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49명, 콘서트 5000명…“장난하냐” 분노한 예비신부들

중앙일보

입력

“백화점, 마트보다 방역 무탈한데…너무 속상합니다.”
“결혼식은 49명, 콘서트는 5000명? 장난하나.”

지난 7일 서울시 시민제안 게시판에 ‘결혼식 거리두기 세부조항을 보완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결혼식ㆍ장례식의 새로운 거리두기 조항이 너무 불합리하다”며 “분리예식의 경우 내부에서 마스크 착용만 하고 조용하게 공연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왜 친족으로 제한" "결혼식만 쥐어짠다"

코로나 확산 이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웨딩업체 웨딩홀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코로나 확산 이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웨딩업체 웨딩홀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그는 “홀에 못 들어가신 분들은 그저 복도나 밖에서라도 축하를 해주시겠다며 서 계시는데 오히려 로비에 사람이 더 많은 경우 거리두기가 정말 잘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최소한 100명 미만이었던 기존 거리두기 방안을 유지시켜달라, 부디 현실적으로 납득이 가능한 거리 두기 세분화된 조건을 추가해달라”며 글을 맺었다.

해당 글은 1085명이 동의했다. 이번 달 서울시 시민제안 게시판에 오른 글 가운데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제안이다. 댓글에는 '대형마트나 백화점만 봐도 거리두기가 전혀 되지 않고 있고, 방역도 잘 안되는데 왜 결혼식에만 엄한지 너무하다''콘서트는 5000명? 장난하나' 같은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다. 새 거리두기 지침에 따르면 결혼식은 8촌 이내 친족까지 49명만 참석이 가능하지만, 콘서트 등 공연장에는 5000명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결혼식 참가자를 친족으로만 규정한 거리두기 방침에도 반발이 일었다. “가족이 없는 사람은 하객없이 결혼을 치르란 말이냐”며 “가족이 없는 누군가한테는 가까운 지인이 가족 이상의 의미인 경우도 있고 피치 못할 경우도 있다”는 제안글도 있었다.

"식대 수천만원 피해…지침 마련해달라"

급작스러운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인한 비용 손실 문제도 성토 대상이 됐다. 서울시 시민제안 게시판에 한 예비 신부는 “결혼식 취소시 위약금 1000만원, 웨딩홀 최소보증인원 축소 불가, 49인 미만이 와도 200명분 식대 지불 등 작년부터 1년을 넘게 준비해 온 제 결혼식 얘기”라며 “이 어처구니 없는 몇 천만원의 피해는 고스란히 예비부부와 가족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세부 지침을 마련해달라는 해당 글에는 641명이 동의했다.

서울시 시민제안 게시판 글 캡처.

서울시 시민제안 게시판 글 캡처.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예비 부부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냐”며 결혼식 거리두기를 완화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결혼식장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결혼식만 쥐어짜지못해 안달인가”라며 “많은 것 바라지 않고 50명 미만같은 얼토당토 않은 정책좀 철회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더욱 화가 나는 것은 형평성 문제로, 주말마다 특정 백화점에 인파가 몰리는 것은 문제가 없고 결혼식에 몇백명 모이는 것은 왜 문제인가”라고 따지기도 했다.

서울시 "여러 지역서 모여…독자적 완화 어렵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들도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체로 공감했다. 예비신부 한모(30)씨는 “결혼식은 신랑신부에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객들이 조심하는 반면,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콘서트가 오히려 더 통제가 힘들어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다른 예비신부 김모(31)씨는 “서서히 코로나가 풀리고 방역 완화로 가는 분위기에서 식을 예약한 부부만 뒷통수를 맞았다”며 “차라리 일률적으로 결혼식을 금지하는 게 낫겠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당장 거리두기 세부사항을 보완ㆍ조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거리두기 세부 사항을 조정할 수는 없고 중수본 등과 협의를 거쳐 조정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유독 결혼식에 정부가 엄격한 지침을 세웠다는 지적에 대해선 “결혼식이나 장례식은 다양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인다는 점, 한 장소에 모여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누는 특성 때문에 방역당국에서 철저하게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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