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안 주면서 우릴 탓? 호주 접종장려 광고에 2030 분노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05:00

업데이트 2021.07.13 05:19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젊은 여성이 가쁜 숨을 쉬며 서글픈 눈으로 화면을 응시한다. 이어지는 문구 '누구나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습니다. 집에 머무르세요. 검사 받으세요. 백신 접종 예약하세요.'

호주 당국이 11일부터 선보인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려 광고 영상. 백신이 부족해 접종받지 못하고 있는 호주의 2030세대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트위터 캡처]

호주 당국이 11일부터 선보인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려 광고 영상. 백신이 부족해 접종받지 못하고 있는 호주의 2030세대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트위터 캡처]

호주 당국이 11일부터 선보인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려 광고 영상.[트위터 캡처]

호주 당국이 11일부터 선보인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려 광고 영상.[트위터 캡처]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부터 선보인 30초짜리 광고 영상이다. BBC, 가디언 등은 이 영상이 호주 2030세대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방영을 중단하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무슨 이유일까.

'백신 부족' 호주, 40대 이상만 접종중
접종 장려 광고엔 '코로나 걸린 젊은女'
2030 "불쾌하다, 광고 중단하라" 성토

현재 호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능 연령은 40세 이상. 2030은 맞고 싶어도 맞지 못한다. 백신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 광고에선 젊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설정하면서 백신 접종을 장려하고 있으니 ‘현실과 동떨어졌다’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지 소셜미디어(SNS)에는 "이 (광고 속 인물) 나이대 호주인들은 아직도 백신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광고를 내보내는 건 매우 기분 나쁜 일이다" "왜 젊은이들을 겨냥하나?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55세 이상을 (광고) 목표로 했어야 하지 않나" "40대 이하는 올 연말에나 순서가 돌아오는데, 말이 안 되는 광고" 라는 식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호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려 광고 영상. 전체 영상은 기사 맨 아래에 있다. [트위터 캡처]

호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려 광고 영상. 전체 영상은 기사 맨 아래에 있다. [트위터 캡처]

호주의 전 인구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률은 8.8%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접종 시작이 지난 2월로 늦은 편인데다가, 화이자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혈전 우려를 이유로 젊은층에게 권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번 광고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비판적이다. 호주 머독 아동 연구소의 제시카 카우프만 박사는 "당국은 젊은이들이 코로나19 규정을 어긴다고 생각해서 이런 광고를 만들었겠지만, 백신이 부족해 접종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예약하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드니대의 줄리 리스크 교수도 "이처럼 강렬하고 감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광고는 백신 공급이 충분할 때 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동기 부여를 해놓고 현실에선 접종할 수 없다면 (젊은이들은) 화가 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공포심을 자극하는 광고가 오히려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

호주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호주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호주 당국은 광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BBC에 따르면 호주 최고 의료책임자인 폴 켈리는 "시드니를 중심으로 코로나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만든 광고"라고 말했다. 이 광고는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무장하세요(Arm Yourself)'란 주제의 대대적인 예방 접종 캠페인 중 하나다. 당국은 TV·신문·SNS 등을 통해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정부 공식 페이스북은 지난 7일 '2030세대'를 언급한 방역 당부 게시물을 올렸다. 비판이 일자 이 게시물에선 연령을 지칭한 문구가 삭제됐다. [페이스북 캡처]

정부 공식 페이스북은 지난 7일 '2030세대'를 언급한 방역 당부 게시물을 올렸다. 비판이 일자 이 게시물에선 연령을 지칭한 문구가 삭제됐다. [페이스북 캡처]

한편 호주는 델타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시드니 등에 오는 16일까지 봉쇄령을 내린 상태다. 지난달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호주의 하루 확진자는 12일 100명 넘게 발생했다고 BBC는 전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