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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화려하면 땡? MZ세대는 ‘가치’를 입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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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는 지난 2017년부터 스포츠를 통해 해양 환경보호 활동을 촉구하는 러닝 이벤트 ‘런 포 더 오션’을 전세계 50여개 도시에서 진행하고 있다. [사진 아디다스]

아디다스는 지난 2017년부터 스포츠를 통해 해양 환경보호 활동을 촉구하는 러닝 이벤트 ‘런 포 더 오션’을 전세계 50여개 도시에서 진행하고 있다. [사진 아디다스]

#서울 마포구 한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A씨는 커피를 주문하며 집에서 챙겨온 텀블러를 내밀었다. A씨는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이 세계적으로 문제인데, 나부터 바꿔보자는 생각에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카페에서 근무하는 B씨는 “실제로 젊은 고객들 중 텀블러를 가지고 오는 경우가 최근 20%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의 특성이 반영된 소비의 변화다.

MZ세대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이른바 ‘미닝아웃’(meaning+coming out)을 중시한다. 이들은 “옷·신발부터 내가 구매하는 물건 하나하나가 나의 평소 철학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기왕이면 플라스틱컵 대신 텀블러를, 비닐봉투 대신 에코백을, 비싸더라도 친환경 가치를 담은 브랜드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패션업계도 유행을 선도하는 MZ세대의 트렌드에 맞춰 가치나 철학을 담은 제품을 늘리고 있다. 애초부터 친환경이나 리사이클링소재를 사용하고, 제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이 같은 추세는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ESG경영’ 추세와 맞물려 더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리사이클링 소재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더 큰 관점에서의 ‘지속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털·가죽 소재 대체, 플라스틱 재활용 #친환경·리사이클링 소재 브랜드 인기 #아디다스는 60%가 ‘지속가능 소재’ #‘지속가능한 혁신’ 선두주자로 우뚝

페이크 퍼, 플랜트 레더… ‘지속가능 패션’ 바람

20년간 ‘지속가능한 패션’을 실천해온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가 대표적이다. 이 패션브랜드는 털과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연 분해 가능한 소재나, 재생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캐시미어를 주로 사용한다. 또 옥수수 섬유로 ‘페이크 퍼’를 만들고, 균사체를 가죽을 배양하는 섬유 소재 기업과도 협력하고 있다. 특히 기존 패션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가능한 패션’의 범주를 확장시키고 있다. 최근엔 아디다스와 손잡고 바이오 가공 기술을 통해 셀룰로오스와 단백질 기반 소재의 테니스의류 시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 기업 중엔 코오롱FnC의 온라인몰(코오롱몰)이 눈에 띈다. 코오롱몰은 지난해부터 지속가능성 제품 판매 코너 ‘위두(WeDO)’를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재활용·동물복지를 지향하는 브랜드가 내놓은 화장품·의류·생활용품 등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판매 금액의 1%는 지속가능 관련 사업에 기부도 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엔 나무심기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단순히 ‘지속가능성’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관련 캠페인까지 화두를 확장하고 있다.

아디다스가 올버즈와 함께 출시한 러닝화 ‘퓨처크래프트 루프’는 밑창부터 신발끈까지 100%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이다. [사진 아디다스]

아디다스가 올버즈와 함께 출시한 러닝화 ‘퓨처크래프트 루프’는 밑창부터 신발끈까지 100%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이다. [사진 아디다스]

또다른 ‘지속가능한 패션’의 선두주자 ‘올버즈’(Allbirds)는 플라스틱 소재 대신 양모, 유칼립투스 나무, 사탕수수 등 천연소재를 활용해 신발을 만드는 회사다. 가죽을 대체할 100% 식물성 가죽 ‘플랜트 레더’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5월엔 아디다스와 손잡고 저탄소 러닝화 '퓨처크래프트-풋프린트'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탄소 발자국을 2.94kg CO2e(이산화탄소 환산량)까지 낮추면서 퍼포먼스 기능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러닝화다. ‘탄소 발자국 제로’라는 목표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간 제품으로 평가받으며, 패션과 스포츠 산업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플라스틱 7000톤 수거…신발 3200만개 새 생명  

아디다스는 지난 20여년간 ‘지속가능성’을 핵심요소로 삼아 ‘스포츠를 통해 삶을 변화시킨다’는 철학을 전파해왔다. 실제로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캠페인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는 해양환경단체 ‘팔리 포 더 오션’(Parley for the Oceans)과 파트너십을 맺고 세계 해양 보전에 기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지속하고 있는 러닝 이벤트 ‘런 포 더 오션’(Run for the Oceans)은 스포츠를 통해 해양 환경보호 활동을 촉구하는 활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2019년엔 한국을 비롯해 뉴욕·상하이·바르셀로나 등 전세계 50개 도시에서 220만명의 참가자가 몰렸다. 러너들이 완주한 거리를 환산해 150만달러(약 17억 2200만원)의 기금을 만들었고, 이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해양 생태계 보호 지식·기술 교육 프로젝트’에 활용되고 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아디다스 러닝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아디다스는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소재와 제조방식 등을 결정하고 있다. 지난해엔 플라스틱과 동물성 소재를 최소화한 ‘비건’ 버전으로 클래식 아이템 ‘스탠 스미스’를 출시했다. [사진 아디다스]

아디다스는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소재와 제조방식 등을 결정하고 있다. 지난해엔 플라스틱과 동물성 소재를 최소화한 ‘비건’ 버전으로 클래식 아이템 ‘스탠 스미스’를 출시했다. [사진 아디다스]

지난해 한해만 7000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했는데, 500ml 가량의 페트병 약 3억5000만개에 달하는 수치다. 수거한 플라스틱은 지난해 1500만개의 신발로 새 생명을 얻었고, 올해는 1700만개가 추가 생산된다. 이밖에도 이들은 밑창부터 신발끈까지 100% 재활용이 가능한 러닝화 ‘퓨처크래프트 루프’(Futrecraft Loop)도 출시했다. 재활용이 가능한 단일 소재에 접착제 없이 만들어져 폐기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아디다스, 환경영향 고려한 신제품 설계

아디다스는 유엔기후변화 협약의 ‘패션산업을 위한 기후 보호 헌장’에 서명하며 기후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2030년까지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2017년 대비 30%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기후 중립을 달성한다는 장기 목표를 수립했다. 현재 아디다스 본사가 있는 독일에서는 이미 대부분의 전기를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탄소 배출량과 물 소비량을 줄이고, 온전한 환경 보존이라는 목표를 협력업체들과 공유하고 있으며, 기후 및 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들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소재와 제조방식 등도 정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오일 베이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 등이 그 노력의 예다. 탄소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소재를 더 얇고 가볍게 만들고, 물과 화학연료·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드라이 염색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엔 동물 유래 성분과 원료 사용을 배제하고 100% 비건 소재로 선보인 ‘스탠 스미스’ 등을 출시하기도 했다. 2024년부터는 모든 제품의 재료로 사용되는 폴리에스테르를 리사이클링 소재로 제작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를 위해 대규모 제품 회수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또 선수들을 위한 고성능 제품을 만들 때도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더 많이 사용하여 환경 발자국을 개선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제품 중 ‘프라임 블루’ ‘프라임 그린’ 마크가 붙은 건 모두 리사이클링소재로 만든 것들이다.

2025년 ‘지속가능한 소재’ 활용 90% 기대

아디다스의 창립자인 아디 다슬러(Adi Dassler)의 원칙은 단순하다. 선수들이 더 좋은 실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 이들의 ‘지속가능한 혁신’ 목표 또한 ‘뛰어난 성능의 제품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에 따라 이미 아디다스 제품의 10개 중 6개는 ‘지속가능한 소재’로 제작되고 있다. 리사이클(재활용 소재 사용)·순환(재활용 가능한 제품 제작)·재생(천연 소재 사용) 등 세 가지 루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혁신하는 아디다스의 ‘3-루프 시스템’을 바탕으로 2025년엔 이를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속가능성’이란 목표를 바탕으로 한 아디다스의 노력은 ‘미닝아웃’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트렌드와 맞물려 앞으로 다른 패션기업들까지 확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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