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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뜻'이던 검찰 특수부···尹 떠난뒤 '감찰 표적' 전락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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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며 검찰개혁 후속조치에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며 검찰개혁 후속조치에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뉴시스

“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은 '검찰이 중대범죄를 직접수사할 수 있는 특수수사권을 남겨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뜻'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권경애 변호사가 최근 출간한 『무법의 시간』 27쪽에 기록한 대목이다. 이광철 당시 행정관이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법 통과 이후 오히려 진보진영 인사들이 검찰의 특수수사권 유지를 비판하자 난감해하며 당시 권 변호사에 ‘오프 더 레코드’로 설명해준 내용이다.

불과 1년 7개월 전 문재인 대통령이 신뢰한 검찰 특수수사력이었지만, 이제 특수부는 검찰 인사에서 물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데 이어 감찰 표적이 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특수부 수사 관행과 ‘스폰서 의혹’ 등 조직 문화 전반을 대상으로 고강도 감찰을 예고하면서다.

‘특수부 수사·조직 문화’ 전방위 감찰 칼 빼든 박범계  

우선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4개월여 합동감찰 결과가 이번 주 발표된다. 감찰의 초점은 ▶사건 관계인에 대한 인권 침해적 수사 ▶수용자에 편의를 제공하고 정보원으로 활용한 의혹 등 ‘특수부 수사관행’을 다룰 것이라고 한다.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까지 났지만, 지난 4월 총선 이후 여권에서 자금 제공자였던 건설업자 한만호씨의 증언 번복을 앞세워 한명숙 수사팀이 관련자들에게 위증을 강요한 의혹이 짙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인 추미애‧박범계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이어졌고, 그럼에도 무혐의로 결론나자 고강도 합동감찰을 지시한지 4개월여만에 결론을 공개하는 것이다.

지난 3월 대검찰청 감찰 3과 1차 감찰 결과에서 수사팀 대부분이 정통 ‘특수통’이었던 까닭에 모해위증 의혹이 일부라도 인정되면 당시 여권이 무리하게 추진하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명분이 될 것이란 시각이 파다했다. 하지만 조남관 당시 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주재한 대검 확대부장회의에서도 무혐의로 결론내자 당시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소속의 친조국 성향 강경파들은 “검찰개혁이 계속돼야 할 이유를 확인해 준 것”(신동근 최고위원), “한심한 결론”(김용민 의원)이라며 강력반발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 전 총리 왼쪽으로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 전 총리 왼쪽으로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박 장관은 ‘가짜 수산업자’의 부장검사 금품제공 의혹으로 불거진 검찰 내 ‘스폰서 문화’ 점검에 대해 ‘특수부’로 불렸던 직접수사 부서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류혁 감찰관·임은정 감찰담당관과 회의를 열어 어떤 식으로 감찰할지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앞서 “한 검사의 일탈인지, 아니면 특수부 검사들의 조직 문화의 일환인지 모르겠지만 스폰서 문화가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며 ‘특수부 조직 문화’ 전반을 감찰할 것임을 시사했다.

언급된 사건은 경북 포항의 자칭 수산업자 김모(43)씨가 현직인 이모 검사에게 금품을 줬다는 의혹이다. 경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는 이 검사는 최근 부장검사 신분에서 부부장 검사로 강등 조치됐다. ‘박영수 특검팀’ 일원이었던 이 검사는 박 특검으로부터 김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년여 전의 文 “경찰은 아직 특수수사 준비 안됐다”

검찰 특수수사에 대한 여권의 시각은 불과 2년 전인 지난 2019년 6월 무렵과 천양지차다. 당시 이광철 행정관이 전한 문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검찰의 특수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도 대통령님과 격렬한 토론을 벌였는데요…검찰에게 특수수사권을 남겨둬야 한다는 것은 대통령님의 생각이셨어요. 이건 외부에 알려지면 곤란할 오프 더 레코드입니다만, 그건 대통령님의 의지가 워낙 강했어요. 경찰이 특수수사를 할 수 있는 준비가 아직 안되어있다고 하셨죠.” (『무법의 시간』 49쪽)

권 변호사는 이광철 비서관의 말을 옮기면서 “경찰의 민간유착에 대한 강한 경계심과 부족한 법적 판단 능력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던 터라 왜 그 같은 옳은 판단을 직접 대통령이 내렸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 안 된다는 것인지 의아했다”고 덧붙였다.

조국수호 검찰개혁을 위한 서초달빛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표적 수사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수호 검찰개혁을 위한 서초달빛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표적 수사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직제개편·인사·감찰…삼중·사중으로 손발 묶었다”  

180도 달라진 상황에 검찰 직접수사 의지는 땅에 떨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에다 직제 개편, 인사와 감찰까지 더해져 아예 검찰은 삼중·사중으로 손발이 꽁꽁 묶였다”는 한탄이 잇따른다. 특히 이번 검찰 직제 개편안에는 반부패부가 따로 없는 지검과 지청에서 ‘6대 범죄’를 수사하려 할 경우 해당 검찰청의 형사부 말부가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한 현직 검사는 “이제 만약 지청급 말부 소속 검사가 수사에 착수하려 한다면 ‘부장→차장→지청장→산하 지검장→고검장→대검 수사지휘과장→대검 부장→검찰총장’의 층층시하의 보고와 승인 절차를 거쳐야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조국·청와대 하명 수사·월성원전·청와대 기획사정 등 살아있는 권력 수사팀들을 봐라”며 “제 아무리 잘 나가던 검사라도 눈 밖에 나면 ‘좌천’인데 이제 어느 누가 그런 부담을 감수할지 모르겠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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