 일간지에 단독보도됐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해 재소자 민원을 인용해 “한만호 사건은 검찰의 공작으로 날조된 것으로 상상할 수 없는 추악한 검찰의 비위와 만행이 저질러졌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 공판 전 동료 재소자 김모·최모·한모씨에 대한 100여 차례 반복 소환 및 증언 연습, 부적절한 편의 제공이 있었다”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당시 수사팀이 이들을 상대로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교사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다만 “공소제기 이후 검사의 참고인 조사는 부적절한 증언 연습이라 볼 수 있고 증인 기억이 오염되거나 왜곡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며 “증인 사전면담을 최소화하고 면담 내용 기록·보존하도록 개선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검찰이 과거와 단절하고 완전히 새로운 미래검찰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누구를 벌주고 징계하려는 합동감찰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까지 났지만, 지난 4월 총선 이후 여권에서 자금 제공자였던 건설업자 한만호씨의 증언 번복을 앞세워 한명숙 수사팀이 관련자들에게 위증을 강요한 의혹이 짙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인 추미애‧박범계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이어졌고, 그럼에도 무혐의로 결론 나자 고강도 합동 감찰을 지시한 지 4개월여 만에 결론을 공개하는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수사 지휘권 발동 다음날 한명숙 전 총리의 2011년 1심 재판과정에서 모해위증 의혹 관련 6000쪽 분량 감찰 기록을 직접 검토하는 모습을 공개했다.[페이스북]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수사 지휘권 발동 다음날 한명숙 전 총리의 2011년 1심 재판과정에서 모해위증 의혹 관련 6000쪽 분량 감찰 기록을 직접 검토하는 모습을 공개했다.[페이스북]

“악의적 수사상황 유출 좌시 않겠다” 피의사실 공표 으름장

박 장관은 별도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도 거론했다. 이날 박 장관은 “특히 악의적 수사상황 유출행위는 반드시 찾아내 엄단하겠다”며 “공보관이 아닌 사람이 수사의 초·중기에 수사의 본질적 내용을 수사 동력 확보를 위해 여론몰이식으로 흘리는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처분 과정에서 일부 연구관만 참석시킨 의사 결정과 대검 회의 내용이 특정 언론에 유출돼 절차적 정의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면서다.

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도 “피의사실 유출에 방점이 있다”며 “피의사실 ‘공표’라고 하는데 그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피의사실 ‘유출’”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지난 3월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기소 여부를 논의한 대검 부장회의 표결 결과 유출 경위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지난 4월에는 이른바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수사 상황이 언론에 유출된 경위를 살피라는 지시를 검찰에 내렸다. 지난 5월에는 이성윤 고검장 기소 직후에도 ‘공소장 유출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며 감찰을 지시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과 관련한 내부 합의를 소셜미디어에 수차례 공개한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 친정부 검사들의 공무상 비밀 누설 행위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권력 수사가 생중계되는 것도 문제지만, 권력 수사는 ‘깜깜이’로 진행하거나 수사 정보를 통제하는 건 더 문제’(박준영 변호사 페이스북)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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