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냉' 울고갈 '들막' 아시나요…3시간 기다려 먹는 용인 맛집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05:00

업데이트 2021.07.14 12:35

경기도 용인시 고기리막국수는 세 종류의 막국수를 판다. 손님 70%가 메뉴판에 없는 들기름막국수를 먹는다. 들기름 막국수는 3분의 1쯤 남았을 때 찬 육수를 부어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김성룡 기자

경기도 용인시 고기리막국수는 세 종류의 막국수를 판다. 손님 70%가 메뉴판에 없는 들기름막국수를 먹는다. 들기름 막국수는 3분의 1쯤 남았을 때 찬 육수를 부어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김성룡 기자

"비빔냉면 좋아하면 초딩(초등학생) 입맛이다. 슴슴한 물냉면이 진짜 냉면이다." "면발을 가위로 자르면 안 된다." "겨자를 치면 냉면 본연의 맛을 헤친다."

3~4년 전만 해도 이런 식의 ‘면스플레인(냉면에 대해 가르치려 하는 태도나 말)’이 흔했다. 지금은 수그러들었다. 대신 평양냉면의 그늘에 묻혀 있던 막국수가 부상하고 있다. 강원도 여행 인구가 급증하면서 막국수 맛집 탐방이 일종의 유행이 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간편식 시장까지 막국수 유행이 번진 데는 경기도 용인시 고기리 유원지에 자리한 한 식당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독보적인 막국수 맛으로 전국의 식도락가를 불러들이는 '고기리막국수' 이야기다.

1000그릇 중 700그릇은 '들막'

고기리막국수에서 국수 한 그릇 먹으려면 주말 기준 2~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식당 좌석은 80석. 가장 붐빌 때는 대기자가 400명에 이른다. 식당은 2012년 개업했다. 단골 중심으로 인기를 끌다가 2016년 TV 음식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손님이 폭증했다. 2019년 기존 식당에서 약 300m 거리에 새 건물을 지어 확장 이전했다. 상호도 '고기리 장원막국수'에서 '고기리막국수'로 바꿨다. 강원도 홍천 장원막국수에서 기술을 전수했는데 뭐가 그리 특별해서 지금 같은 명성을 얻게 됐을까.

고기리막국수는 2019년 확장 이전했다. 건물을 엄청 키운 건 아니다. 좌석이 약 80석으로, 수용 가능 인원이 30% 정도 늘었다. 김윤정 대표는 "이 정도가 딱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최승표 기자

고기리막국수는 2019년 확장 이전했다. 건물을 엄청 키운 건 아니다. 좌석이 약 80석으로, 수용 가능 인원이 30% 정도 늘었다. 김윤정 대표는 "이 정도가 딱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최승표 기자

고기리막국수의 대표 메뉴는 메뉴판에 없는 들기름 막국수다. 식당을 운영하는 유수창(49)·김윤정(46)씨 부부가 메밀 고유의 향을 살리면서 맛도 있는 막국수를 고민하다 개발한 음식이다. 유 대표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저희끼리만 먹다가 일부 단골에게 맛보기용으로 드렸죠. 금세 입소문이 나면서 메뉴판에 없는데도 찾는 손님이 급증했습니다. 지금은 하루 1000그릇 중 700그릇 정도 들막(들기름막국수)이 나갑니다."

들기름 막국수는 비빔면이나 짜장면처럼 비비지 말고 떠먹어야 더 맛있다. 김성룡 기자

들기름 막국수는 비빔면이나 짜장면처럼 비비지 말고 떠먹어야 더 맛있다. 김성룡 기자

들기름막국수는 단순한 생김새다. 하나 맛은 비범하다. 100% 순메밀로 만든 국수를 들기름과 양조간장에 비비고 김 가루와 참깨를 얹어서 먹는다. 향긋한 메밀과 들기름이 만나 고소함이 폭발하고, 김과 참깨가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풍미를 더 한다.

김윤정 대표가 들기름 막국수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귀띔했다. 비비지 말고 젓가락으로 떠먹는다. 그래야 김 가루가 눅눅해지지 않는다. 국수가 3분의 1쯤 남으면 주전자에 내주는 육수를 부어 먹는다. 육향 진한 국물이 들기름 향과 묘하게 어우러지고 면발의 탄력도 더해진다.

사리 주문하면 1인분만큼 내줘

고기리막국수의 들기름 막국수는 숱한 카피 제품을 낳고 있다. 막국수·냉면 전문점에서 고기리 스타일을 그대로 베끼거나 버섯·나물 등을 얹어내는 식으로 응용한다. 지난 3월에는 오뚜기와 손을 잡고 들기름 막국수 간편식을 출시했다. 이즈음 CJ·풀무원을 비롯한 여러 식품 업체가 비슷한 레시피의 들기름 막국수를 선보였다. 유 대표는 "들기름 막국수의 저변이 넓어지는 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유수창 대표가 주방에서 메밀 면을 계량하는 모습. 최승표 기자

유수창 대표가 주방에서 메밀 면을 계량하는 모습. 최승표 기자

손님의 70%가 들기름 막국수를 찾지만, 비빔국수나 물막국수 맛이 뒤처지는 건 아니다. 비빔막국수는 양념이 적당히 매우면서도 절제돼 있어 뒷맛이 깔끔하다. 물막국수는 동치미 대신 100% 소뼈를 우린 육수를 쓴다. 서울에서 1만3000~1만4000원 하는 평양냉면 맛에 가깝다. 그런데도 국수 세 종류 모두 8000원이다. 참고로 사리(4000원)를 주문하면 1인분과 동일한 양을 내준다. 처음 주문한 것과 다른 맛으로 사리를 주문해도 된다.

들기름 막국수가 유명하지만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 맛도 출중하다. 특히 물막국수 맛은 서울의 내로라하는 평양냉면집에 견줄 만하다. 최승표 기자

들기름 막국수가 유명하지만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 맛도 출중하다. 특히 물막국수 맛은 서울의 내로라하는 평양냉면집에 견줄 만하다. 최승표 기자

김윤정 대표가 2020년 12월 출간한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를 보면 고기리의 성공 비결이 국수 맛 때문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호텔 뺨치게 깔끔한 화장실, 위생을 생각해 반찬 통과 양념장을 식탁에 두지 않는 세심함, 대기 손님을 번호가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주는 친근함 등은 여느 막국숫집에서 경험하기 힘든 것이었다.

"막국수라고 해서 막 만들지 않습니다."
부부가 자주 하는 말이다. 20분이면 다 먹을 음식을 위해 2~3시간씩 기다리는 이유가 어쩌면 저 한 문장에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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