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연금보험 3년 만에 중단…다둥이 엄마 울린 보은군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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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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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군에 사는 김모(35)씨는 지난 5월 말 군청에서 보낸 공문 한 통을 받고 황당해 했다. 2019년 2월부터 매월 10만원씩 군에서 지급되던 ‘산모 연금보험료’ 지원 사업이 종료됐다는 내용이다. 김씨는 자녀 셋을 둔 다둥이 엄마다.

보건복지부 “기초연금 제도와 중복”
2017년 사업시행 전부터 재검토 권고
2018년 지방선거 의식해 졸속 진행
피해자 22명 군의회에 청원서 제출

보은군은 인구증가 시책으로 2018년 1월부터 셋째아 이상 산모에게 연금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사업을 했다. 한 달에 10만원씩 우체국 연금보험을 20년간 군에서 납부해주면, 만 65세부터 산모가 연금을 받는 방식이다.

영문도 모른 채 연금보험 지급이 중단되자, 김씨는 군청에 항의했다. 그는 “다둥이 연금보험료를 지원해준다고 홍보해 놓고, 5월 말께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지급 중단을 통보했다”며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인 2017년 정부가 중복 지원을 이유로 보은군에 재검토를 권고했던 사실을 알게 됐다. 보은군이 끝까지 추진하지도 못할 사업을 2018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 셋 이상 다둥이 엄마들에게 연금보험료를 대신 내주던 충북 보은군이 돌연 지급 중단을 선언하자 수혜자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3일 보은군에 따르면 군은 2018년 1월부터 셋째 아이를 출산한 산모에게 한 달에 10만원씩 연금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사업을 지난 5월 중단했다. 보건복지부가 이 사업을 놓고 “기초연금 제도와 중복된다”며 ‘부동의’ 통보를 내렸기 때문이다.

군은 지난 5월 연금보험료 지급 중단 방침을 수혜자 49명에게 통보했다. 김응선 보은군의회 의원은 “연금보험료를 3년 넘게 납부한 산모를 고려하지 않고 군에서 지급중단을 통보한 것은 행정 신뢰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며 “연금보험 증서에 나와 있는 지원금을 다른 방식으로 지원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소식을 접한 다둥이 엄마 22명은 지난 7일 보은군의회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약속한 대로 연금보험료 지원을 유지해달라”는 청원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행정심판 청구도 고려하고 있다. 보은군 관계자는 “조만간 열릴 군의회 임시회에서 출산장려금을 확대하는 내용의 조례를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보은군처럼 몇몇 지자체가 충분한 검토 없이 ‘퍼주기식’ 현금 복지에 나섰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예산 부담이 우려된다”는 정부 만류에도, 각종 복지 수당을 임의로 인상한 곳이다.

감사원이 발표한 ‘복지사업 협의·조정제도 운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강원도는 2019년 ‘육아기본수당 지원사업’을 도입하면서 만 1세~4세 미만 지원액을 월 50만원으로 책정한 뒤 복지부와 협의 과정에서 월 30만원으로 낮추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강원도는 애초 협의와 달리 육아기본수당을 올해 월 40만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내년 월 5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복지부가 “사업 5년 차인 2023년 강원도 부담액이 2018년 전체 사회복지예산(1701억원)과 맞먹는 1627억원에 달할 정도로 재정 부담이 크다”는 경고를 무시한 것이다.

충남도는 2019년 농·어·임업 종사자에게 연 60만원을 지급하는 수당 신설을 복지부와 협의 완료했다. 하지만 도는 지난해 6월 농·어민수당을 연 80만원으로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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