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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함바왕, 사기죄 실형에 “죽겠다”…전자발찌 끊고 잠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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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8일 ‘함바왕’ 유상봉(74)씨. 임현동 기자

2020년 6월 18일 ‘함바왕’ 유상봉(74)씨. 임현동 기자

‘함바왕’ 유상봉(74)씨가 최근 사기죄로 실형을 확정받자 주변에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한 뒤 차고 있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잠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가 사기 사건 외에 지난해 4·15 총선 당시 윤상현 무소속 의원과 ‘총선공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인 데다 잠적 직전 정·관계 유력 인사들을 뇌물수수로 무더기 고소한 터라 수사당국은 신속히 유씨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한다.
(2021년 5월 12일 중앙일보 『[단독]함바왕 "억대 뇌물 챙겼다" 여·야·檢·靑 인사 죄다 고소』 참고)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유씨에 대한 사기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유씨는 2014년 3월 A씨에게 “내게 투자하면 울산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의 함바 운영권을 주겠다”고 속여 89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측근 “잠적 직전 극단적 선택 언급”

검찰은 실형 확정 직후 형 집행을 위해 유씨 신병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보석 상태였던 유씨는 “집행을 연기해달라”며 불응하다 이달 12일쯤 잠적했다고 한다. 13일 오전 유씨의 최측근인 함바업자 B씨는 중앙일보에 “갑자기 어제부터 연락이 끊겼다”며 “마지막 대화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했는데 걱정된다”라고 밝혔다. 유씨 아내는 “남편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유씨의 휴대전화 전원은 꺼져 있다.

법무부와 경찰은 유씨가 잠적 직전 차고 있던 전자발찌를 훼손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던 건 소위 총선공작 사건 재판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총선 당시 윤상현 의원, 지역 언론사 기자 등과 공모해 여·야 경쟁 후보를 허위로 진정·고소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인천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이규훈)의 재판을 받고 있다. 당초 지난해 10월 7일 구속기소 됐지만, 지난 4월 5일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 조건의 보석으로 석방됐다.
(2021년 5월 1일 중앙일보 『與·처가·언론까지 동원…윤상현·함바왕 '총선공작 의혹' 전말』 참고)

현재로썬 유씨가 말한 대로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 검찰과 경찰을 피해 도주하고 있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대검찰청의 지휘를 받은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9일부터 닷새 째 유씨 검거 작전을 펼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황을 밝힐 순 없다”라며 “빠른 시간 안에 검거해 형을 집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0년 6월 5일 윤상현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2020년 6월 5일 윤상현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함바게이트→총선공작→사기…함바왕의 몰락

유씨는 2010년대 초 경찰 수뇌부가 연루된 ‘함바 게이트’의 장본인(뇌물공여자)으로 처음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 사건 때문에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이 무산됐고, 유씨는 2020년 5월까지 수감과 출소를 반복했다. 그 직후엔 총선공작 의혹과 이번 사기 사건에 연루돼 다시 장기간 감옥에 갇힐 처지다.

유씨는 평소 “수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내 돈을 받아 먹고도 함바 수주는 돕지 않아 재산상 피해를 보고 사기나 총선 공작 등의 누명을 쓰게 돼 분통이 터진다”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최근까지 자신에게 해를 끼쳤다고 판단하는 현직 여·야 국회의원, 검사, 전직 청와대 비서관 등에 대해 잇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에 고소했다.

함바란 건설현장 간이 식당을 일컫는 외래어다. 한 번 함바 운영권을 따면 공사기간 안정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이를 둘러싼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유씨가 전국의 함바 업계를 장악하며 함바왕으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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