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늑장 백신이 결국…50대 모더나 예약중단 불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00:12

업데이트 2021.07.14 01:49

지면보기

종합 08면

55~59세 대상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사전 예약을 받은 지난 12일 오전 홈페이지에 ‘서비스 접속 대기’ 문구가 떠 있다. [뉴시스]

55~59세 대상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사전 예약을 받은 지난 12일 오전 홈페이지에 ‘서비스 접속 대기’ 문구가 떠 있다. [뉴시스]

“처음부터 선착순이라고 알려주든가, 나이 순으로 예약을 받든가 했어야죠. 사람 골탕 먹이려고 작정한 건가요.”

언제 얼마나 들어오는지도 불확실
미리 확보했다면 4차 유행 예방
자영업자·국민의 고통 없었을 것

직장인 김모(58·경남 창원시)씨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모더나 백신 접종 예약이 시작됐던 지난 12일 0시부터 모니터 앞에 앉아 새벽 2시까지 계속 예약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김씨는 “며칠 여유가 있으니 퇴근 후 다시 시도해 보려고 잠을 청했는데 갑자기 예약이 마감됐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한지 모르겠다”며 “애초에 가진 백신이 적었으면 나이 순으로 끊어서 그만큼만 먼저 받았어야지 왜 일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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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12일) 55~59세 국민 352만여 명을 대상으로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예약은 15시간 만에 중단됐다. 4차 대유행의 와중에 접속은 폭주했고, 확보한 백신 물량은 순식간에 동났다. 갑작스러운 예약 중단에 대해 정부는 ‘조기 마감’이란 표현을 썼다.

‘예상시간 13378분 33초’ 등 황당한 수치가 기록돼 있던 안내창에도 불구하고 접속을 포기하지 않거나 자녀에게 예약을 부탁한 185만 명은 예약에 성공했다. 반면에 개인 일정 때문에 13일 이후 예약하려던 이들은 낭패를 봤다. 당초 정부가 밝힌 예약 기간은 12~17일이었다. 여유를 둔 건 정부다. 하지만 사실상 ‘선착순’ 예약제로 끝났다.

단순히 ‘조기 마감’으로 눙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접종 대상자가 물량보다 많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다. 처음부터 대상자를 57~59세로 좁히든지, 선착순으로 고지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결국 애먼 국민만 헛수고했다.

근본 원인은 백신이 부족해서다. 모더나 백신의 국내 보유량이 352만 회분이었다면 초유의 예약 중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백신 확보 물량만 보면 풍족해야 맞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900만 회분에 이르는 화이자, 얀센 등 백신이 들어올 예정이다. 8~9월 도입 물량은 7000만 회분에 달한다. 문제는 정확히 언제, 얼마나 들어오는지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개별 백신 제조사와 협상을 통해 물량을 확정해 들여오고 있어서다. 모더나는 주 단위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 간 통화 이후 “모더나 백신 공급 시기를 당초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겼다”고 홍보했다. 선구매한 4000만 회분을 두고서다. 2분기부터 공급되기 시작한 건 맞지만, 찔끔찔끔 들어오고 있다.

4차 대유행도 백신 부족과 무관치 않다. 최근 수도권 내 코로나19 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20~50대 연령층의 증가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20대는 지난 4~10일까지 1335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2주 전(6월 20~26일)엔 600명이 안 됐다.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30~50대 환자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반면에 접종률이 80% 이상인 60대 이상은 환자 발생률이 낮아지고 있다. 백신 효과로 분석된다. 백신을 빠르게 확보해 미리 접종했다면, 4차 유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나오는 이유다. 자영업자에게 고통을, 일반 국민에게 ‘셧다운’에 가까운 불편을 주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수급에는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20~50대를 일찌감치 접종했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환자가 폭증해 4단계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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