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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억만장자' 경쟁이 키운 꿈 "우주여행 넘어 화성·달 이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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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FP=연합뉴스]

왼쪽부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FP=연합뉴스]

'괴짜'로 유명한 영국인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71) 버진그룹 회장이 '억만장자 우주경쟁'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제프 베이조스(57)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50) 테슬라 CEO보다는 늦게 우주 탐사 회사를 설립했지만, 지난 11일(현지시간)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대기권을 뚫고 우주를 유영하면서다.

우주 다녀온 브랜슨 "일생일대의 경험" #베이조스 블루오리진, 민간 여행 첫 시작 #머스크 스페이스X, 9월 사흘간 '궤도 여행'

그는 목표 지점에 도달한 후 "나는 별을 보며 꿈을 꾸던 소년이었는데, 지금은 멋진 어른들과 함께 우주선에 탄 어른이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자신이 탄 비행선 '유니티'가 지구를 향해 활공할 땐 "일생 일대의 경험"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비행선 유니티를 싣고 상공 5만 피트(15.25㎞)까지 올라간 모선(母船) '이브'는 지난 1월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한 모친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그는 블로그에 "어머니는 나의 영감과 힘의 원천"이라 소개하기도 했다.

브랜슨 "우주 개발, 힘들지만 가치 있어"

리처드 브랜슨이 2019년 10월, 버진 갤럭틱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날 '첫 거래를 기념하는 종'을 울리며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처드 브랜슨이 2019년 10월, 버진 갤럭틱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날 '첫 거래를 기념하는 종'을 울리며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950년 영국 태생의 브랜슨은 10대 때 학교를 중퇴하고 잡지 '스튜던트'를 창간할 정도로 남달랐다. 1971년 영국 최초로 할인 레코드 매장을 열었고 1984년엔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버진 그룹'은 영국에서 가장 큰 비상장 회사로 성장했다. 브랜슨은 2004년 국가 경쟁의 전유물이던 우주 탐사를 모든 민간인에게 여는 관광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뜻을 품고 '버진 갤럭틱'을 창립했다.

첫 유인 시험비행에 성공하기까지 아픔도 있었다. 지난 2014년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 '스페이스십투'가 캘리포니아 상공에서 폭발해 미국인 조종사 1명이 사망했다. 그는 당시 "충격과 슬픔"을 토로하면서도 "우주는 힘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마침내 7년 뒤, 우주 관광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시험 비행에 직접 뛰어들어 성공했다. 버진 갤럭틱은 내년부터 민간 우주 관광을 시작한다.

"화성 갈거니까"…머스크의 원대한 도전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랜슨의 우주 여행 날, 현장에 방문해 축하의 뜻을 전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그 역시 브랜슨 못지 않게 괴짜로 유명하다. 머스크는 상업적 관점을 넘어 '인류의 화성 이주'라는 더 원대한 꿈을 꾸며 계획을 실행해왔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 역시 12세에 비디오게임을 만들어 판매할 정도로 사업가의 ‘떡잎’을 보였다. 1988년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선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스탠포드대학 물리학 대학원을 다녔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을 창업해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15억달러에 판매한 뒤, 이 사업자금을 우주 개발에 쏟아 붓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인류가 생존하려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녔다. 오는 9월 첫 민간 우주여행에 나서는 스페이스X는 450㎞까지 올라가 사흘 간 궤도 비행을 시행한다. 버진 갤럭틱이 80㎞ 상공까지,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100㎞ 고도까지 올라갔다가 잠시 우주를 경험하고 내려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실제 우주 여행'이다. 스페이스X는 2024년 화성 우주선 발사도 앞두고 있다.

조용하지만 가장 먼저, 베이조스의 '문(Moon) 빌리지' 

제프 베이조스가 2019년 9월 워싱턴 D.C에서 아마존의 '기후서약'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프 베이조스가 2019년 9월 워싱턴 D.C에서 아마존의 '기후서약'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세 억만장자 중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먼저 우주 사업에 눈을 돌린 건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다.

1964년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태어난 베이조스도 10대 시절부터 사업을 시작, 어린 학생들을 위한 창의력 센터 '드림 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1986년 프린스턴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뒤 일찌감치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4년 워싱턴주에서 소수의 직원들과 차고에서 일하면서 '아마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인터넷 서점으로 첫 발을 뗀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회사로 성장했다.

베이조스는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우주를 개발한다'는 창립 이념을 세우고 가장 먼저 민간 우주 시대의 개막을 준비해왔다. 그가 세운 블루 오리진은 오는 20일 세 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민간 우주여행 상품을 개시한다. 베이조스는 이 우주여행 상품에 동참할 계획을 진작에 알렸지만 브랜슨이 11일 자사의 시험비행선에 탑승하면서 '우주 여행 선두' 기록은 내줬다. 그래선지 이날 브랜슨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도 고도 100km(카르만 라인·유럽 국제항공우주연맹이 인정하는 우주의 경계)까지 오르는 블루 오리진이 버진 갤럭틱보다 더 높이 비행하며, 실제 우주에 닿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베이조스는 머스크보다는 좀 더 현실감 있는 '문 빌리지(Moon Villag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달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목표다. 그게 끝이 아니다. 베이조스는 2018년 문 빌리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달은 우주 탐사의 전초기지이고, 달은 화성 이주의 전 단계"라고 말한 바 있다.

세 억만장자의 ‘우주 경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세 억만장자의 ‘우주 경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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