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소년 12% n번방 접근시도, 이 설문 조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10:55

업데이트 2021.07.13 11:33

대전 서부청소년성문화센터(성문화센터)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대전 청소년 12%가 불법 성착취물 공유 텔레그램인 n번방에 접근 시도했다’는 설문조사가 조작됐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전 서부청소년성문화센터 직원 "설문 조사는 조작" 고소

대전 서부청소년성문화센터가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 자료.

대전 서부청소년성문화센터가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 자료.

"n번방 끝장내기…청소년들 범죄자 만들었다" 

13일 대전 둔산경찰서와 성문화센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성문화센터 직원인 A·B씨는 “설문조사 조작을 지시했다"며 전직 성문화센터장 C씨를 강요·증거인멸교사·업무상배임·업무방해 등 혐의로 지난 12일 경찰에 고소했다.

성문화센터는 배재대 산학협력단이 2015년 12월부터 여성가족부와 대전시에서 연간 1억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아동·청소년 성교육전문기관이다. 직원은 5명이다.

고소장 등에 따르면 성문화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A와 B씨는 “지난해 4월 10일 C씨에게 ‘n번방 끝장내기(뿌리뽑기) 캠페인’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n번방 사건은 2018년 하반기부터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에서 자행된 성 착취 사건을 말한다. 이들은 얼마 뒤 C씨에게 캠페인 관련 계획서를 보고했다. 계획서에는 성인 1000명과 청소년 1000명 대상 설문조사도 포함됐다.

설문참가 청소년 수 341명 부풀려 

하지만 설문조사는 생각만큼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고 한다. 온라인 접속 방식으로 진행된 조사에 참여하는 청소년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C씨는 “직원들이 직접 설문에 참여해 인원수를 채우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은 "C씨가 지난해 4월 29일과 5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지시했지만, 설문에 참여하면 불법인 것 같아 따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C씨는 지난해 5월 18일 “설문조사 참여 인원수가 적으면 발표를 할 수가 없다. 팀장과 팀원이 청소년인 척하고 조작을 해야 할 것 같다. n번방에 접속한 것처럼 응답하라. 성문화센터 인지도가 올라가야 한다”며 다시 지시했다고 한다.

대전 서부청소년성문화센터. 사진 A씨

대전 서부청소년성문화센터. 사진 A씨

A씨는 “센터장의 거듭된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에 5월 21일과 22일 이틀간 B씨와 함께 청소년(초·중·고) 응답자 수 341명을 늘렸다”고 말했다. 이들이 조작에 참여한 설문 문항에는 ‘n번방에 입장하려고 시도해본 적이 있나요’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면, 경로는 어떻게 되나요’등이 있다. 이 설문은 답변자의 나이 등 개인 정보를 확인하지 않으며, 한 사람이 여러 차례 참여가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설문조사서에도 이때 응답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온다.

"조작된 설문 결과 언론 보도" 

이런 과정을 거친 설문 결과보고서에는 청소년이 총 623명이 응답했고, 이 가운데 n번방에 입장하려는 시도를 해본 청소년은 76명(12%)인 것으로 나왔다. A씨와 B씨는 “76명도 대부분 우리 둘이 만든 숫자”라고 했다. 성문화센터는 지난해 5월 말께 이런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며,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대전 서부청소년성문화센터가 설시한 설문조사 문항.

대전 서부청소년성문화센터가 설시한 설문조사 문항.

A씨는 “설문조사 조작으로 대전지역 청소년을 범죄자로 만든 거나 마찬가지”라며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기관이 이런 엉터리 자료를 발표한 데 이어 대전시, 대전시 교육청, 대전 서구의회 등에 전달해 해당 기관 업무를 방해했다”고 말했다. A·B씨는 "설문조사 결과를 언론에 홍보하고 업무 실적을 쌓아야 정부 예산을 받는데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대전 서부청소년성문화센터가 만든 설문조사 문항

대전 서부청소년성문화센터가 만든 설문조사 문항

전직 성문화센터장 "할 말 없다"

이들은 설문조사 발표 이후 센터장과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도 경찰에 제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센터장이 “(감사 나오면)기억이 안 납니다. 그렇게 해야 돼…”등의 내용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전직 성문화센터장 C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저는 이미 (센터를) 나왔고 할 이야기가 없다. 그분들에 확인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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