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없는 이 교사의 '옳은 손'···독거학생 100명 밥해 먹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05:00

업데이트 2021.07.13 11:48

중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독거 학생들의 식사를 챙겨주는 선생님이 소개돼 찬사를 받고 있다. 주인공은 천주펑(陳祖鵬·26), 구이저우성(貴州省) 싱런(興仁)현에 있는 봉황중고등학교 중국어 교사다.

함께 식사하며 관계 돈독해져
4살 때 사고로 왼손 절단 '아픔'
“내가 받은 도움·사랑 갚는 일”

중국 구이저우성 중고등학교 중국어 교사인 천주펑(26) 집에 함께 모여 식사하고 있는 학생들. [시나망 캡처]

중국 구이저우성 중고등학교 중국어 교사인 천주펑(26) 집에 함께 모여 식사하고 있는 학생들. [시나망 캡처]

지난 11일 중국 관영 매체 CCTV·시나망 등 현지 언론은 천주펑이 2년 전부터 학급 아이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그의 반 아이들은 일주일에 하루, 선생님 집에 가는 날을 늘 손꼽아 기다린다. 이날만큼은 친구들과 함께 둘러앉아 선생님이 차려주는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 학생은 대략 6~7명. 이들은 이른바 유수아동(留守兒童), 즉 부모가 경제 활동을 위해 도시로 떠나는 바람에 시골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다.

유수아동은 중국이 고속 성장 속에 마주한 사회 문제 중 하나다. 2019년 기준 농촌 지역에 남겨진 유수아동은 7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10세 전후라면 친척이 맡지만, 중고등학생 정도면 집에서 홀로 생활한다. 매년 춘절 등 명절 때면 오랜만에 만난 부모와 이별하기 싫어 발버둥 치는 아이들 모습이 중국 언론에 등장하곤 한다.

중국 구이저우성의 중고등학교 교사 천주펑이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훠궈 한상 차림. [시나망 캡처]

중국 구이저우성의 중고등학교 교사 천주펑이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훠궈 한상 차림. [시나망 캡처]

천주펑은 지난 2019년 가을부터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해 밥을 챙겼다. 그는 “집에 혼자 남은 학생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고, 서로 사이를 좁히기 위해 식사를 함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벌써 100여 명이 이 같은 한끼를 먹었다.

메뉴도 공들여 골랐다. 처음에는 각종 볶음 요리를 내놨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학생들이 선호하는 재료가 달라 어려움이 있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찾은 메뉴가 중국식 샤부샤부인 ‘훠궈’다. 육수와 갖은 재료를 주고 아이들이 골라 직접 익혀 먹게 하니 호응이 컸다.

학생들이 천 선생님 집에 함께 모여 식사 준비를 돕고 있다.[시나망 캡처]

학생들이 천 선생님 집에 함께 모여 식사 준비를 돕고 있다.[시나망 캡처]

비용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매 끼마다 약 200위안 (약 3만5000원), 한 달이면 800위안(약 15만 원)이 든다. 중국 초임 교사 평균 월급이 3000~3500위안 (약 53~62만원) 수준이라 만만치 않은 비용이라고 시나망은 전했다. 그러나 천주펑은 식비 부담을 우려하는 학생들에게 “너희가 잘 먹으면 괜찮다”며 너스레를 떤다.

4살 때 사고로 왼쪽 손목을 절단한 천 선생님(사진)은 ″내가 어린시절 받았던 사랑을 지금 학생들에게 식사로 갚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나망 캡처]

4살 때 사고로 왼쪽 손목을 절단한 천 선생님(사진)은 ″내가 어린시절 받았던 사랑을 지금 학생들에게 식사로 갚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나망 캡처]

윈난성(雲南省) 취징(曲靖)시 출신인 그는 2018년 9월 이 학교에 취직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때문에 학생들과 밥을 먹는 것은 그 자신에게도 위안이 된다. 무엇보다 자신이 어린 시절 받았던 도움을 학생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왼쪽 손이 없다. 4살 때 사고로 손목 아래를 절단했다. 이후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대학까지 졸업할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받은 사랑을 학생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일로 갚고 있다”면서 “내가 한 일은 아주 평범한 일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일 뿐이다. 앞으로도 학생들을 초대해 밥을 차려줄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국제뉴스
알고 싶은 국제뉴스가 있으신가요?
알리고 싶은 지구촌 소식이 있으시다고요?
중앙일보 국제팀에 보내주시면 저희가 전하겠습니다.
- 참여 : jglob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