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의 '더 모닝'] 백신 구매 책임자가 도대체 누군가요?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08:21

 안녕하세요? 오늘은 코로나19 백신 확보 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중앙포토]

 조금 전인 오후 9시 기준으로(13일 밤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440명이라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하루 확진자가 1500명이 넘을 게 분명해 보입니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하루 2000, 3000명이 될 것 같습니다.

‘람다’라는 변이 바이러스가 남미 전역에 퍼졌고 미국과 캐나다를 거쳐 북반구로 전파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종식이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결국 함께 살아가는(with Corona)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우울한 이야기가 자주 들립니다.

지금 의지할 것은 백신밖에 없는데 70%의 국민은 1차 접종도 받지 못했습니다. 2차 접종까지 받은 국민은 10% 정도입니다. 정부의 실패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지겹습니다. 이제라도 백신 확보에 모든 능력을 다 쏟아붓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부에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백신 구매의 총책임자인가요? 화이자ㆍ모더나와는 누가 연락을 하는 건가요? 백신 확보를 위해서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민간의 전문가들이 이 일을 돕고 있나요? 그냥 공무원들끼리 하는 건가요?

지난해 12월 29일에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으로 직접 대화해 모더나 백신 2000만 명분을 구했다고 브리핑했습니다. 지금도 대통령이 협상 업무를 직접 챙기는 건가요? 아니면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책임자인 김부겸 국무총리가 총괄하고 있습니까?

미국과 이스라엘을 보면 백신 구매 최종 결정권은 보건부 장관에게 있던데 우리도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주를 책임지고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왜 백신 수급 상황은 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설명하나요?

의문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그중 화이자ㆍ모더나와의 협상을 누가 하고 있으며, 계약된 물량 조기 확보를 위해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제일 궁금합니다. 정부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니 ‘복지부 담당 공무원이 화이자ㆍ모더나와 e-메일 주고받는 게 하는 일의 거의 전부 아닐까’라는 불온한 생각마저 듭니다.

올해 초에 영국에서 보도된 기사를 보면 그 나라 정부는 백신 구매 업무의 총괄 책임을 케이트 빙엄이라는 민간인에게 맡겼습니다. 빙엄은 ‘SV 헬스 인베스터스’라는 벤처캐피털(VC)의 대표입니다. 의약 분야 투자 컨설턴트로 오래 일해 온 인물입니다. 제약 분야에 넓고 촘촘한 네트워크를 가진 업계 마당발을 정부가 영입한 겁니다.

그가 영국 백신 태스크포스(TF) 의장직을 맡았습니다. 그는 영국 관료들이 세워놓은 모더나 백신 우선 구매 계획을 수정해 화이자 물량을 먼저 확보하도록 했습니다. 화이자가 먼저 백신 생산에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화이자가 4개월 빨랐습니다. 빙엄의 선견지명 덕에 영국에선 지난해 12월 초부터 백신 접종이 가능했습니다. 관료들이 해외 제약회사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빙엄이 완벽히 주도권을 쥐었고, 그게 백신 조기 확보로 이어졌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백신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의료 분야에 백신 제조사와의 협상에 도움이 되는 빙엄 같은 인물이 없다면 필수 물자 확보에 경험이 많은 기업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길 바랍니다. 백신은 내년에도 후년에도 계속 맞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장기적 수급 전략이 필요합니다.

차라리 대기업 한둘을 지정해 백신 확보를 부탁했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 기업 특유의 돌파력을 발휘해 어떻게든 해결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과도한 기대일 수도 있으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은 다 시도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50대 백신 접종 예약 중단도 근본적으로 백신 부족 때문입니다. 예약 중단 사태의 경위를 설명한 기사를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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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늑장 백신이 결국…50대 모더나 예약중단 불렀다
 “처음부터 선착순이라고 알려주든가, 나이 순으로 예약을 받든가 했어야죠. 사람 골탕 먹이려고 작정한 건가요.”

 55~59세 대상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사전 예약을 받은 지난 12일 오전 홈페이지에 ‘서비스 접속 대기’ 문구가 떠 있다. [뉴시스]

55~59세 대상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사전 예약을 받은 지난 12일 오전 홈페이지에 ‘서비스 접속 대기’ 문구가 떠 있다. [뉴시스]

직장인 김모(58·경남 창원시)씨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모더나 백신 접종 예약이 시작됐던 지난 12일 0시부터 모니터 앞에 앉아 새벽 2시까지 계속 예약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김씨는 “며칠 여유가 있으니 퇴근 후 다시 시도해 보려고 잠을 청했는데 갑자기 예약이 마감됐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한지 모르겠다”며 “애초에 가진 백신이 적었으면 나이 순으로 끊어서 그만큼만 먼저 받았어야지 왜 일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전날(12일) 55~59세 국민 352만여 명을 대상으로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예약은 15시간 만에 중단됐다. 4차 대유행의 와중에 접속은 폭주했고, 확보한 백신 물량은 순식간에 동났다. 갑작스러운 예약 중단에 대해 정부는 ‘조기 마감’이란 표현을 썼다.

‘예상시간 13378분 33초’ 등 황당한 수치가 기록돼 있던 안내창에도 불구하고 접속을 포기하지 않거나 자녀에게 예약을 부탁한 185만 명은 예약에 성공했다. 반면에 개인 일정 때문에 13일 이후 예약하려던 이들은 낭패를 봤다. 당초 정부가 밝힌 예약 기간은 12~17일이었다. 여유를 둔 건 정부다. 하지만 사실상 ‘선착순’ 예약제로 끝났다.

단순히 ‘조기 마감’으로 눙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접종 대상자가 물량보다 많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다. 처음부터 대상자를 57~59세로 좁히든지, 선착순으로 고지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결국 애먼 국민만 헛수고했다.

근본 원인은 백신이 부족해서다. 모더나 백신의 국내 보유량이 352만 회분이었다면 초유의 예약 중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백신 확보 물량만 보면 풍족해야 맞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900만 회분에 이르는 화이자, 얀센 등 백신이 들어올 예정이다. 8~9월 도입 물량은 7000만 회분에 달한다. 문제는 정확히 언제, 얼마나 들어오는지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개별 백신 제조사와 협상을 통해 물량을 확정해 들여오고 있어서다. 모더나는 주 단위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 간 통화 이후 “모더나 백신 공급 시기를 당초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겼다”고 홍보했다. 선구매한 4000만 회분을 두고서다. 2분기부터 공급되기 시작한 건 맞지만, 찔끔찔끔 들어오고 있다.

4차 대유행도 백신 부족과 무관치 않다. 최근 수도권 내 코로나19 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20~50대 연령층의 증가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20대는 지난 4~10일까지 1335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2주 전(6월 20~26일)엔 600명이 안 됐다.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30~50대 환자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반면에 접종률이 80% 이상인 60대 이상은 환자 발생률이 낮아지고 있다. 백신 효과로 분석된다. 백신을 빠르게 확보해 미리 접종했다면, 4차 유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나오는 이유다. 자영업자에게 고통을, 일반 국민에게 ‘셧다운’에 가까운 불편을 주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수급에는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20~50대를 일찌감치 접종했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환자가 폭증해 4단계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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