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살인범 신분세탁…한국서 아들 낳고 13년간 숨어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17:34

업데이트 2021.07.13 17:45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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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 중국 산둥성 옌타이(煙臺)시 한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약관의 청년 A씨가 휘두른 흉기에 동네 주민 2명이 숨진 것이다. 살인범은 마을을 떠나 도주했다. 조여 오는 포위망을 피하기 위해 그가 택한 건 신분세탁이었다. 실제보다 세 살 어린 B씨로 위장해 중국 공안의 추적을 20년간 피할 수 있었다.

성공적인 탈출을 했지만, A씨는 여전히 불안했다. 타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던 그는 2007년 한국으로 귀화한 중국인 여성과 결혼했다. 2009년 B씨의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도피생활의 2막이 열렸다. B씨는 한국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간간이 중국을 오가기도 했다. 아내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본 그는 마침내 2016년 영주권(F5)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도피행각에 위기가 닥쳤다. A씨와 B씨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의심한 중국 인터폴이 한국 정부에 소재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경찰은 중국 공안으로부터 받은 안면 인식 정보 등을 토대로 A씨가 신분을 바꾸기 전 살인 피의자와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5월 이 사실을 전달받은 중국 측이 B씨의 송환을 요청하면서 10개월간의 추적이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 7일 새벽 B씨가 일하는 인천의 한 공사장 인근에서 잠복을 시작했고 다음 날 오후 3시 30분 붙잡았다. 초기엔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자신이 A씨라는 사실과 과거 범행을 시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자 중국행 비행기 내에서 산둥성 공안청 호송관에게 넘겼다.

인천경찰청 외사과 인터폴국제공조팀은 중국에서 신분 세탁 후 국내로 잠입한 A씨를 출입국관리법위반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해 중국으로 강제추방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과 협력해 A씨가 비자를 신청할 때 낸 서류 등을 확인하고 유전자 정보(DNA)를 확보해 검거했다”며 “산둥성 공안청이 이번 검거는 ‘양국 경찰의 우호 협력에 관한 모범 사례’라며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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