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손이 안간다”…‘알몸 배추’ 파문, 국산 인증이 해법?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00:03

지면보기

경제 05면

중국산 김치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기피 반응은 숫자로 드러난다. 중국의 ‘알몸 배추절임’ 영상이 국내에 공개된 뒤 김치 수입은 급감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의 불안에 정부는 곧 시중에서 파는 국산 김치에 ‘한국 김치’라는 인증서를 붙일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는 “국산 김치를 엄격히 구분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외국산의 한국산 둔갑 막기 위해
정부 ‘한국 김치’ 인증서 붙이기로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 제품 안돼
업계 “엄격 구분 쉽지 않다” 곤혹

‘알몸 절임’ 파문 후 김치 수입 감소

13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김치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33.5t(잠정치) 감소했다. 올해 3월만 해도 수입이 전년 동월 대비 4977.2t 늘었는데, ‘알몸 절임’ 파문이 일어난 뒤인 4월부터 -1375.8t, 5월 -3168.4t, 6월 -4979.4t(잠정치)으로 석 달 연속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수입 김치는 사실상 전부 중국산이다. 중국산 김치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우려가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는 김치 원산지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국산 김치에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공식적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명 지리적 표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리적 표시제는 ‘여수 돌산 갓김치’ ‘보성 녹차’처럼 특정 상품의 고유성이 원산지 때문에 생긴 경우, 원산지의 이름을 상표권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그동안 지리적 표시제는 국내 지역 이름으로만 적용 가능했지만, 이제는 국가명도 표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주로 외국 시장에서 외국산 김치가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김치’라는 인증 제도가 생기면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원산지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올 상반기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은 업체 1771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적발 사례가 배추김치(420건)였다.

외국산 재료 사용 땐 인증 못 받을 수도

급감하는 김치 수입량.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급감하는 김치 수입량.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다만 업계에선 인증제 도입에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한국 김치’ 인증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가명을 상표권으로 등록하려면 ▶국내에서 가공해야 하고 ▶주원료를 국산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해야만 농관원 산하 지리적 표시 등록심의 분과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대상(종가집)·CJ(비비고) 등의 기업이 외국에 직접 진출해 생산하는 김치는 원칙적으로 인증을 받을 수 없다.

만약 김치의 주재료 가격이 비싸져서 외국산 재료를 사용한다면 ‘한국 김치’ 딱지를 떼야 할 수도 있다. 실제 올해 1~5월 마른고추(전년 대비 99.8%)·깐마늘(92.6%)·파(236.2%) 등 김치 재료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해보다는 가격이 하락했지만, 배추도 평년 대비 18.7% 비싸다. 업계 일부에서 양념 등 일부 김치 원료는 수입산을 사용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의 경우 일부 수입 부품을 사용해도 국내에서 조립하면 국산차라고 인정한다”며 “고춧가루처럼 외국산과 가격 차이가 큰 일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산 김치는 기상 여건에 따라 중국산과 가격 차이가 7배까지 나기도 한다”며 “1년 내내 비교적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중국산과는 상대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산과 국산 김치 단가는 평균 3.33배(2018년 기준)의 차이가 난다.

업계 “국산 업체 지원 강화해달라”

김치 생산 업체의 비용 부담은 음식점으로까지 이어진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4월 식당 1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중국산 김치 파동 후 수입산 김치를 국산으로 변경할 의향이 있냐’는 물음에 응답자 67.9%가 ‘없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산 김치 단가가 비싸기 때문’(53.2%)이었다.

계속 수입산 김치를 쓰겠다는 업체에 ‘국산 김치가 수입산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변경하겠나’를 묻자 37.8%가 ‘국산이 수입산의 150% 수준’이라고 답했다. 수입산의 3배 이상인 국산 김치 가격이 지금의 반값 정도로 떨어져야 바꾼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업계는 인증제 도입보다 국산 김치 생산 업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은 “생산업체는 원재료를 저렴하게 사서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수익성을 키울 수 있다”며 “저장시설을 마련하기 어려운 영세 업체에 저장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가 김치 가격을 직접 보조하기보다 국산의 품질을 높이는 연구개발(R&D) 등을 지원하거나, 재료로 쓰이는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선임연구위원도 “농가와 김치 업체의 계약재배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원산지 표시를 확실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