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정체기 틈 타 빠르게 퍼지는 델타, 신규 변이 70% 차지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18:25

업데이트 2021.07.13 18:28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도 상륙 두 달 반 여 만에 무섭게 세를 불렸다. 최근 변이 감염자 70%에서 델타 변이가 확인돼 알파(영국발) 변이를 제쳤다. 백신 접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정체기라, 변이와 접종의 쫓고 쫓기는 레이스에서 변이가 앞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원 질병관리청 역학조사분석단장. 연합뉴스

이상원 질병관리청 역학조사분석단장. 연합뉴스

1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1주(7.4~10)간 주요 4종 변이에 감염된 536명을 분석했더니, 10명 중 7명(69.8%)에게서 델타 변이가 검출됐다. 최근 변이 감염자 상당수가 델타 변이 감염자란 얘기다. 직전 2주 전(6.20~26)만 해도 변이 감염자 267명 가운데 알파 변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70.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델타 변이가 그다음을 이었지만, 비율이 27.3%에 불과해 알파와의 차이가 컸다. 그런데 1주 뒤(6.27~7.3) 알파와 맞먹는 수준(47.1%)까지 오르더니 일주일 새 세를 완전히 불려 역전했다. 델타 변이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건 지난 4월 22일 해외 유입을 통해서였는데 3개월도 채 안 돼 이젠 변이 감염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확산 중이다.

방역당국 "델타 변이 8월쯤 국내 우세종 될 가능성"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국내 누적 변이 감염자는 3353명으로 이 가운데 델타 감염자는 790명에 달한다. 확진자의 20% 안팎을 유전자 분석해 확인된 것만 이 정도이기 때문에, 실제 감염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델타 유입 초기에만 해도 해외에서 걸려 들어오는 감염자가 주를 이뤘는데, 이젠 지역사회에서 확인되는 감염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 1주(7.4~10)간 델타 감염자의 감염 경로를 보면 국내감염이 250명으로, 해외유입(124명)을 크게 앞선다.

국내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검출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내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검출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내 감염자에서 델타 변이가 검출되는 비율은 6월 5주에만 해도 9.9%에 불과했는데 7월 1주 23.3%까지 올랐다. 수도권에서도 이 기간 델타 검출률은 12.7%에서 26.5%로 상승했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유행을 통제하고 있고 확산을 막고 있지만 8월쯤에는 우점화(優占化)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점화라는 건, 변이와 비변이를 포함한 전체 바이러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해 과반 이상으로 우세종이 된 경우를 말한다.

전문가들이 이미 이런 상황을 경고했음에도 대부분 알파 변이라며, 우려가 크지 않다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이날 “델타 변이 분포가 빠르게 커졌다. 확산 속도를 상당히 경계해야 한다(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는 입장을 내놨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도 6월 첫 주에 델타 변이 검출률이 10% 미만이었다가 두번째 주에 20%가 됐다”며 “국내에서도 확산이 곧 다가올 것을 알고 있었어야 했는데 정부가 한치 앞을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미 델타가 유입된 이상 이를 막아낼 묘책은 없다. 백신 접종과 방역 조치로 확산을 지연시키는게 최선이다. 손영래 반장은 “지역사회 내 전파를 차단하는 방법이 델타라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전체적인 유행 차단 노력을 통해 총감염 규모를 통제하는 것과 동일하다”라고 말했다.

13일 오후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3일 오후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그나마 접종 속도를 끌어올려 최대한 많은 인원에 빠른 시간 백신을 놓는 것이 최선책인데 최근 접종은 사실상 정체 상태에 놓여 있다. 13일 0시 기준 신규 접종자는 3만1182명에 불과했다. 2차 접종 완료자(6만5958명)까지 합해도 9만여명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1차 접종 비율은 30.4%, 접종 완료 비율은 11.6%에 그친다. 도입되는 백신 물량에 맞춰 접종 계획을 짜다 보니, 대규모 수급이 어려운 이달 말까지는 신규 접종 속도가 확 줄고 2차 접종 위주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1차 접종률은 30%대에서 게걸음을 하고 있다. 레이스로 보면 접종률은 엉금엉금 걷는데 변이는 날아가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간 연구를 보면 백신을 완전히 접종해야만 변이를 방어하고 감염된다 해도 사망 확률을 떨어뜨리는 데 효과적이다. 미국에서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델타 감염이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지난달 사망자의 99%는 미접종자였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90%는 사실상 변이 앞에 속수무책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기석 교수는 “백신 말고는 답이 없는데, 당장은 없으니 거리두기로 억눌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비수도권으로의 풍선효과를 막고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제한을 더 강화하는 식으로 방역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방역망 곳곳에 구멍이 나 있다”며 “다중이용시설은 여전히 오후 10시까지 영업할 수 있으니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거리두기 최고 단계라는 상징성 때문에 국민들이 심리적 압박으로 자제는 하지만 허점이 많다”고 말했다.

검사를 대폭 늘려 무증상 감염자를 최대한 찾아내야 한단 제언도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4차 대유행을 촉발한 건 무증상 감염자”라며 “임시선별소를 대폭 확대해 자발적으로 많은 사람이 검사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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