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아바타를 찾아라…MZ세대 잡으러 메타버스 탄 은행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17:40

업데이트 2021.07.13 17:45

라울과 전광석화.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 등장한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아바타들이다. 메타버스에서 이뤄진 신입 행원들과의 회의에 참여한 것이다.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가상세계다. 은행 등 금융권의 메타버스 활용 정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회의나 모임 등에 활용하는 수준이지만, 가상지점 개설을 고민하는 등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해 시중 은행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신입 행원 연수공간인 '하나글로벌캠퍼스'을 만들었다. 인천 청라에 있는 실제 연수원 시설이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활용되고 이용이 불가능해져서다.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내 연수 공간을 향후 비대면 교육 등을 위한 장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박 은행장은 “많은 직원과 손님의 방문과 체험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12일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에 연수원 시설인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열었다. 오프닝 행사에 참여한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라울(Raul) 아바타로 참석해 신입행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하나은행은 12일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에 연수원 시설인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열었다. 오프닝 행사에 참여한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라울(Raul) 아바타로 참석해 신입행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우리은행도 13일 권광석 행장과 20~30대 행원과의 회의를 메타버스에서 진행했다. 메타버스에 '전광석화'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권 행장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회의 영역"이라며 "메타버스 내에서 구현 가능한 다양한 서비스도 함께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지점 개설을 연구하는 은행도 있다. KB국민은행이다. 올해 초부터 KB메타버스 테스트베드를 추진하며 내부 회의뿐 아니라 가상 은행 지점과 고객 상담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IBK투자증권도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는 메타시티포럼과 지난달 업무협약을 맺고 지점 개설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메타버스 내에 지점개설과 모의투자, 자산관리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실제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DGB 금융그룹은 메타버스 내에서 경영현안회의를 열었다. 김태오 회장을 비롯한 각 계열사 대표들이 아바타를 통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DGB금융그룹 제공

DGB 금융그룹은 메타버스 내에서 경영현안회의를 열었다. 김태오 회장을 비롯한 각 계열사 대표들이 아바타를 통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DGB금융그룹 제공

현재는 MZ세대 대상 마케팅…미래엔 새 먹거리 

금융사들의 메타버스에 눈을 돌리는 건 미래 고객층인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측면이 강하다. 지난 2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가 2억명이 넘어선 제페토는 가입자의 80%가 18세 미만이다. 구찌와 나이키 등 주요 브랜드 이런 미래 잠재 고객을 잡기 위해 메타버스 내에서 자사의 아이템을 팔고 있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메타버스 내의 구매 경험은 오프라인 구매 경험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며 “금융상품 이용 경험이 거의 없는 Z세대(1995년 이후 출생) 등에게 관련 경험을 제공해 자사의 금융상품 이용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내에서 이뤄지는 경제 활동도 금융사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영역이다. 미국의 메타버스 업체인 로블록스의 경우 내부의 각종 콘텐트를 구매할 때 가상화폐인 로벅스(Robux)를 사용한다. 로벅스는 1개당 0.0035달러로 환전이 가능하다. 지난해 127만 명의 개발자가 로블록스 내에서 게임 등을 팔아 1인당 평균 1만 달러(11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신석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디센트럴랜드에서는 가상화폐를 사용해 도미노피자에서 주문하면 실제로 피자를 배달해 준다”며 “향후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을 중심으로 한 가상경제 생태계가 더 발전하면 금융사가 가상과 현실의 자산을 중개하는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관련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시장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메타버스 관련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시장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메타버스 관련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메타버스의 핵심영역인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시장 규모가 2019년 455억 달러(약 52조원)에서 2030년 1조5429억 달러(약 1767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24년까지 8000억 달러(약 916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커지는 메타버스가 금융업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비대면 공간 속에서 실제 대면 상황에 가까운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이승환 연구원은 ‘메타버스비긴즈’ 보고서에서 “인간의 얼굴과 표정을 닮은 디지털 휴먼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사람들이 더욱 편하고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서비스 접점으로 역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을 비롯한 각 은행이 개발하는 AI 행원이 메타버스 내에서 고객 상담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메타버스 기술은 온·오프라인 연결이라는 기술적 특성을 바탕으로 금융업의 업무 방식과 고객 니즈,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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