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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의주비행장 보고 뒤집어졌다, 이병철 자른 김정은 분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정치국 확대회의(8기 2차)에서 “간부들의 직무태만”을 질책했다.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이같은 '분노'를 그대로 공개했다. 직후 이병철 당 정치국 상임위원이 해임됐다.

간부 질책후 이병철 상임위원 해임 #"비행장 찾았다가 시설 미흡 확인" #중국 지원 대비해 각종 설비 건설 #방역 시설 늦어져 시간 걸릴 듯

정부 당국자는 13일 김 위원장의 질책과 이에 따른 이병철 해임의 배경은 의주 비행장(군공항)에 있는 방역 설비 미흡이라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리기 전인) 지난달 하순 (평북) 의주 비행장을 방문했다”며 “북한이 중국과 교역 및 지원 물자의 야적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의주 비행장에 각종 시설을 건설중인데, 방역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북중 국경 군사공항인 의주비행장. 지난 3월 촬영한 사진으로 활주로 양옆이 공사장으로 변해 있다. 기존에 격납고로 사용하던 곳엔 철로가 들어섰다. [구글어스 캡처]

북중 국경 군사공항인 의주비행장. 지난 3월 촬영한 사진으로 활주로 양옆이 공사장으로 변해 있다. 기존에 격납고로 사용하던 곳엔 철로가 들어섰다. [구글어스 캡처]

 2019년 12월 촬영 구글어스가 촬영한 북중 국경 군사공항인 의주비행장. 활주로 양 옆의 공간이 비어있다. [구글어스 캡처]

2019년 12월 촬영 구글어스가 촬영한 북중 국경 군사공항인 의주비행장. 활주로 양 옆의 공간이 비어있다. [구글어스 캡처]

북한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1월 국경을 봉쇄했고, 이로 인해 식량과 물자 부족을 겪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김 위원장에 친서를 보내 “두 나라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줄 용의가 있다”며 대북 지원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제한적인 국경 개방을 통해 중국 등에서 지원받은 물품을 의주 공군 기지에 모아 놓고 ‘확실한’ 방역을 한 뒤 반출하려던 계획을 세운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의주 비행장은 북ㆍ중 국경에서 직선거리 2.5㎞, 국경 역인 신의주역에서 8㎞가량 떨어진 국경공항이다.

구글 인공위성 사진(지난 3월 17일 촬영)을 통해 확인한 결과 북한은 의주 비행장의 활주로 양 옆에 다양한 크기의 간이 건물을 지었다. 또 기존 공군기의 격납고로 사용하던 시설을 허물고 철로를 연결했다. 지난해 5월 촬영한 사진엔 없었던 건물이 활주로 옆 공터에 들어서거나 기초공사가 진행 중이고, 공군기 2~3대씩 서 있던 격납고엔 철길도 생겼다.

 북중 국경 군사공항인 의주비행장. 지난 3월 촬영한 사진으로 활주로 양옆이 공사장으로 변해 있다. 기존에 격납고로 사용하던 곳엔 철로가 들어섰다. [구글어스 캡처]

북중 국경 군사공항인 의주비행장. 지난 3월 촬영한 사진으로 활주로 양옆이 공사장으로 변해 있다. 기존에 격납고로 사용하던 곳엔 철로가 들어섰다. [구글어스 캡처]

 2019년 12월 촬영 구글어스가 촬영한 북중 국경 공군기지인 의주비행장. 격납고엔 철로가 아니라 비행기 모습이 보인다. . [구글어스 캡처]

2019년 12월 촬영 구글어스가 촬영한 북중 국경 공군기지인 의주비행장. 격납고엔 철로가 아니라 비행기 모습이 보인다. . [구글어스 캡처]

하지만 김 위원장이 공사현장을 직접 찾아 확인한 결과 건물을 지었지만 방역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외부 ‘수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자 책임자인 이병철(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이 이병철을 해임하면서 "나라의 경제사업과 인민생활 안정에 엄중한 저해를 줬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병철 등이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데는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등으로 인해 해외 장비 수입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첩보가 있다고 한다. 북한이 11일과 12일 연일 각종 매체를 통해 미국의 ‘인도주의’를 비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정치국 확대회의 직후 “(책임간부들이) 보신주의와 소극성에 사로잡혀 당의 전략적 구상실현을 저애했다”거나 “중대사건 발생”이라고 했을 뿐 이들의 해임 이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북한 지역에 코로나 19가 발생했다거나 김 위원장이 식량난 해소 차원에서 주민들에게 제공하려던 군량미 부족 등 다양한 관측이 나왔다. 이번 '의주 비행장 공사'는 북한이 중국으로부터의 지원을 받기 위해 내부 준비에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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