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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220만원, 알바는 260만원…편의점 사장 “그냥 알바할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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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저임금 9160원

최저임금 9160원

# “사장인 나는 220만원, 알바생은 260만원, 편의점 접고 알바해야겠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전모(61)씨는 13일 본사 매니저를 만나 폐업 절차를 의논했다. 7년째 49㎡(약 15평) 안팎의 매장을 운영해 왔지만 더는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자영업자·영세기업들 울분 #코로나에 최저임금까지 이중고 #식당 주인 “알바생에 쉬라고 했다” #섬유공장 사장, 주52시간도 부담 #“매달 1억~2억 적자, 접어야 하나”

그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을 따져보니 내 수입이 평일 야간 알바생보다 적을 것 같다”며 “차라리 편의점을 접고 알바를 하는 게 낫겠다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9시간을 근무한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20일간 야간 알바생에게 지급해야 할 내년도 월급은 260만원, 그가 임대료·인건비 등을 제하고 가져갈 수 있는 돈은 220만원 정도라고 한다.

# 대구에서 30년 넘게 섬유공장을 운영 중인 한모(70)씨는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밤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월급이 오르고 퇴직금도 덩달아 오른다”며 “매달 1억원, 2억원씩 적자가 나 은행 빚이 쌓이는데 이제는 정말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했다. 한씨의 공장엔 직원 90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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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인상된 시급 9160원으로 결정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하소연과 함께 한탄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 일자리를 지키고 경영 환경이 회복될 때까지 최저임금을 동결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38년째 철강회사를 운영 중인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660만 중소기업이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데도 그런 중소기업의 의견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기도 무너지고 중기 근로자 중 상당수가 일터를 떠나야 할 위기를 맞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주문 늘어도 직원 뽑을 엄두도 못내”

서울 관악구에서 25년간 식당을 운영한 유모(66)씨는 “알바(아르바이트)생한테 2주간 안 나와도 된다고 어제 미리 얘기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석 달 전 3000만원을 대출받아 다른 은행 대출금의 이자를 냈다. 빚을 내 빚을 갚으며 버티고 있다”고 식당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주변에서도 두세 번 대출받은 건 보통이고 더 대출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올리라니 화가 치밀고 우울해진다”며 “알바생을 내보내고 이젠 저와 집사람 둘이서 운영 할 건데 이러다 더 큰 빚만 끌어안고 끝나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계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노동계야 거리에서 시위해도 월급은 나오잖아요. 저희 같은 자영업자는 그렇지 않단 말이에요”라면서 씁쓸해했다.

대구의 섬유공장 사장 한씨는 “중동에서 오더(주문)가 제법 들어오는데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다 소화를 못 한다. 그렇다고 직원을 더 뽑으면 인건비 감당이 안 된다”며 “요즘 코로나로 국내 주문이 줄고 또 해상 운임료가 급등해 도저히 이익 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우리 같은 업체의 이런 어려운 상황은 다 무시하고 최저임금을 올리기만 하면 어떡하냐”며 “요새 중소기업 하는 사람들 만나면 항상 ‘언제 그만둬야 하나’ 논의한다. 이게 정상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현장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결국에는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지난해에도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코로나 충격까지 덮쳐 11년 만에 처음으로 중소기업 일자리 30만 개가 사라졌다는 것이다(중기중앙회).

작년 중소기업 일자리 30만 개 사라져

중기중앙회는 “실제로 중기는 지금 어렵다”며 “올해 최저임금조차 버겁다는 중기가 40%에 달하고, 중기 중 절반(47.8%)이 대출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중기중앙회가 600개 중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내년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중기에서 사라질지 두렵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은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정부는 월 급여(실근로) 기준의 인상분만 따지지만, 기업이 실제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는 눈에 보이는 인상분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으로 월 급여(실근로) 기준으로는 152만원이다. 하지만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인건비는 주휴수당에 퇴직금, 4대 보험료 등을 포함해 이보다 33% 많은 227만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에도 최저임금 인상분은 물론 추가로 33% 인건비 부담이 발생한다는 게 중기중앙회의 설명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 근로자가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따라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근로자의 약 83%가 종사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이 치명적인 추가 부담을 안게 됐다”며 “정부는 국민경제 부작용을 경감시킬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정부는 최저임금이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확대 등 지원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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