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D]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등장과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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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광풍이 몰아치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습니다. 아직 정부는 암호화폐를 자산이나 화폐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을 제정하고 시행을 앞두는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과 별개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화폐의 디지털화는 최근 금융계의 큰 화두입니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화폐의 가치가 불안정한 암호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에서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에 대한 논의가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가 중앙은행이 만드는 디지털 화폐 CBDC

비트코인, 이더리움으로 알려진 암호화폐는 디지털 화폐의 일종입니다. 디지털 화폐는 기존 실물 화폐와 다르게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됩니다. 기본적으로 화폐가 가치를 인정받고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물물교환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어야 하고 충분한 수량이 제공돼야 합니다. 가치를 저장하는 만큼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안정성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디지털 화폐는 탈중앙화 기반의 비트코인을 비롯해 여러 기업에서 발행한 암호화폐가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주요 국가 중앙은행은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발행에 대한 연구와 테스트를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화폐로의 변화 (출처: Unsplash)

민간에서 발행하는 화폐가 아닌 중앙은행이 직접 CBDC를 발행하기 때문에 일반 화폐와 액면가만큼 가치가 동일합니다. 가격 변동성이 작고 화폐의 가치를 중앙은행이 보증합니다. 실물 화폐가 아닌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만큼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화폐를 제작, 발행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는 비현금 결제율이 90%에 가깝습니다. 신용카드, 각종 간편결제 및 페이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실물 화폐인 현금을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습니다. 화폐 발행과 폐기 등에는 큰 비용이 필요하므로 디지털 화폐로 전환하면 제작, 재발행 비용이 없습니다. 또한, 거래 내역이 블록에 기록되기 때문에 탈세나 자금세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화폐를 범죄에 악용하기 어려워집니다. 도난 및 분실 우려가 줄어들고 거래의 신속성과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부분도 장점입니다.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모든 계좌와 거래 기록을 관리하는 중앙 집중형 방식을 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효율적이지만 분산화 운영이 필요한 블록체인 특징에서 다소 벗어나 있습니다. 일반 금융기관, 은행, 정부 기관 등 여러 주체가 참여해 거래 기록을 나눠 관리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러한 분산화 방식은 보안성이 높지만, 발행과 거래 승인을 여러 번 거치므로 신속성이 떨어집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국가별로 기술력과 경제성 등을 고려해 운영 방식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은 연구 중

CBDC 발행은 이미 전 세계 중앙은행의 큰 관심사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86%의 중앙은행에서 CBDC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며, 각종 테스트와 시범 사업을 이미 진행 중인 국가도 50개국이 넘습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국가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이미 2020년 CBDC를 발행하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관련 연구는 진행 중이지만 발행에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CBDC를 개발할 경우 민간 은행이 아닌 중앙은행이 금융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면서 은행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디지털 화폐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언급하며 보안에 취약할 수 있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CBDC 연구를 진행하며 올해 안에 모의실험까지 진행할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언제 실제로 발행할지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내 시중은행은 CBDC가 은행을 중심으로 유통될 가능성을 보고 개별적으로 CBDC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연구 일정 (출처: 한국은행)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은 전통적인 실물 화폐의 개념과 사용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중앙은행 본연의 업무인 화폐의 발행과 가치 안정은 물론 통화정책, 물가 등 경제 전반에 CBDC로 인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점차 실물이 사라지고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대 변화에 더해 비대면 디지털 경제 체제가 가속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경제의 주요 축으로 작동할 중앙은행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는 곧 우리 생활로 다가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