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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배달 미래는 로봇" 서빙·배달 로봇 만든 배민 이 사람

중앙일보

입력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자율배송 로봇으로 아파트단지에서 음식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영등포구의 주상복합 아파트 '포레나 영등포'(약 300여 세대)에 배달로봇 '딜리타워' 3대를 배치한 것.

팩플레터 122호 요약본 #팩플인터뷰, 우아한형제들 김요섭 로봇사업실장

이곳 주민이 배민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라이더는 아파트 1층에서 로봇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가면 된다. 이후부턴 로봇의 시간이다. 로봇 스스로 공동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해당 층에 내린후 대문 앞까지 배달한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실장(46)은 "고객은 비대면이라 안전하고, 라이더는 5분 가량 배달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아파트 같은 실제 거주 환경에서 로봇배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9일 송파구 배민 본사에서 김 실장을 만나 '배달의 미래'를 물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딜리타워를 비롯 배민의 로봇 사업을 4년째 이끌고 있다.

배달의 민족 김요섭 로봇사업실장이 지난달 9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 실장 좌우는 서빙 로봇 '딜리'. 김상선 기자

배달의 민족 김요섭 로봇사업실장이 지난달 9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 실장 좌우는 서빙 로봇 '딜리'. 김상선 기자

푸드테크, '딜리버리의 미래'

배달의 민족은 2018년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로봇배달'을 배민의 미래로 점찍었다. 2019년 11월 레스토랑 내 조리실에서 만든 음식을 손님 식탁까지 배달하는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를 실전에 배치했다. 그후 2년 반이 지난 지금, 딜리플레이트 300여 대가 서울·경기 지역 식당에서 서빙 중이다. 다음 타자는 실내자율주행 로봇 '딜리타워'다. 12일 발표한 포레나 영등포를 시작으로 종로 D타워 등 오피스 공간, 아파트 단지 여러 곳이 딜리타워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2017년 2명이던 배민의 로봇 조직도 50여 명 규모의 로봇사업실로 커졌다.

배민은 왜 로봇사업을 하나.
음식배달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 월 1000만 건(2017년 12월)을 넘어서면 주춤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코로나 19 이후 월 5000만 건을 넘어섰다. 그런데 라이더는 늘 부족하다. 일반인 배달아르바이트인 배민커넥터(등록 5만명, 실제 활동은 1만명)도 있지만 역부족이다. 기존 라이더의 일을 돕고, 배달 효율성을 높일 방법을 고민하다가 로봇 사업이 시작됐다.
배달로봇, 이젠 일상으로 들어온 건가.
서빙로봇에 이어 실내자율주행 로봇 '딜리타워'가 상용화됐다. 다음은 건물 밖에서부터 아파트 문 앞까지 배달하는 실내외 완전자율배송 로봇 ‘딜리 드라이브’가 나갈 차례다. 딜리 드라이브는 연말까지 테스트하고, 내년에 본격 상용화한다. 원래 계획보다 진행속도가 1년 정도 빨라졌다.

라스트마일, '사소하고 비싼' 불편

배달 로봇은 어떤 불편을 해결하나.
사소한 불편함들. 우리 회사 직원들만 해도 회사에서 일하다 커피 한잔 사려면 1층 또는 18층(사내 카페)으로 가야 한다. 근데 엘리베이터 타는 딜리타워가 있으면 스마트폰 앱 열고 주문하면 끝이다. 앞으론 집 앞에 로봇이 와서 분리수거를 해갈 수도 있고, 음식 아닌 물건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라스트마일이 배달로봇으로 대체된단 얘긴가.
물류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퍼스트-미들-라스트 마일(first-middle-last mile)’로 나뉜다. 라스트마일에서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데 (총 물류비의 53%, 하니웰 조사), 주소가 잘못됐거나 물건이 분실되는 등 사고가 모두 그 끝단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로봇은 사람의 실수를 줄여 물류 효율을 높여준다. 로봇이 퍼스트마일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코엑스몰처럼 복잡한 건물에선 로봇이 식당에서 나와 라이더와 약속장소까지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배달로봇 서비스 운영방식. 그래픽=정다운 인턴

배달로봇 서비스 운영방식. 그래픽=정다운 인턴

김봉진의 특별 주문, '로봇 말고 서비스'  

배민이 배달로봇을 구상하던 2017년 초엔 협력업체 찾기도 힘들었다. 국내외 로봇 제조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녔지만, 대부분 “하지 말라”며 만류했다. ‘배달로봇은 돈도 안 되고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김 실장은 “유럽부터 미국, 중국 회사 등 웬만한 제조사는 다 만났고, 푸두(PUDU)로보틱스 등 몇몇 해외 협력사가 ‘도전해 보자’ 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LG전자와 국내 스타트업 등도 함께 일한다.

김봉진 의장이 특별 미션을 줬다고?
‘봉진님’이 처음 로봇사업을 맡기면서 한 당부는 ‘로봇 만들 생각하지 말고, 서비스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자율주행 등 기술 자체에 너무 기울지 말고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라는 얘기였다. 지금 봉진님은 우아DH 아시아(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 합작사)와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있고, DH그룹 내에서 로봇은 배민이 가장 앞선만큼 한국의 경험을 글로벌로 확장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배달의 민족 연간거래액과 우아한형제들 매출 변화. 그래픽=정다운 인턴

배달의 민족 연간거래액과 우아한형제들 매출 변화. 그래픽=정다운 인턴

배민의 로봇,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은 도로가 좁고 혼잡하다. 자율주행 배달로봇이 잘 다닐 수 있을지….
아니, 우려와는 정반대다. 한국은 1㎞당 택배 물량이 전세계 1위(연간 2만 5000개)다. 2~4위(일본, 미국, 중국)를 다 합쳐도 한국보다 적다. 한국은 전체 주택의 62.3%(2019년 인구주택총조사)가 아파트이고, 장애인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등이 잘 갖춰져 있어 근거리 배달용 로봇에 적합하다. 
로봇 전문 회사, 라스트마일을 노리는 물류회사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나?
우리 강점은 로보틱스업체와 하드웨어업체의 기술을 조합하고 관리 통제하는 역량이다. 음식배송 경험에 기반을 둔 통합관리에 특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현관문·엘리베이터 컨트롤러에 로봇이 신호를 보내 문을 열거나, 엘리베이터를 부르는 형태의 표준모델은 우리가 가장 앞서 있다. 18개월간 5000건이 넘는 배달을 수행한 경험에서 물류도 가장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라이더로선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다’ 느낄 수도 있는데.
현재 로봇 수준으로는 라이더를 대체하기 어렵다. 오히려 로봇이 라이더를 돕는다. 라이더들이 기피하는 엘리베이터 탑승이나, 대학 캠퍼스처럼 목적지 찾기 힘든 배달지를 로봇이 대신한다. 라이더는 엘리베이터 타는 시간 5분만 줄여도 더 많은 콜(주문)을 잡을 수 있다.
그래픽=정다운 인턴

그래픽=정다운 인턴

배달의 미래, 표준 경쟁

로봇이나 자율주행 기술은 규제 환경도 중요한데.
현행법은 배달로봇을 자율주행차로 규정한다. 이 때문에 배달로봇인데도 공공도로를 다닐 수 없고, 아파트도 지정된 곳에서만 다닐 수 있다. 미국은 배달로봇을 자율주행차와 다른 ‘개인배달기기(PDD, Personal Delivery Device)'로 정의하고 기존 규제를 풀고 있다.  
음식 말고 다른 걸 배달할 계획은?  
지금은 택배를 고민 중이다. 세탁소 옷 배달도 테스트해봤는데 현재 로봇 구조에서 옷은 잘 안 맞더라. 꽃도 배달한 적 있다. '초근거리 배달 시장(주거지 반경 1km)'에선 로봇으로 뭐든 배달할 수 있다. 일단 올 연말까지는 음식을 문 앞까지 제대로 배달하는 게 최우선이다.

김 실장은 "2030년이 되면 택배 물량의 4분의 1은 로봇이나 자율주행 드론이 배달한다"며 "한국 도시환경을 생각해 보면 미래 배달의 핵심은 배달로봇이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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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7월 1일 팩플 뉴스레터로 구독자들에게 발송된 '배민의 배달로봇, 음식말고 이것도?'의 요약본입니다. 뉴스레터 전문을 읽고 싶으시면 이메일로 구독 신청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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