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동호의 시시각각

민주당 대선 주자 토론이 남긴 뒷맛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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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6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방송센터에서 열린 합동TV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이낙연 두 후보(왼쪽부터)는 문재인 정부보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 공약을 내놨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6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방송센터에서 열린 합동TV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이낙연 두 후보(왼쪽부터)는 문재인 정부보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 공약을 내놨다. [뉴스1]

6명으로 압축된 여권 대선 주자들이 펼친 토론회 관전평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안심 반, 불안 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안심은 기본소득 논쟁에서 봤고, 불안은 부동산 정책에서 봤다. 기본소득은 찬반 양론이 펼쳐지면서 무엇이 문제인지가 극명히 드러났지만, 부동산은 '묻고 더블로' 가는 쪽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좋게 보면 절반의 성공을 거둔 토론이었던 셈이다.

기대 저버리고 이념 편향 치우쳐
정치적 셈법이 경제 논리 압도해
지금보다 더 나쁜 정책들 쏟아내

 기본소득 논쟁은 매우 의미가 있었다. 진보 정당 후보들이라서 앞다퉈 도입하자고 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쟁자들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반박하지 못했다. 다른 후보들은 재정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로 그 허점을 들춰냈다. 이 지사는 점진적 도입을 주장하며 저항했지만 현실론을 뛰어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기본소득을 시행하는 나라가 없다.
 더구나 한정된 예산을 기본소득에 투입하면 취약계층에 돌아갈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재벌 회장도 기본소득을 받으면 빈부격차가 더 커지는 역진성 때문이다. 이런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핵심적 걸림돌은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는 현실이 토론 과정에서 강조됐다. 이게 바로 기본소득에 관해 여권 대선주자들의 입장을 갈라놓은 결정적 배경이 됐다.
 현 정부에서 총리를 역임한 이낙연·정세균 두 후보가 기본소득을 반대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국정운영 경험이 아닐까. 현 정부는 추경을 수시로 했다. 그럴 때마다 마른 수건 짜듯 예산을 조달하느라 진통을 겪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로 제한하는 이유가 뭐냐면서 재정 확장에 나선 뒤 국가채무는 400조원 불어났다. 곳곳에서 병사들이 예산 부족 때문에 건더기 없는 국물만 먹는 데도 천문학적 나랏빚이 쌓여 갔다.
 이 마당에 기존 복지는 그대로 두고 기본소득 도입을 얘기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와 유사한 정책 실험은 멀리 갈 것도 없이 2009년 일본에도 있었다. 당시 일본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아동수당 2만 엔을 약속했다. 하지만 결국 1만3000엔으로 감액 지급했다. 당시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조차 재원 부족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부동산은 양상이 달랐다. 경선 주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부동산 대책의 적임자는 나야 나”라는 식이었다. 이들은 모두 이념의 편향에 빠진 듯 반(反)시장의 칼을 들고 나왔다. 전가의 보도는 바로 현 정부가 4년 내내 휘둘러 온 규제 카드였다. 더구나 이번에는 누가 더 주택 보유자를 힘들게 할 수 있는지 경연하듯 극단적 대책을 쏟아냈다. 이 지사는 주택관리매입공사를 설립하고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주택 가격을 통제하고 필수적인 부동산이 아니라면 보유하는 것만으로 징벌적 과세를 하겠다는 정치적 접근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아파트가 정부미(米)냐”고 쏘아붙인 것처럼 경제 논리를 무시한 방안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토지공개념 3법을 공약했다. 토지공개념 3법 역시 시장경제를 하는 국가라면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발상이다. 그중 택지소유상한법은 서울과 광역시에선 개인의 택지를 1320㎡(400평)까지만 허용한다. 경제 체제로 보면 시장경제보다는 사회주의와 가깝다. 사회주의는 왜 문제인가. 개인의 이윤 동기와 시장의 역동성을 억제해 결국 다 함께 가난해진다. 그게 토지 소유를 통제한 옛소련 몰락의 핵심 배경이었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왜 이런 불합리한 정책 폭주가 멈추지 않는지 상식적으로는 알 길이 없으니 인간 심리에서 그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 열쇠는 행동심리학이다. 전통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했지만,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인간이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카너먼은 이 연구로 노벨경제학상까지 받았다. 집값에 기름을 붓는 더 센 규제를 꺼내는 여권 주자들의 반시장 정책은 이런 설명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같다. 뒷맛이 씁쓸한 토론이었다.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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