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생아 8명 중 1명 '난임시술'로 탄생…2년새 3배로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05:02

업데이트 2021.07.1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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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난임 시술을 받아 태어난 아이가 전체 신생아의 1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0.84명)을 기록한 저출산 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선 난임 치료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난임 시술 지원으로 태어난 아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난임 시술 지원으로 태어난 아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3일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험관 아기나 인공수정 등 정부의 난임 의료비 지원을 받아 태어난 아기는 지난해 2만8699명으로 전체 신생아의 10.6%를 차지했다. 전체 신생아 수는 해마다 줄고 있지만, 이런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난 아기는 ▶2018년 8973명(전체 신생아의 2.8%) ▶2019년 2만6362명(8.8%) 등으로 증가 추세다.

만혼·스트레스 등으로 난임 늘어

올해도 5월까지 1만3640명의 아기가 난임 지원을 받아 태어났다. 전체 신생아 대비 비율은 12.3%에 이른다. 올해 신생아 8명 중 한명은 이른바 의학의 힘을 빌려 태어났다는 얘기다. 병원에서 난임 진단을 받고 시술을 시도한 여성의 수도 ▶2019년 2만6649명 ▶2020년 2만9706명 ▶올해 5월까지 1만9151명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2017년 10월부터 난임 시술에 건강 보험이 적용되면서 난임 진단을 받은 부부들이 적극적으로 시술을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결혼하는 시기가 늦어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은 33.2세, 여성은 30.8세로 10년 전보다 각각 1.4세ㆍ1.9세 늦춰졌다.

연도별 불임 환자 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연도별 불임 환자 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정호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모 나이가 많아질수록 불임률이 증가하는데, 최근 만혼 추세로 초산 연령도 올라가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난임 환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난해 남성 난임 환자 수는 7만9029명으로 여성(14만9353명)의 절반 이상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환경적으로 공해·스트레스 등의 영향도 있다"고 짚었다.

난임 부부 “소득 상관 없이 지원해달라” 

현재 정부는 난임 시술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중하위 소득 계층에 대해서는 정부 예산으로 시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난임 부부들이 많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임 시술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요청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시험관·인공수정 정부지원 소득 기준 없애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2인 가구의 경우 현재 중위소득 180%(올해 기준 556만원) 이하 가구만 시험관ㆍ인공수정 정부지원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요즘 맞벌이 부부의 소득은 보통 이를 넘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공수정은 1회 25~40만원, 시험관 시술은 1회 180~40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한 번에 임신ㆍ출산에 성공하기는 힘들기에 청원인 같은 맞벌이 부부의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난임은 장기적으로 갈 경우 몇천만원의 비용이 들고, 시술에 실패하면 마음ㆍ몸을 많이 다친다”며 “아이를 원하는 난임 부부에게는 소득 차등 없이 비용 부담을 덜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료: 조명희 의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조명희 의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저소득층 가운데선 난임 시술 횟수 제한으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도 생긴다. 횟수를 초과하면 결국 자비로 시술을 부담해야 한다. 지난달 올라온 ‘난임 지원정책을 바꿔주세요’라는 청원에서 청원인은 “46살에 첫 아이를 기다리는 난임 환자로, 지난해부터 시험관 시술을 받아오고 있다”며 “적은 소득 덕에 감사하게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11번 정도의 난자채취를 진행하면서 공난포(난자가 없는 난포)가 나오면 지원금을 반납하고, 그간 지원받았던 금액을 자비로 부담했다”며 “임신 바우처처럼 어떤 시술을 받던 그 안에서 자유롭게 사용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해주면 지금보다 맘 편히 아이를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출산 의지 큰 난임부부 지원, 효과 큰 저출산 대책"

이밖에 난임 부부들은 검사비 지원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난임 시술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난임 진단서를 보건소에 제출해야 하는데, 검사비로만 남자는 약 35만원, 여성은 약 53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비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들에게 지원을 늘린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문제는 정부의 예산이 ‘화수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재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해 (지원 범위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또 시술 횟수 제한을 둔 것은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주요국 가운데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소득에 관계없이 비용 전액을 무제한으로 지원하는 국가를 찾기 힘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명희 의원은 “정부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난임 시술을 받는 부부들은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라도 아이를 낳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라며 “그 어떤 저출산 대책보다 효과가 크다고 판단되는 만큼, 정부는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늘리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현재 법률적으로 결혼한 부부만을 대상으로 한 것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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