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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독감처럼" 서울대 교수, 英·싱가포르식 전략 제안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05:00

업데이트 2021.07.13 11:47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12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홍대 주차장거리에 있는 노래방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12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홍대 주차장거리에 있는 노래방이 한산하다. 연합뉴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NSW)주는 지난달 26일 시드니와 인근 지역에 생필품 구매·의료·운동·생업 등 필수 목적 외 외출금지 봉쇄령을 내렸다. 12일 확진자는 112명, 그 전에는 30~70명대인데도 강력한 봉쇄조치를 한다.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 무관용) 전략이다.

일부 학자들, 방역방식 변경 목소리
"사망 감소하니 그 코로나가 아니다
그러니 방역 방식도 독감처럼 가야"

지난달 24일 싱가포르 무역산업부·재무부·보건부 장관이 뉴노멀 시대를 선언했다. 확진자 집계를 하지 않고 중증 환자 집중치료와 산소치료에 집중한다. 감염돼도 자가치료하고 신속항원검사를 한다. 방역 수칙을 완화하고 대규모 집회, 해외여행을 허용한다. 이달 말까지 인구의 3분의 2가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다. 코로나19를 계절독감(인플루엔자)처럼 관리하며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전략으로 전환했다.

영국도 19일 봉쇄를 해제한다.지난달 말 ~이달 초 신규 확진자는 72% 증가했지만, 입원과 사망은 각각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달 초 "영국이 19일에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며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이것이 중증이나 사망 급증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백신 접종 속도가 감염과 사망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집계에 따르면 호주의 봉쇄 조치는 낮은 백신 접종률(1차 31.4%, 완료 10.5%)과 관련돼 있다. 반면 영국은 1차 78.6%, 완료 59.3%이다. 싱가포르는 각각 73.8%, 43%이다.

싱가포르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 120명 이상이 돌파감염 됐지만, 증상이 없거나 경미했고, 반면 미접종자의 8%는 중증으로 악화했다.

싱가포르는 이스라엘의 데이터를 인용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가 감염되는 비율이 미접종자의 30분의 1, 중증화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특히 이스라엘의 접종 완료자 중 하루 중증화율이 인구 10만명당 0.3명, 사망률은 0.1명이며 이는 2018년 미국의 인플루엔자 중증화율(0.4명), 사망률(0.03명)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일주일간 인구 10만명당 사망자는 0.1명 이하(이코노미스트 집계)이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는 0에 가깝다. 최근 일주일간 인구 10만명당 확진자는 영국 45.8명, 싱가포르 0.2명, 한국 2.3명이다. 한국이 영국보다 훨씬 적다.

1000명을 넘은 7일 0시 기준 위중·중증 환자가 155명이었고 이후 153명→148명→148명→145명→12일 138명으로 오히려 줄고 있다. 사망자는 매일 1~2명 나온다. 치명률(사망자/전체 확진자)은 최근 한 달 0.3%, 올 1~6월 0.75%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의 최종 목표는 사망률 감소, 중증화 방지이다. 사망률이 떨어진 이유는 뒤늦게 도입한 백신을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집중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세 장관은 "코로나는 박멸할 수 없다. 우리는 코로나19를 인플루엔자·수족구병·수두와 같은 덜 위협적인 풍토병으로 바꿔 공존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한국도 그럴 때가 됐다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대표적이다.

김윤 서울대 교수. 연합뉴스

김윤 서울대 교수. 연합뉴스

싱가포르 같은 독감 관리 모델로 전환해도 되나. 
당연히 그렇게 가야 한다. 지금 중증환자 비율이 1% 되는 것 같다. 하루 2000명 확진자가 나온다고 해보자. 20일이면 4만명, 1%는 400명이다. 현재 확보한 중환자 병상으로 부족하지 않다. 생활치료센터 늘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 확진자가 커지면 재택 치료도 고민해봐야 한다.  
확진자를 집계하지 않아도 좋은가. 
만약 가능하면 그렇게 가도 된다고 본다. 거리두기 단계도 확진자 기준 아니고 확진자 증가율과 중증환자 기준으로 조정하는 게 맞다. 
접종률아 낮아 이르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럼 접종률이 얼마일 때 할 수 있는 거냐. 45%일 때 안 되는 게 50%일 때는 되냐. 적어도 절반은 맞아야 한다는 근거가 있나. 백신을 접종해서 치명률이 줄고 중증환자 줄어든 만큼 거리두기를 완화할 여지가 생기는 거다. 근데 자꾸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치명률이 어느 정도여야 가능할까. 
최근 한 달 치명률은 0.3% 정도다. 영국이 0.1%다. 독감이 0.1%이니까 독감에 가까워진 것이다. 한국의 치명률이 과거의 5분의 1이니까 확진자 기준으로 과거 200명대 거리두기 기준이 맞다. 그럼 2단계다.  
그럼 지금 기준은 과한가. 
증가율이 높으니까 그걸 꺾어놓을 필요는 있다. 여러 상황 고려할 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근데 2주 뒤에 확진자가 1500명이면 4단계를 유지할 거냐. 그건 아니라고 본다. 재생산지수 1.1~1.2라면 해제해야 한다고 본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싱가포르 모델로 가는 게 맞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고위험군 보호가 완료돼야 하고 현재 유행 상황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8~9월에 영국·싱가포르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고위험군의 2차 접종을 완료해야 하고, 거기에는 50대도 포함된다"며 "확진자 숫자에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연동하지 않는 게 (변화의) 시작일 것 같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언젠가는 경증관리 모델로 갈 거다. 아직은 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고위험군 접종 기회가 좀 더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초기 접종 때 여러 이유로 접종을 선택하지 않았던 분들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접종률이 충분히 올라가고, 고위험군에 접종 기회가 충분히 제공된 다음에 독감 수준의 관리 전환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60~74세 1차 접종밖에 안 끝냈다. 접종완료자가 11%밖에 안 되는 거 가지고 계속 그 이야기(독감 수준의 관리)한다. 방역은 느슨하게 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완화하는 걸 따라가려 하다가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2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방역 전략이나 틀을 전환하는 나라가 나온다. 싱가포르, 영국 등이 대표적"이라며 "확진자 발생 자체를 억제하는 정책에서 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억제하는 정책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 예방 접종률과 상관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우리나라는 확진자 중심 정책에서 이탈할 정도로 (전략을) 변경시킬 계획은 없다.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판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8일 브리핑에서 "인플루엔자의 치명률이 0.1% 전후이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이 아직 상당히 높고,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면역 인구가 많지 않아 아직은 계절 독감처럼 관리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청장은 "여전히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발생하면서 전염력이나 치명률이 어떻게 변동할지 불확실하고 백신의 면역이 어느 정도 지속할지, 어떤 주기로 예방접종을 해야 유행을 통제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 이런 게 정리되고 1,2년 사이에 접종이 많아지고 정보가 쌓이면 전략을 수정·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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